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가 투자한 명품 플랫폼 '발란'이 파산한 점을 놓고 실리콘투의 투자를 당분간은 본업인 '뷰티'에 다시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김 대표는 2025년 3월 발란에 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며 명품·의류 분야로 사업 확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발란 회생 절차 과정에서 75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당분간 비주력 사업이 아닌 주력 사업 뷰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달 최종 파산 선고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최대 채권자'였던 실리콘투가 회생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발란의 회생계획안은 지난달 5일 열린 관계인집회에서 동의율 35%에 그치며 부결됐다. 회생안이 가결되려면 의결권을 보유한 채권자의 66.7%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주요 채권자인 실리콘투가 반대표를 던지며 결과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실리콘투는 전체 의결권의 24.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채권자다. 사실상 실리콘투의 동의없이는 회생안이 통과가 어려운 구조다.
발란은 회생안이 부결되자 법원이 직권으로 인가하는 '강제인가'를 희망했지만 법원은 지난달 24일 파산을 선고했다.
김 대표는 발란이 회생 절차를 밟기 직전인 2025년 3월 총 150억 원 투자를 결정했다. 75억 원을 먼저 투자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나머지를 추가 투자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발란이 이미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었던 만큼 실리콘투 입장에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던 것으로 보인다. 발란은 2021년 186억 원, 2022년 374억 원, 2023년 1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당시 실리콘투가 뷰티가 아닌 영역에 이전보다 큰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실리콘투는 2024년 6월 캐나다 K뷰티 채널 '수코시 마트'에 77억 원, 9월 국내 화장품 브랜드 '히야' 운영사 '온리니'에 10억 원, 11월에는 영국 오프라인 매장 '모이다' 유통망 '메이드바이네이처'에 20억 원을 투자해 지분을 취득했다.
뷰티 이외 분야의 투자로는 2022년 2월 K팝 빅데이터 기업 '한터글로벌'에 5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발란 투자는 분야와 규모 면에서 이전 사례와 차이가 크다.
▲ 김 대표는 발란을 통해 사업 영역 확장을 구상했지만 발란의 파산으로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실리콘투 물류창고. <실리콘투>
김 대표는 발란을 통해 사업 영역을 명품·의류로 넓히고 기존 해외 유통 역량을 활용해 사업 다변화를 구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리콘투는 미국·유럽·중동 등에서 물류 인프라와 현지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김 대표는 이러한 인프라를 명품 카테고리에도 적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발란이 보유한 이탈리아 중심의 유럽 명품 유통사 네트워크를 확보하면 실리콘투 자체의 공급망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명품 공급 기반을 확보하면 화장품 외 품목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초 열린 실리콘투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은 "K뷰티와 이탈리아 명품의 유통 구조가 상당히 닮아 있다"고 언급하며 투자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투자 한 달 만에 발란이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김 대표의 사업 확장 구상은 제동이 걸렸다.
2차 투자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1차 투자금 75억 원은 발란이 파산하면서 사실상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김 대표가 새로운 영역 확장보다 당분간 본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리콘투가 발란을 직접 인수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실제 인수로 이어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발란이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업계에서는 실리콘투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2차 투자까지 마무리되면 최대주주에 오르는 구조였던 만큼 앞선 투자가 인수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었다.
이후 회생절차 과정에서 투자사 아시아어드바이저스코리아(AKK)가 인수대금 22억 원을 완납했지만 실리콘투는 최대 채권자임에도 회생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김 대표의 투자 전략이 뷰티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실리콘투는 지난해 10월 화장품 기업 '픽톤' 지분 일부를 매각해 약 130억 원을 회수했다.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픽톤에 약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초기 투자금과 비교해 13배 수준의 수익을 거둔 것이다.
실리콘투 관계자는 "현재 명품이나 의류 분야로의 확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발란 회생과 관련한 75억 원 손실을 반영했으며 향후 변제 결과에 따라 최종 규모가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