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홈플러스 2천억 수혈로 영업재개, 고객들 회생 열쇠로 '가격·상품 구색·신뢰' 꼽았다

▲ 13일 서울 관악구 홈플러스 남현점 축산매대에서 고객들이 카트를 세워두고 상품을 고르고 있다. 홈플러스는 이날 임시휴업했던 전국 67개 점포를 정식 재개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문 닫았을 때는 인터넷으로 장을 봤어요. 다시 열었다고 해서 와봤는데 계속 올지는 가격이랑 물건을 봐야죠."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김모씨는 13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남현점에서 장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가 끌던 카트에는 한우와 복숭아, 우유가 담겨 있었다. 축산매대에서는 포장된 한우를 하나씩 들어 가격을 비교하는 고객들이 이어졌고 직원들은 고객이 가져간 상품의 빈자리를 다시 채웠다.

공식 휴업으로 멈춰 있던 홈플러스의 카트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한 날의 풍경이다.

홈플러스는 공식 휴업 이전부터 이미 영업에 차질을 겪고 있었다. 홈플러스는 2025년 12월 일부 상품 납품대금 지급 지연으로 상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2026년 6월에는 일부 점포에서 정육·채소 등 신선식품 매대에 텀블러와 주방용품을 대신 진열할 정도로 상품 공백이 커졌다.

홈플러스는 결국 운전자금 부족 등으로 7월13일 전국 67개 점포의 공식 휴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2천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한 덕분에 7일부터 휴업했던 일부 매장을 가개장한 뒤 상품을 다시 들이고 운영상태를 점검해 이날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갔다.
 
[현장] 홈플러스 2천억 수혈로 영업재개, 고객들 회생 열쇠로 '가격·상품 구색·신뢰' 꼽았다

▲ 13일 서울 관악구 홈플러스 남현점에서 직원들이 새로 입고된 상품 박스를 정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천억 원의 긴급운영자금을 확보한 뒤 상품 공급 정상화에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

다시 문을 여는 데는 성공했지만 홈플러스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서울회생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9월4일로, 앞으로 3주 동안 재개장이 실제 고객과 매출 회복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재개장 첫날 남현점에서 만난 고객들이 가장 먼저 입에 올린 회생 조건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박모씨는 "홈플러스가 쉬는 동안 다른 대형마트도 가보고 쿠팡으로도 주문했다"며 "한 번 다른 곳에서 장을 봐보니 꼭 홈플러스만 와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늘은 할인하는 게 많아서 왔다"며 "행사할 때 한 번 싸게 파는 것보다 평소에도 여기서 장을 보면 싸다는 생각이 들어야 계속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재개장 첫날 가격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평가를 의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멤버십 서비스인 마이홈플러스 회원에게 한우 전 품목을 최대 50% 할인하고 한돈 삼겹살과 목심도 할인 판매한다. 14일부터는 사흘 동안 '당당후라이드치킨'을 반값인 3490원에 내놓는다.

이날 축산코너는 남현점에서 고객의 움직임이 가장 분주한 곳 가운데 하나였다. 할인 안내판 아래에서 가격표를 확인한 뒤 카트에 고기를 담는 고객이 이어졌고 휴대전화로 다른 판매처의 가격을 찾아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현장] 홈플러스 2천억 수혈로 영업재개, 고객들 회생 열쇠로 '가격·상품 구색·신뢰' 꼽았다

▲ 13일 서울 관악구 홈플러스 남현점 냉동식품 매대 일부가 비어 있다. 정식 영업을 재개했지만 일부 상품군에서는 여전히 상품 공백이 눈에 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가격만 낮춘다고 고객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양모씨는 "홈플러스가 어려워진 뒤에는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일부러 왔다가 없어서 그냥 간 적도 있었다"며 "마트에 왔는데 살 게 없다는 생각이 들면 다음에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남현점에서는 이날 과일과 채소, 육류 등 신선식품 매대에 상품이 비교적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곳곳에서는 직원들이 상자를 뜯어 음료와 가공식품을 진열대에 옮겼다.

반면 일부 생활용품과 가공식품 매대에서는 상품 사이로 빈 공간이 보였다. 같은 상품을 여러 칸에 걸쳐 넓게 진열해 놓은 곳도 있어 수개월 동안 이어진 상품 공급 불안과 한 달의 공식 휴업 흔적이 완전히 지워진 모습은 아니었다.

상품을 얼마나 빨리 정상적으로 채우느냐는 고객 편의 이상의 문제다. 홈플러스가 회생 과정에서 내놓은 수익성 전망도 67개 핵심점포에 상품이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고객이 돌아온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67개 점포의 영업이 정상화되면 연간 800억 원대 영업이익을 낼 수 있고 3년 안에는 이를 1500억 원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을 제시했다. 재개장 뒤 3주의 매출 흐름은 이 계산이 실제 장사에서도 통하는지를 처음 확인하는 기간이 되는 셈이다.

공식 휴업 이전부터 상품 구색이 흔들리는 동안 다른 유통채널로 발길을 돌린 고객까지 다시 홈플러스에 되돌아올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30대 여성 김모씨는 "홈플러스가 쉬면서 생수나 라면부터 채소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해봤는데 생각보다 편했다"며 "앞으로도 무거운 물건은 온라인에서 사고 고기나 과일처럼 직접 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마트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보다 가격이 싸거나 여기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이 있어야 일부러 마트까지 올 이유가 생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가 재개장한 67개 점포 가운데 59곳에서 온라인 영업을 함께 되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오프라인 고객을 다시 불러들이는 동시에 상품 공급 차질과 공식 휴업을 거치며 온라인으로 옮겨간 장보기 수요까지 되찾아야 영업 정상화를 매출 회복으로 연결할 수 있다.
 
[현장] 홈플러스 2천억 수혈로 영업재개, 고객들 회생 열쇠로 '가격·상품 구색·신뢰' 꼽았다

▲ 13일 서울 관악구 홈플러스 남현점 계산대에서 고객들이 카트에 담은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재개장 이후 고객 유입을 실제 매출 회복으로 연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런 재개장 성적은 9월4일 회생계획안 가결을 넘어 홈플러스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홈플러스는 본사와 대형마트, 온라인 등 잔존사업부문의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67개 점포가 실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사업가치를 설명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계산을 마치고 매장을 나서던 70대 여성 노모씨는 카트에서 장바구니를 꺼내며 "여기가 없어지니까 가까운 곳에서 이것저것 한꺼번에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편했는지 알겠더라"며 "다시 연 건 반갑지만 이제는 물건도 제대로 있고 다음달에도 문이 열려 있다는 믿음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