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와 국토교통부 장관을 동시에 교체하면서 부동산 정책의 실행 속도를 높이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 경제의 3%대 성장이 가시화하고 있지만 건설투자와 소비 등 내수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주택 조기 공급을 집값 안정뿐 아니라 내수 회복 수단으로까지 규정하면서 새 경제라인은 부동산 시장 안정과 함께 성장 온기 확산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경제라인 개각도 '부동산 속도전'에 초점, '주택공급'을 집값 넘어 내수회복 카드로

이재명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집값 안정뿐 아니라 내수 회복 수단으로 활용하며 새 경제라인에 실행 속도를 높이는 과제를 맡겼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정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이 전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로 이형일 재경부 1차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각각 지명한 것은 경제·부동산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집행력을 높이려는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 경제라인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 경제 관련 전망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8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5%에서 3.2%로 상향했다. 모건스탠리는 3.4%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성장률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경제 전반으로 온기가 고르게 퍼지는 모습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KDI는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민간소비 회복은 상대적으로 완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방 부동산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건설투자 증가율은 0.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이 주택 공급 확대를 부동산 가격 안정뿐 아니라 내수 회복과 연결하고 있는 것도 이런 경제 상황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단기적으로 보면 주택건설의 조기 확대가 내수부족과 K자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최적수단"이라며 "서울 수도권의 주택 조기 대량 공급은 양수겸장 정책이라 반드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택 공급을 늘려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주택건설 확대를 통해 부진한 내수를 보완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국토부의 주택공급 담당인력을 늘리고 가용택지를 소규모라도 추가로 발굴하도록 했으며 국무총리와 청와대가 공급 진행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을 뒷받침하는 금융과 투기수요를 자극하는 금융을 구분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주택 공급 증가와 청년 등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은 늘리면서 투기수요 억제 기조는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앞서 내놓은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도 수도권 주택 공급물량을 늘리는 동시에 인허가와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부총리와 국토부 장관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부동산 정책라인의 쇄신 성격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윤덕 국토부 장관의 후임으로 각각 현직 1차관과 2차관을 발탁했다. 수장은 바꾸되 정책을 직접 설계하고 집행해온 내부 관료를 승진시켜 정책 방향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연속성과 실행력에 무게를 둔 셈이다.

서은숙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날 YTN '뉴스스타트' 인터뷰에서 이번 인사를 두고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바꾼다기보다 집행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가 많이 보인다"고 바라봤다.

다만 이형일 후보자가 받아든 경제정책 과제는 부동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재명 경제라인 개각도 '부동산 속도전'에 초점, '주택공급'을 집값 넘어 내수회복 카드로

▲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7월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3·4·5 경제 대도약' 전략을 주도적으로 마련한 거시경제 정책 관료다.

이 후보자는 지명 직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3대 메가프로젝트 등으로 새로운 투자와 성장 기회를 창출해 잠재성장률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며 "성장의 온기가 온 국민에게 골고루 퍼질 수 있도록 반도체 호황 등으로 확보된 정책 여력을 바탕으로 양극화 극복 등 민생을 돌보기 위한 정책 노력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제운용 과제 가운데 부동산은 새 경제팀이 당장 대응해야 할 핵심 현안 가운데 하나다. 홍지선 후보자에게는 정부가 이미 마련한 공급계획을 실제 착공과 입주로 연결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홍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한 2018~2021년 경기도에서 철도항만물류국장과 도시주택실장 등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이번 정부에서는 국토부 2차관으로 도로·철도·항공과 건설 정책을 총괄했다.

홍 후보자는 31일 정부세종청사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주택 공급 방안을 신속히 이행하되 실제 현장에서 착공되고 입주에 이르기까지 실행력 있게 속도를 높이겠다"며 기존 공급대책의 실행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지방정부에서 중앙정부 정책이 현장에 반영되는 과정을 경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서울시와도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주택 공급 속도전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 정책 조율이라는 과제도 풀어야 한다.

김윤덕 전 국토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두 차례 만나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지만 용산공원 활용을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서울시는 탄천물재생센터 등 대체 부지를 제안했고 정비사업 규제 완화 방안을 두고도 세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급 목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방정부와의 이견과 인허가 등 현장의 병목을 풀어 실제 착공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가 새 경제라인의 정책 실행력을 가늠할 지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