[비즈니스포스트]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퇴임을 앞두고 지배구조 재정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린다.

한국씨티은행은 20년 넘게 남아 있던 소수주주 지분을 정리해 단일주주 체제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유명순의 마지막 과제, '지배구조 재정비' 밑그림 그린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퇴임을 앞두고 지배구조 재정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유 행장은 2020년부터 씨티은행을 이끌며 소매금융 철수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는데 마지막 과제로 지배구조 단순화에 힘을 싣는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이 지배구조를 단일주주 체제로 단순화하는 절차를 추진하면서 소매금융 철수 이후 이어져 온 한국 사업 재편이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나온다.

씨티은행은 8월28일 이사회를 열고 자기주식 취득 등의 방법으로 소수주주 보유 지분을 취득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소수주주 지분 취득 관련 사안을 전담할 특별위원회 설치도 승인했다. 특별위원회는 사외이사들로 구성되며 주식 취득 가격을 비롯한 거래조건의 공정성을 검토한다.

취득 수량과 금액, 기간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씨티은행은 특별위원회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이사회에서 세부 내용을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정리 대상인 소수주주 지분은 전체의 0.02% 수준이다. 8월28일 기준 소수주주 2823명이 보통주 6만3934주와 우선주 7465주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99.98%는 씨티그룹 측이 보유하고 있어 지분 취득이 마무리되면 단일주주 체제로 전환된다. 

소수주주 지분은 씨티그룹이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에도 남아 있던 물량으로 파악된다.

씨티그룹은 당시 한미은행 최대주주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를 통해 전체 지분의 97.5%를 확보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만5500원이었다. 한미은행은 같은 해 7월13일 상장폐지됐고 11월 한국씨티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상장폐지 이후에도 씨티그룹은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장외매수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2006년 3월 말 씨티그룹의 지분율은 99.94%까지 높아졌고 현재는 99.98%까지 올랐다. 현재 남아 있는 소수주주 지분은 20년 가까이 유지된 물량으로 평가된다.

씨티은행은 이번 결정을 소수주주 지분을 유지하는 데 따른 행정적 비효율을 해소하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체 지분의 0.02%를 2823명의 소수주주가 나눠 보유하고 있어 지분 규모에 비해 주주총회 소집과 통지, 의결권 확인 등에 많은 행정 절차가 매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랜 기간 주식 매수를 요청해 온 소수주주에게 지분을 현금화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소매금융 철수에 따른 사업구조 재편이 상당 부분 진행된 시점에 20년 넘게 남아 있던 소수주주 지분까지 정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2021년 소매금융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한 뒤 관련 자산과 영업 기반을 축소하는 한편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왔다. 당시부터 금융권에서는 장기적으로 국내 은행법인에서 외국은행 국내지점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으로 전환하면 한국씨티은행이라는 별도의 국내 법인 대신 해외 씨티은행 본점에 속한 국내 영업점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게 된다. 별도 법인에 필요한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간소화할 수 있는 만큼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업무 등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도 수월해질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의 단계적 폐지를 결정했을 때부터 지점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여겨졌다”며 “그동안 소매금융 관련 자산과 소수주주 지분 등 정리해야 할 사안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 지분 정리도 지점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배구조 재정비는 유 행장이 6년 임기의 마무리를 앞둔 시점에 추진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유 행장은 2020년 10월 행장에 올라 이듬해 씨티그룹이 결정한 소매금융의 단계적 폐지와 이에 따른 사업구조 재편을 이끌어 왔다. 

이 과정에서 유 행장은 소매금융 철수에 따른 조직과 사업구조의 변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기업금융 중심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성과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순이익 1867억 원을 거두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소매금융 축소에도 기업금융 부문의 성장과 함께 비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며 실적 개선을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유명순의 마지막 과제, '지배구조 재정비' 밑그림 그린다

▲ 한국씨티은행은 20년 넘게 남아 있던 소수주주 지분을 정리해 단일주주 체제로 전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 중심의 사업구조가 자리를 잡고 실적도 개선되면서 추가 연임을 기대할 만한 상황이지만 유 행장은 두 번째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기로 했다.

앞서 2023년 한 차례 연임한 유 행장의 임기는 올해 10월27일까지다. 씨티은행은 현재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경영승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씨티은행에서 최고경영자(CEO)가 장기간 재임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 행장이 스스로 퇴임을 결정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영구 전 행장은 2001년 한미은행장에 오른 뒤 씨티은행장을 포함해 5차례 연임하며 약 13년6개월 동안 은행을 이끌었다. 

금융권에서는 사업구조 재편이 상당 부분 진행된 가운데 지배구조 정비를 계기로 지점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유 행장의 퇴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씨티은행은 이번 소수주주 지분 취득을 지점 전환과 연결 짓는 데 선을 긋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소수주주 지분 매입은 지점 전환과 무관하며 이를 위한 사전 단계가 아니다”며 “소수 지분 구조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경영상 판단으로 지점 전환에 대해서는 현재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