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전력 장비 도입을 제한하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도 공급망 탈중국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춘 LG화학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미국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ESS 수요 확대로 분리막 사업이 성장하는 가운데 호재가 더해진 셈이다. 분리막 사업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우려되는 역래깅(원재료 고가 구입에 따른 수익성 악화) 부담을 상당부분 상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LG화학 ESS 수요 확대에 트럼프 '탈중국' 기류도 호재, 김동춘 하반기 석유화학 부진 부담 완화

김동춘 LG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분리막 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석유화학 부문에서 우려되는 역래깅 부담을 상쇄할 것으로 기대된다. < LG화학 >


28일 LG화학에 따르면 분리막과 양극재 등을 포함하는 첨단소재 생산설비의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바닥을 찍은 뒤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2026년 상반기 LG화학의 첨단소재 생산설비 평균 가동률은 55.4%를 기록했다. 2025년 3분기 47.5%와 비교해 7.9%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김 대표는 LG화학의 배터리 소재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육성해 왔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북미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등에 영향을 받아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올해 들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ESS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배터리 소재 사업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2027년에는 ESS 배터리 시장 규모가 전기차용 전지 수요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는 만큼 LG화학의 첨단소재 설비 가동률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변전소 변압기와 고전압 차단기, 리액터, 배터리 ESS, 캐패시터, 대형 발전기, 발전용 터빈,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외국산 대규모 전력 시스템용 전기 장비의 취득·수입·이전·설치를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김 대표가 추진하는 LG화학의 ESS 중심 성장동력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시장에서는 행정명령에 특정 국가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공급망 정책에서 일관되게 중국 의존 축소를 추진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 조치가 사실상 중국산 전력 장비를 겨냥한 것으로 바라봤다.
 
LG화학 ESS 수요 확대에 트럼프 '탈중국' 기류도 호재, 김동춘 하반기 석유화학 부진 부담 완화

▲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중국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김동춘 사장이 지난 6월 타운홀 미팅을 통해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소재, 항암 신약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설명하는 모습. < LG화학 >


중국 업체들은 2026년 상반기까지 북미 ESS 시장에서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중국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입 장벽은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장거리 송전과 고전압 대규모 전력망을 대상으로 규제가 이뤄져 ESS 수요 확대를 이끄는 데이터센터 공급 물량 확보에도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ESS 가치사슬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산 에너지 인프라가 우선 조달되도록 하는 연방조달규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LG화학에는 호재로 꼽힌다.

LG화학이 북미에 생산설비를 구축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소재 제품을 공급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북미 7번째 생산공장인 랜싱공장을 본격 가동하며 ESS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사업이 하반기 부정적인 '래깅 효과(Lagging effect)'로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만큼 김동춘 사장에게 첨단소재 부문의 안정적 수익 창출은 구조적 업황 부진을 견디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