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냉장고를 들어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미국 완성차 시장에서 경쟁하는 이들 기업이 휴머노이드 도입 여부에 따라 생산 효율을 각각 얼마나 개선할지 주목된다.
13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GM은 사람과 비슷한 형태의 휴머노이드보다 팔 형태의 로봇(코봇)을 자동차 생산 설비에 투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GM은 지난 6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공장에 일본 산업용 로봇기업 화낙사가 제조한 코봇 50대를 추가하고 차체 패널을 부착하는 작업에 투입했다.
스털링 앤더슨 GM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는 다리가 달린 휴머노이드보다 바퀴나 팔을 활용한 로봇이 실제 작업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포드 또한 과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동차 품질과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추진했지만 시스템이 오류를 일으키면서 대안으로 숙련 엔지니어 350명을 다시 채용했다.
이와 관련해 포드의 찰스 푼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엔지니어가 쌓은 경험을 등한시했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자동차 생산 현장에 직접 투입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공장인 메타플랜트(HMGMA)에 아틀라스를 우선 투입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8년까지 휴머노이드를 연간 3만 대 생산할 설비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테슬라도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이르면 이달 생산해 전기차 제조 공장에 활용할 방침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28일 진행한 지난해 4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전기차 공장을 개조해 옵티머스를 연간 100만 대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기한은 언급하지 않았다.
포드와 GM이 현대차나 테슬라보다 휴머노이드 도입에 소극적인 이유는 전기차 경쟁력과 공급망 열세에 놓인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 대부분은 전기차에도 탑재되는데 포드와 GM은 전기차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투자를 이어 가고 있고 테슬라는 전기차만 만든다.
휴머노이드 투입을 위한 비용과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지난 4월17일에 펴낸 보고서를 통해 “모터와 액추에이터(구동 장치) 및 영구 자석 등 휴머노이드 부품은 전기차의 공급망과 겹친다”고 설명했다.
▲ 산업용 로봇 코봇이 미국 미시간주 워런에 있는 GM의 자율 로보틱스 연구소에서 부품을 분류하고 있다. < GM >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보면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지난 6월16일 노조 연례 총회에서 휴머노이드와 관련해 “기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 지지에 미국 자동차 산업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GM과 포드로서는 로봇으로 노동자를 대체한다는 구상을 쉽게 꺼내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27일 미시간주 밀퍼드에 있는 GM의 자동차 시험 설비를 방문해 “일자리는 늘고 공장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생산 공정은 크게 '프레스(철판 자르기)-차체(골격 만들기)-도장(색 입히기)-의장(최종 조립)'의 4단계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프레스와 차체 및 도장 공정은 이미 로봇이 대부분 담당한다.
마지막 의장 공정만큼은 좁은 공간에서 배선을 연결하고 시트를 넣고 조이는 등 사람의 손이 필수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기술 발달로 의장 공정에도 휴머노이드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 GM과 포드는 이와 다른 다른 노선을 걷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자동차 공장은 이미 자동화 수준이 높은 만큼 남아 있는 작업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지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부품 분류나 운반처럼 단순한 작업에는 휴머노이드보다 기존 자동화 장비가 더 저렴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벤 암스트롱 산업성과센터 소장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휴머노이드는 100달러짜리 문제에 100만 달러를 쓰는 해결책”이라며 “자동차 산업 판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휴머노이드가 사람처럼 움직이고 손으로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높은 개발·도입 비용과 안전성, 유지보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 계열의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현재 휴머노이드 생산 단가는 1대당 20만 달러(약 2억8500만 원)에 달한다”며 “양산 능력도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결국 자동차 업계의 로봇 경쟁은 휴머노이드를 얼마나 많이 도입하느냐보다 기존 자동화 설비와 비교해 실제 생산 시간과 비용 및 품질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국제 로봇 연맹의 수잔 빌러 사무총장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현대차의 아틀라스는 휴머노이드가 실제 공장 환경에서 의도한 대로 작동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