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7월1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카르키프 지역에서 미국에서 지원 받은 M777 곡사포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HIMARS(다탄두 로킷 발사기)를 포함해 서구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증강에 큰 도움이 됐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서기 234년 제갈량은 오장원에 진을 치고 위나라를 공격했으나 사마의의 위군은 진지에서 나오지 않고 방어에만 몰두했다.
제갈량은 사신을 통해 사마의에게 여자 옷과 여자들이 쓰는 두건(女衣巾帼)을 보냈다. 계집애 같이 행동하고 있다는 조롱이자, 장수의 감정을 자극시켜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격장지계였다.
사마의 휘하 장군들은 분노하여 출병을 요청했으나 사마의는 일소에 붙였다(장군들의 반발은 꽤 심했던 것 같다. 사마의는 위 황제 조예에게 표를 보내 대응을 묻는 형식을 갖추기까지 했다).
보이지도 않는 포탄에 맞아죽은 요즘의 전장과는 달리, 눈 앞에서 칼을 휘두르며 생사를 결정짓는 옛 전쟁터에서는 군사란 ‘상남자’였고, 그래야만 했지만, 사마의는 참을 줄 알았다. 그는 기다리면 결국 자신이 승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국 제갈량은 위군을 끌어내지 못하고 오장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사마의는 전쟁은 자존심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자병법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전쟁은 ‘속임수’이기는 하지만, 심리전이 전세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차라리 헤겔이 말한 것처럼, ‘무기는 무인의 본질이다’. 무슨 트릭을 걸든, 결국 ‘센 놈’이 이기며, 더 센 무기를 갖고 있는 쪽이 승리한다. 심리도 무기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그 중 하나’(one of them)일 뿐이다. 더구나 Khinzal(러시아 초음속 미사일)과 HIMARS가 오가는 현대전에서 ‘심리’가 움직일 자리는 없다.
물론 현대의 전면전(total war)에서는 전투 현장의 ‘심리’를 목표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Total war(이 개념은 정말 기괴하기는 하지만, 전쟁에서 이겨본 적이라고는 없는 이탈리아 군이 1차 대전 직후 고안한 전쟁이론이다)는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후방의 민간인(사회)들의 ‘정치적 의지’를 타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컨대 미국과 유럽(그리고 일본, 호주, 한국 등)의 대러시아 제재와 사상 최대의 프로파갠더는 러시아 사회를 흔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즉, 이미 러시아와 서구는 전쟁 중이다. 단지 hybrid war이기 때문에 당장 눈 앞에서 포탄이 터지는 것을 못볼 뿐이다).
전쟁 상대국의 인민의 ‘정치적 의지’(political will)를 무너뜨리는 수단들은 당연히 cost/benefit을 계산해야 한다. 그리고 적국의 인민들보다 자국의 인민들의 손실이 더 큰 수단이라면 이 수단은 사용될 수 없다. 왜냐하면 오히려 자국 인민들의 전쟁 의지를 더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2차대전 당시 나치 제국이 충분히 생화학 무기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1차대전 때는 미친 듯이 쏴댔다) 그것이 전투 현장에서나 혹은 후방에서나 의도한 목적(전쟁 지속 의지의 분쇄)을 달성할 수 없으며, 오히려 상대국에게서 동일한 반격을 받음으로써 자신들이 손해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다(그런 점에서 2차 대전 말기에 히틀러가 제 정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부는 최소한도의 이성적 계산은 하고 있었다. 2차 대전을 히틀러의 개인적 ‘광기’로 설명하는 것은 매우 유치한 발상이다).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미국과 유럽(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행동들은 cost/benefit으로 설명하기 매우 어렵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독일의 올라프 총리가 스스로 실토한 것처럼, 대러시아 제재는 러시아보다도 독일에 더 손실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인들의 ‘정치적 의지’는 아직도 높으며, 집권 사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는 있지만, 강경파인 녹색당의 지지율은 전쟁 전보다 여전히 높은 상태다(최근 다소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다).
이걸 단순히 판단 미스라고 보기도 어렵다. 만일 그저 계산 착오였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우아하게 궤도를 수정할 방법들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해 천연가스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는 서구 언론들의 주장과는 달리, 러시아는 적어도 기술적으로 그리고 계약 조건에 의거해서는, 단 한 번도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적이 없다.
오히려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유럽이며, 러시아는 단지 대금 지불 방식을 러시아천연가스공사(로즈프롬) 계좌에 입금할 것을 요구한 것뿐이다(혹은 루블로 지불하거나). 그리고 계약 조건 상 이는 합법적이다.
역설적으로 유럽사법재판소의 천연가스 계약 변경 관련 판례가 있는데(2019년), 우스꽝스럽게도 이 판례는 당시 폴란드가 러시아와 맺은 천연가스 장기 공급 가격이 현물 시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면서(당시는 천연가스 현물 시장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계약 일방이 임의적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고 유럽사법재판소는 이를 인정했다.
