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 증권사 연구원들이 이해관계를 고려해 대형 인공지능(AI) 기업들에 긍정적 투자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인공지능 시장 성장 기대감을 반영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메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내부. <메타>
그러나 기업과 금융기관들 사이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도 숨겨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월3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 계열 투자전문지 마켓워치는 “스페이스X의 상장 뒤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의 이해상충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6월 미국 증시에 상장해 750억 달러(약 103조 원)를 조달했다. 마켓워치는 22개 금융기관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5억 달러(약 6855억 원)의 수수료를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7월에는 증권사 및 투자기관의 보고서 발간이 허용되면서 스페이스X 목표주가가 잇따라 제시됐다. JP모간은 225달러, 도이체방크는 255달러를 각각 내놓았다.
증권사 레이먼드제임스는 목표주가를 800달러로 제시했고 씨티그룹은 장기 관점에서 스페이스X의 주가가 9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스페이스X 공모가가 135달러인데 7월에는 105달러 안팎까지 떨어졌고 8월31일 140달러 초반대에 장을 마감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공격적이고 낙관적 수준의 전망이다.
마켓워치는 이들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아직 유지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 관련 보고서를 낸 연구원들 가운데 75%가 긍정적 투자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스페이스X의 주가 상승에 이처럼 낙관적 전망이 제시된 배경은 투자은행들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증권사 및 투자기관에 소속된 연구원은 내부통제 규정에 따라 사업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투자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연구원이 대형 기업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부문을 담당했던 크레이그 코벤은 이와 관련해 “부정적 의견을 내면 기업 경영진과 소통할 기회를 잃을 수 있고 투자자 고객의 반발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워치는 특정 기업에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 연구원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직접 연락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제이 리터 플로리다대학교 IPO이니셔티브 책임자의 분석도 전했다.
연구원의 업무 성과와 보수는 기업 경영진과 얼마나 접촉하는지에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이 불편해할 내용을 보고서에 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스페이스XAI의 미국 '콜로서스' 데이터센터 사진. <스페이스X>
1990년대 말 통신 업종에서 증권사의 매수 의견을 받았던 여러 기업이 회계 스캔들을 겪고 파산에 이르기도 했던 사례가 대표적으로 지목됐다.
이후 증권사 연구원의 업무와 투자은행 업무를 분리하도록 하는 등 이와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이해상충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마켓워치는 결국 스페이스X를 비롯한 인공지능 관련 기업에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금융회사들이 상장 및 기업금융 업무에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두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이 실적 및 주가 전망에 사실상 긍정적 의견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며 이를 참고하는 투자자들에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리스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자들에도 중요하다. 빅테크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핵심 고객사들로 실적 성장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대체로 빅테크 기업 중심의 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반도체 산업도 호황기를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이러한 예측을 반영해 약 1년 전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업들이 데이터센터투자를 계획대로 이행하지 못하거나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로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를 늦추거나 계획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반도체 기업들도 직격타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이 이해관계를 고려해 이러한 리스크를 보고서에 언급하지 않거나 긍정적 전망만 제시하는 사례가 이어진다면 투자자들에 돌아오는 피해도 커질 수 있다.
마켓워치는 “월스트리트 증권가 연구원들은 인공지능 인프라 수요가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현재의 대규모 투자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8월31일(현지시각)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서한을 보내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세가 꺾이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