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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히어로](4)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광물로, MS가 투자한 클라임웍스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2-21 16: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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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히어로](4)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광물로, MS가 투자한 클라임웍스 
▲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탄소포집 및 저장시설 '오르카(Orca)'의 모습. 스위스의 스타트업 클라임웍스는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클라임웍스> 
[비즈니스포스트] 회계, 재무 관련 종사자들이 흔히 쓰는 표현 중에 ‘네팅친다’는 말이 있다.

회계상 기업 사이 거래 등을 통해 오고 갈 돈을 서로 상쇄해 간략하게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순(純)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넷(net)에서 유래했다.

근래에 대중이 가장 빈번하게 이 단어를 마주하는 순간은 아마도 탄소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Net Zero)’일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네팅’ 쳐서 0을 만들려면 산업활동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배출된 만큼의 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탄소 흡수를 위한 기술의 개발에 일론 머스크가 1억 달러, 1300억 원에 가까운 상금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세계에서 탄소흡수 관련 기술에서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으로는 스위스의 스타트업 ‘클라임웍스’가 꼽힌다.

◆ 대기 속에서 4천 톤 탄소를 빨아들여 저장하는 '오르카' 

아이슬란드에는 세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설이 자리해 있다.

바로 클라임웍스가 운영하는 ‘오르카(Orca)’다.

오르카는 연간 4천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저장하는 시설로 2021년 9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클라임웍스가 세계 15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탄소포집 시설 가운데 오르카는 탄소포집 규모가 가장 크다. 또 유일하게 상업용으로 운용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재생에너지로 전력수요를 모두 충당하는 국가인 만큼 오르카를 통한 이산화탄소 제거 과정에 쓰이는 에너지가 모두 청정에너지라는 점도 중요하다.

세계에서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360억 톤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설 하나를 통한 탄소 흡수량이 미미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시설당 탄소포집 규모는 빠르게 늘어갈 가능성이 크다.

클라임웍스는 현재 아이슬란드에 오르카의 9배에 이르는, 연간 3만6천 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맘모스(Mammoth)’를 짓고 있다.

맘모스는 2022년 6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는데 준공까지 18~24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클라임웍스는 맘모스 프로젝트를 놓고 “2030년에 수백만 톤, 2050년에 10억 톤 수준의 탄소제거 규모를 달성하려는 클라임웍스의 야심 찬 확장 계획을 대표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넷제로히어로](4)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광물로, MS가 투자한 클라임웍스 
▲ 클라임웍스가 짓고 있는 새로운 탄소포집 및 저장시설 '맘모스'의 예상도. <클라임웍스>
◆ 직접공기포집, 지구 어느 곳에서나 탄소흡수 효과 볼 수 있어 

클라임웍스의 탄소제거 시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직접공기포집 (DAC, Direct Air Capture)’ 방식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기존의 이산화탄소 포집 시설은 탄소배출원과 함께 설치돼야 한다는 장소적 제약이 있다.

하지만 대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법은 세계 어느 곳에든 설치될 수 있다.

클라임웍스의 이산화탄소 제거 방식은 포집뿐 아니라 저장 방식에서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까지는 대체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온실 속 식물 재배에 사용하거나 탄산 음료 제조를 위한 재료를 사용하는 등 방식으로 처리했다. 이들 방식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결국 다시 대기로 방출하게 된다.

기존에 천연가스 등이 있던 지하공간에 이산화탄소를 보관하는 방법도 추진되고 있으나 이 방법은 장소 물색을 위한 탐사, 이산화탄소의 활용 등에서 한계가 있다.

클라임웍스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처리를 한 뒤 지하로 보내 현무암과 섞는다. 2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는 탄산염 광물로 바뀌어 지하에 저장된다. 저장된 탄산염 광물은 다신 산업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 MS, 스위스리 등 세계 주요 기업들 연이어 투자

클라임웍스의 아이디어에 가장 크게 반응한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1월에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선다며 2030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자해 넷제로를 넘어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보다 흡수량을 더 늘려 마이크로소프트가 1975년 창사 이후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2050년까지 모두 제거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소 네거티브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부터 투자를 진행한 곳이 바로 클라임웍스다.

마이크로소프트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재보험회사인 스위스리, 캐나다 전자상거래 기업 쇼피파이 등 다양한 기업들이 클라임웍스에 투자하고 있다.

클라임웍스가 마이크로소프트 외에 기업으로부터 투자받은 금액도 7억8천만 달러에 이른다.
 
[넷제로히어로](4)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광물로, MS가 투자한 클라임웍스 
▲ 클라임웍스의 창업자인 크리스토프 게발트(왼쪽)와 얀 부르츠바허. <클라임웍스>
◆ 탄소 흡수기술, 넷제로 달성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기술 과제

탄소 흡수 및 제거 기술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22년 4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필수 기술로 탄소포집 기술을 제시했다.

반면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탄소흡수, 탄소배출권 등을 놓고 ‘탄소배출을 위한 면죄부’, ‘오염시킬 권리’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의 기후대응 목표가 왜 ‘배출량(emission) 제로’가 아니라 ‘넷제로(Net Zero)’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인류의 모든 활동은 결국 탄소 배출을 수반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람이 숨을 쉴 때도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탄소 배출량의 감축에만 집중해 넷제로를 달성하자는 주장은 현재 세계 각지의 대부분 산업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넷제로’는 배출량의 감축과 흡수 및 제거량의 확대가 함께 진행돼야 이룰 수 있는 과제인 셈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이산화탄소의 흡수 규모를 늘리는 일이 불가피한 만큼 각국의 탄소 관련 규제와 무역장벽은 점차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 강화는 탄소배출권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탄소포집 및 저장 기술의 가치도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기관인 BBC리서치는 2021년에 26억 달러 규모였던 탄소포집 시장 규모가 2026년에는 5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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