이 판례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 변경’ 사유가 있는 한, 일방적인 계약 조건 변경(요구)은 가능하다. 게다가 러시아가 유럽과 맺은 장기 공급 계약에는 모두 경제 제재에 대한 단서 조항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로서는 계약을 어긴 것이 아니다. 이것이 유럽이 러시아의 루블화 지불 정책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유럽 국가들은 모두 러시아의 요구(루블화 지급, 혹은 로즈프롬 계좌에 유로화로 납입)를 수용한 상태다. 그렇다면 러시아의 공급 중단 뉴스는 어찌 된 것일까?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파이프라인은 3개가 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라인의 절반은 전쟁 직후 우크라이나가 끊어버렸다. 루한스크 자치공화국 내에 천연가스 운송 통제소가 있는 라인만 끊었기 때문에 여전히 절반은 작동하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고 우크라이나를 통해 동구권 국가와 이탈리아로 공급되는 물량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운송료를 받고 있다.
또 다른 라인은 폴란드를 지나 독일로 향하는 것인데, 이 역시 폴란드가 개전 직후 폐쇄해 버렸다.
독일에게 남은 라인은 노스스트림1인데, 장비(가스터빈) 정비를 놓고 러시아와 독일이 갈등을 빚고 있다. 독일은 예정대로 다 수리했는데 러시아가 납품받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러시아는 법적인 서류(보증서 및 소유권 확인서)가 동봉되지 않았다며 받아치고 있다.
계약법 상으로는 러시아 쪽에 정당성이 있다. 만일 유럽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장비가 경제제재 대상이라면 러시아는 소유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게다가 러시아는 품질 보증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에 이란이 독일 기업인 지멘스에 원심분리기 수리를 맡겼다가 여기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미국이 스턱스넷(stuxnet)이라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퍼뜨려 이란 경제가 거의 마비 상태에 빠진 경험이 있다.
그래서 노스스트림의 20% 정도만이 가동되고 있을 뿐인데, 러시아로서는 이 정도만 해도 재정을 충족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천연가스 현물 가격이 2010년 평균 가격 대비 약 14배 상승했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유럽의 계산 미스는 아니다. 왜냐하면, 독일은 얼마든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9월 완공된 노스스트림2 파이프라인을 통하면 된다. 이 라인은 완공에도 불구하고 독일 쪽이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러시아는 이미 승인했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8월3일(현지시각) 서부 뮐하임안데어루르에 있는 지멘스 에너지 공장에 캐나다에서 수리를 마친 뒤 보관되고 있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터빈을 살펴보고 있다. 이 터빈 정비를 놓고 러시아와 독일이 갈등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
그리고 푸틴은 독일을 향해 노스스트림1에 문제가 생겨 공급에 차질을 빚거든 노스스트림2를 이용하라고 이미 말한 바가 있다. 그런데 독일에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즉 노스스트림2를 사용할 의도가 전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이 온다’는 공포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독일 산업이 파탄에 빠질 위험에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이는 다소 과장된 것이다. 독일의 천연가스 재고율은 현재 약 78%에 달한다. 91% 정도가 겨울 대비 정상 재고비율이다. 따라서 엄청난 공급 부족 사태가 예견되지는 않는다. 극심한 한파가 몰려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독일은 여전히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유럽의 천연가스난, 나아가 에너지난은 ‘우발적’인 것, 또는 ‘계산 미스’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의도적인 것 또는 감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해서, 유럽 지배층의 ‘정치적 의지’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유럽의 인민들의 ‘정치적 의지’는 이제 막 시험대에 오른 것에 불과하다.
겨울을 버틸 수 있을까? 추위와 인플레를 감내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는 지속적으로 고양되어야만 하며, 이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더 지속/확대되거나 혹은 더 ‘지저분’해져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total war의 전술들은 역설적으로, 적국을 향해서라기보다는, 자국(인민들)을 향해서 겨냥되어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가 더 공격적으로, 지금과 같은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또는 유럽인들의 정치적 의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방적으로 패배하기만 하는 지루한 소모전이 아닌) 뭔가 ‘화끈한’ 전투가 필요하다.
‘테러’가 출발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자프로졔 원전은 그다지 성공적인 프로파갠더가 아니었다. 원전 공격의 근본 원인은 러시아가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것을 중단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고 있으며, 이 전기를 유럽에 판매하고 있다. 자프로졔 원전 전기는 루마니아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우크라이나로서는 유력한 외화 벌이 수단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다.
