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D 적층'·SK하이닉스 '어드밴스드 패키징', 엇갈린 차세대 HBM 기술 승부수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3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개막한 반도체 아키텍처 학회 '핫칩스 2026'에서 서로 다른 차세대 HBM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기술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연산칩 위에 메모리를 직접 올리는 '3D 적층' 구조 전환을 선언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기존 2.5D 패키징 공정을 극대화하며 생산 효율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24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3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개막한 반도체 아키텍처 학회 '핫 칩스 2026'에서 각각 차세대 HBM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한상욱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팀 테크니컬리더(TL)가 차세대 HBM인 'zHBM' 아키텍처를 소개했다.

zHBM은 기존 HBM이 연산칩(로직 다이) 옆에 나란히 배치되는 2.5D 방식이었던 것과 달리, 로직 다이 위에 메모리를 직접 3D로 쌓아 올리는 구조다.

zHBM은 메모리와 연산 장치의 데이터 이동 거리를 최소화해 지연 시간을 줄이고, 대역폭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높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zHBM 기반 시스템은 차세대 HBM인 HBM5(8세대) 대비 최대 8배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구조적 특성상 메모리 용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또 실제 양산 제품으로 결실을 보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욱 삼성전자 TL은 차세대 HBM 기술 전략을 소개하면서 "차세대 AI 아키텍처는 대역폭뿐 아니라 메모리 용량을 동시에 요구한다"며 "HBM 베이스다이에서 LPDDR이나 추가 HBM을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통해 기존 PCI익스프레스(PCIe) 방식보다 더 높은 대역폭과 낮은 지연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검증된 2.5D 구조를 유지한 채 패키징 공정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핫 칩스 주제 발표를 맡은 이재식 SK하이닉스 아메리카 패키지 엔지니어링 총괄 부사장은 다이 접합(본딩) 패키징 공정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방점을 찍었다.

SK하이닉스의 차기 HBM 기술 전략은 2층 이상의 스택 구조를 대비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과 칩을 쌓아 올린 뒤 액체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독자 공정 '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MR-MUF)'을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구조 자체를 완전히 바꾸기보다 기존 강점을 보유한 패키징 기술력을 더 개선해 수율과 기술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3D 적층'·SK하이닉스 '어드밴스드 패키징', 엇갈린 차세대 HBM 기술 승부수

▲ 김경륜 삼성전자 D램개발실 상무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FMS 2026' 행사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인공지능(AI) 가속기 위에 얹는 3차원(3D) 방식의 'zHBM'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두 기업의 상반된 차세대 HBM 기술 전략 속에서 시장 점유율 경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2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차세대 HBM 경쟁이 본궤도에 오르는 2027년에는 삼성전자가 41%를 차지하며, 점유율 39%의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위에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차세대 HBM 시장을 두고 두 회사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메모리 공급 부족 국면은 당분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라구 스리라메네니 마이크론 HBM 설계 아키텍처 펠로우는 이날 핫 칩스 학회에서 "인공지능(AI) 연산 성능은 2년마다 약 3배 향상되지만 HBM 대역폭은 같은 기간 2배 미만으로 늘고 있다"며 "AI 성능을 제한하는 '메모리 장벽'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7년 HBM 수요 증가율(56%) 대비 공급 증가율(50%)이 낮아 HBM4(6세대)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7년 HBM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각각 315%, 138%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 패권 경쟁은 개별 메모리 기업의 경쟁을 넘어 '연합전' 형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식 SK하이닉스 아메리카 부사장은 "HBM의 대역폭과 용량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지만 열과 전력, 패키징이 더 큰 과제가 될 것"이라며 "이제는 메모리 업체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고객과 파운드리, 패키징 업체가 함께 최적화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