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3-09-19 1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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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전임 대통령들이 활동폭을 늘리고 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는 현실정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유독 전임 대통령들의 행보가 정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임 대통령들의 ‘총선 역할론’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9월17일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에서 열린 ‘민족의 장군 홍범도’ 평전을 펴낸 이동순 시인 초청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이 공식행사 참석을 위해 서울을 방문한 것은 지난해 5월 퇴임 뒤로 처음이다. 이번 행사는 김대중 재단과 노무현 재단 등이 공동 주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이 구성한 정책포럼 ‘사의재’ 또한 공동주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은 서울 방문을 계기로 단식 도중 병원에 후송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병문안도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문 전 대통령의 방문이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은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모양새다. 17일 자신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에서 홍범도 장군 평전을 쓴 작가를 초청하는 문화 행사를 열었다. 윤석열 정부의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SNS에서는 정치 현안에 자신의 의견을 얹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 목소리를 낸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조작 감사결과를 발표하자 17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를 공유하며 반박에 나섰다.
8월13일에는 2023 새만금 스카우트잼버리 사태가 터지자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며 “(2023 새만금 스카우트 잼버리) 유치 대통령으로서 사과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8월24일 “나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보도 최근 늘어나는 모양새다. 전임 대통령의 총선 역할론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9월12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2일 제주도에서 열린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공개 연설은 2018년 뇌물 및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래 5년 만이며 지난해 사면·복권을 받은 이후 첫 공식연설이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수년 동안 오지 여행을 하느라고 여러분을 볼 수가 없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수감생활을 오지 여행에 빗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46용사·연평도 포격 도발 희생자 묘역을 참배하며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5월엔 서울시장 재임 당시 청계천 복원 사업에 함께했던 서울시 공무원 모임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 구성원들과 청계천을 찾았다. 청계천 개복 사업은 버스 준공영제와 함께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치적으로 꼽히는 사업이다.
그는 청계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어려울 때니까 힘을 좀 모아줘야 한다. 대통령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행되던 1월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축사를 보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하나 된 국민의힘’을 만들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김 의원이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16일에는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통령과 만났다며 "내년 선거가 중요한데 윤 대통령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걱정"이라는 이 전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여전히 현실정치를 향한 관심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박 전 대통령은 올해 4월11일 대구 팔공산 동화사를 찾으며 공식행보를 시작해 4개월 뒤인 8월15일에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9월13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9월13일에는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회동 제의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보수 대통합’에 박 전 대통령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전임 대통령들은 퇴임 뒤 대체로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다만 선거 정국에서 전임 대통령의 목소리가 커지는 사례는 과거에도 없지 않았다.
대표적으로는 2007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국회의원 선거가 꼽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중도통합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의 갈등 상황에서 민주신당의 손을 들어주면서 선거 정국에 깊게 개입했다.
그는 2007년 8월23일 열린우리당 전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일부 지도자들이 민주당의 전통에서 벗어났다”며 조순형 중도통합민주당 의원을 비판했다. 같은 해 8월26일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후보로 나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만나 “결국 우리를 지지하는 모든 국민이 대통합을 지지할 것”이라며 민주신당에 힘을 실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또한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2012년 대선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8년 3월18일 한나라당 총선 공천을 두고 “민의를 전혀 존중하지 않은 공천이기 때문에 아주 실패한 공천, 잘못한 공천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