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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도와 베트남 시장 투자를 늘리며 신남방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남방 시장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의 영향을 미국과 유럽보다 적게 받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 글로벌 판매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은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질 때마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판매량 감소로까지 이어질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신남방 시장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의 영향을 미국과 유럽보다 적게 받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판매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도와 베트남이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신흥 시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출 거점 등으로 활용할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그룹의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장이 인도와 베트남 시장에는 앞으로도 계속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는 현대차그룹이 30년 전부터 꾸준히 공들여 온 시장이다. 지난해 현대차 글로벌 전체 판매 가운데 미국, 한국, 유럽에 이어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현대차는 1996년 5월 현지 법인 설립 이후 인도에 4070억 루피(6조3004억 원)를 투자했다. 정 회장은 2030년까지 인도에 4500억 루피(6조9660억 원)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투자한 것보다 앞으로 5년 동안 투자할 규모가 더 크다는 점에서 정 회장이 인도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7조 원에 가까운 자금은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R&D), 전기차 등 미래모빌리티 경쟁력 강화 등에 사용된다.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큰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는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인도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1천 명당 34대 수준에 그쳐 있다. 미국이 772대, 유럽연합(EU)이 560대, 한국이 455대인 것과 비교하면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6년 1월12일 기아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에 설치된 신입사원 교육훈련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인도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량은 연평균 13.3%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전기차 시장 규모는 연평균 57.2%로 성장해 2033년에는 1744억2천만 달러(262조8684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신차 26종을 투입해 판매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57만1878대를 판매하며 판매 순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4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5.5%, 시장 점유율은 0.5% 포인트 줄었다. 다만 현대차·기아 합산 판매량으로는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도 정 회장이 미래 주요 거점으로 점찍은 곳이다.
현재는 베트남 현지에서 판매만 이뤄지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성 김 현대차그룹 전략기획담당 사장이 동행하면서 생산·수출 거점으로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성 김 사장은 방문 당시 베트남 정부 관계자와 현지 협력사 등을 만나 자동차 산업 협력과 친환경차 분야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베트남에서 높은 판매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5만3229대를 판매하며 현지 자동차 업체 빈패스트, 도요타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기아 합산 판매량으로는 빈패스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도요타, 혼다, 마쯔다 등 일본 자동차 기업들의 텃밭으로 불려왔다. 지난해 판매 순위 톱10도 빈패스트, 현대차, 포드, 기아를 제외하고 모두 일본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 정부가 최근 빈패스트를 중심으로 전기차 전환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앞으로 베트남 판매량 확대에서 현대차그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전환을 늦추고 있음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베트남 전기차 시장 규모가 지난해 29억3천만 달러(4조4117억 원)에서 2030년 66억9천만 달러(10조731억 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베트남의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2%를 기록했다.
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성장 초기를 지나 시장 성숙과 함께 전동화 전환이 함께 이뤄지는 구조적 변화 시기에 들어섰다”며 “높은 전기차 판매 비중과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아시아에서 대표적 전기차 성장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