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케이블방송상품과 SK텔레콤의 이동통신상품 등을 묶어 판매할 때 적용되는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기존과 정책과 달리 협상기간 등을 명시하고 있어 앞으로 케이블방송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실질적으로 보탬이 될 수 있다.

미래부는 13일 케이블방송회사가 SK텔레콤에 결합상품 판매를 요청하면 SK텔레콤이 현재 적용하고 있는 할인율을 케이블방송회사와의 묶음상품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동등결합판매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미래부는 이 방안을 기초로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안을 만들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확정된 정책은 케이블방송회사들과 현재 동등결합상품 의무사업자로 지정돼 있는 SK텔레콤에게 각각 적용된다.

미래부는 이번 가이드라인에 SK텔레콤이 케이블방송회사와 묶음상품을 구성할 때 현재 계열사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 결합상품의 할인율 등 거래조건을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SK텔레콤과 케이블방송회사가 결합상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도 제시됐다.

케이블방송회사는 협정체결 희망일보다 90일 전에 SK텔레콤에게 결합상품 제공을 요청해야 하고 SK텔레콤은 요청을 받은 뒤부터 30일 안에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또 협정체결 희망일부터 180일이 지나기 전에 결합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이 최종안에 담기면 앞으로 SK텔레콤의 이동통신상품과 케이블방송회사의 유선상품이 결합된 상품이 빠른 시일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미래부의 관련 정책에는 동등결합이라는 원칙만 제시됐을 뿐 협상기간 등에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협상이 지연되는 결과를 낳았다.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그동안 관련 정책에 애매한 부분이 많아 동등결합상품 협상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기존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왔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주요 케이블방송회사는 정책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데 발맞춰 서로 협력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딜라이브 등 6개 케이블방송회사들은 13일 동등결합상품을 내년 2월에 내놓는 데 협력한다는 협정을 맺었다.

이 회사들은 현재 SK텔레콤이 운영하고 있는 결합상품인 ‘온가족플랜’과 비슷한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현재 온가족플랜 가입자는 가족들이 보유한 이동전화 회선수와 인터넷상품 종류에 따라 매달 이용요금에서 7천~3만6천 원을 할인받고 있다.

동등결합상품이 활성화하면 케이블방송회사들은 인터넷방송(IPTV)과 경쟁에서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지난 몇년 동안 케이블방송 가입자는 계속 감소하는 반면 인터넷방송 가입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졌는데 이동통신회사들이 이동통신상품과 유선상품을 결합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유무선 결합상품 때문에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이 유료방송시장으로 전이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만 유료방송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다른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케이블방송회사가 이동통신회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펼치기 위해 첫 단추가 꿰어지는 셈”이라며 “하지만 SK텔레콤이 이동통신 가입자의 절반 정도만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케이블방송회사가 KT, LG유플러스와도 동등결합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