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지켜내는 보루로 꼽히는 미국에서 ZTE와 TCL, 레노버 등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직면했다.
미국에서 입지를 지키지 못하면 스마트폰사업의 반등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LG전자는 중저가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며 점유율 방어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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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3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LG전자는 1월 미국 스마트폰시장에서 판매량 점유율 기준으로 10%를 차지해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낮았다. 글로벌에서 전체판매량은 368만 대로 지난해 1월보다 19% 급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G5의 실패로 스마트폰사업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승산이 있는 한국과 미국에 역량을 집중하는 변화를 추진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점유율이 3%까지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력인 미국에서마저 LG전자의 점유율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자칫하면 스마트폰사업의 반등이 어려워질 수 있는 위험에 놓였다.
미국을 포함한 북미시장은 LG전자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비중도 가장 높아 수익성 회복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부터 이어진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미국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이 12월 20%에서 1월 18%로 떨어졌다. 애플 점유율 역시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애플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미국에서 상위 3개 스마트폰업체의 점유율이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중국업체들에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ZTE와 TCL, 레노버와 대만 HTC 등 중화권기업들의 미국 점유율 총합은 19%로 이미 LG전자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ZTE는 미국에 일찍이 진출해 점유율 4위를 기록하며 LG전자를 가장 바짝 추격하고 있다. TCL은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블랙베리’, 레노버는 ‘모토로라’ 브랜드를 앞세워 인지도를 확보했다.
TCL은 이동통신박람회 ‘MWC2017’에서 블랙베리의 특징인 물리적 키보드를 부활한 신제품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레노버는 ‘모토로라의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며 레노버 브랜드를 제품에서 완전히 지우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 SA는 “서구권에서 유명한 브랜드를 앞세워 진출하는 것은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빠른 성장에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올해 대만 홍하이그룹의 노키아 스마트폰까지 가세하면 확대에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며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시장진입에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양위안칭 레노버 회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관계를 맺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랙베리 역시 트럼프 정부가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어 보안능력에서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는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오히려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랙베리는 TCL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브랜드뿐 아니라 보안소프트웨어 등을 직접 제공한다.
LG전자는 점점 거세지는 중국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올해 초부터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며 미국에서 점유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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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업체들이 MWC2017에서 선보인 블랙베리와 모토로라 브랜드 스마트폰. |
올해 LG전자가 미국에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은 MWC2017에서 공개된 X파워2를 포함한 X시리즈와 K시리즈, ‘스타일로’ 신제품 등이다. 카메라 평균성능을 대폭 높여 경쟁력 확보에 힘썼다.
전자전문매체 아이테크포스트는 “LG전자의 올해 신제품은 중저가 스마트폰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만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틈새공략을 노린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출시를 늘리며 성능을 강화할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LG전자는 미국에서 점유율 방어로 브랜드 인지도를 유지하는 것이 절실한 만큼 공격적인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투자는 LG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신제품에 힘입어 1분기 미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분기보다 20% 늘어나며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이 더 늘어나지는 않은 만큼 수익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각 시장에 맞는 중저가제품을 출시하는 맞춤형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