UN 사찰단(IAEA 사찰단)이 ‘수일 내에’ 현지를 방문해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가능하지 않은 얘기다. 러시아는 지난 4월과 6월에 이미 IAEA에 원자력 발전소 조사를 요청한 바 있으며, 단지 사찰단의 원전 방문 경로를 러시아 쪽에서 관할하겠다고 했다(러시아는 공개적으로 IAEA 사찰단이 도중에 공격을 받고 이를 러시아의 소행이라고 뒤집어 씌울 역공작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IAEA의 조사를 반대했었다. 왜냐하면 러시아의 원전 점유를 사실상 인정하게 되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자포르졔 원전 공격은 러시아가 이 발전소의 전기를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공급하지 않는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까닭에 이 일련의 사건은 프로파갠더로서는 성공적이기 어렵다. 아무리 정치적 의지가 넘쳐도 러시아가 자신들이 점령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스스로 공격하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에 하나 잘못되면, 그 후폭풍이 너무 크다.
지난 주말 모스크바에서의 다리야 두기나 폭탄 테러 사건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서구 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그의 아버지인 알렉산드르 두긴은 푸틴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 민족주의 강경파에 속하기는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지난 2014년 모스크바 국립대학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그 이후 사실상 러시아 국영언론에는 출연이 봉쇄되어 있었다.
아마도 바로 그 때문에 테러의 대상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러시아에서 푸틴에 대한 정치적 지지도는 매우 높지만, 국민들이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불만은 푸틴이 서구나 우크라이나에 대해 너무 ‘부드럽다’는 것이다. 푸틴은 내각이나 의회의 다른 인물들에 비해서는 ‘온건파’에 속한다(놀라지 말라. 푸틴은 정말 온건파다).
따라서 ‘푸틴의 두뇌’라든가, ‘푸틴의 멘토’ 같은 용어들은 언론들이 아무 지식이 없거나, 혹은 아무 생각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며 푸틴이 이 때문에 격분하여 ‘상남자’다움을 보여줄 근거도 되지 못한다. 다만 러시아 인민들로서는 이 같은 수도 한 복판에서의 테러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아무런 추가적인 공격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외적으로도 푸틴의 ‘남성적 이미지’(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toxic masculinity라고 불렀던 것)에 큰 흠집을 남길 수 있다. 즉 이 테러는 푸틴의 ‘자존심’을 겨냥한 것이다.
푸틴이 여기에 반응할까? 푸틴은 실용적이며, 자신을 숨길 줄 아는 인물이다. 아마 그에게 여의건괵이 왔더라도 그는 사마의와 동일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러시아는 하던대로 계속할 것이다. 거의 기계적이며, 이게 가장 무서운 점이다.
벨라루스에 러시아군이 대규모로 집결하고 있다는 뉴스가 있다. 아직 공식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만일 이 뉴스가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서부 카르코프 지역을 공격할 것이다(9월 하순으로 예상한다). 또한 러시아 군이 남부의 니콜라예프 교외까지 진격했는데 이 도시가 함락되면 오뎃사까지는 일사천리로 다가갈 수 있다.
평화협정이 조만간 이뤄지지 못한다면, 9월 하순부터 11월까지는 전쟁은 확대될 것이며, 반면 지난 주부터 미국과 유럽계 은행들이 러시아 국채 거래를 재개했다거나 '오는 11월 G20 정상회담에 푸틴이 참석키로 했다'는 도도 죠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발언은 휴전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재 양쪽(러시아와 미국)은 물밑 협상 중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들은 존재한다. 동시에 협상이 어그러질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아직은 미래를 점치기 힘들다.
지난 며칠 동안의 글로벌 경제지표는 하도 나빠서 좀 언급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 S&P 서비스 구매관리자 지수(PMI)는 좀 눈여겨 볼 만한데, 예상치를 한참 하회하는 44.1(지난 7월 47.3)를 기록했다. 이 정도 수준은 경기 침체기가 아니고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반면 제조업 PMI는 51.3(7월 52.2)로 아직은 추세선인 50을 넘고 있기는 하다. 유럽 PMI도 49.2로 추세선을 하회했고, 그러나 중국 PMI는 54.9, 글로벌 PMI는 50.1로 아직은 침체를 예고하고 있지는 않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로 향하기 직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중이다. 전쟁을 계속한다면 침체로 돌입할 것이며, 유로달러 선물 시장은 그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내년 2~4월 중에 연준이 방향을 틀 것으로 가격이 매겨져 있다).
또 다른 시장의 미래 예측 지표인 federal fund rate future는 내년 3분기에 연준이 정책 전환(금리 인하)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확성으로 따지면, 유로달러 선물 시장이 가장 앞선다. 올 겨울이 예상보다 춥든지, 전쟁이 매우 뜨거워지든지 할 것 같다.
그러면 이처럼 부진한 지표에 미국 증시가 반등한 것은 연준의 정책 전환을 예상한 기대감 때문일까? 그건 아닌 듯 하다.
미국 담보 시장에 미국연방정책 기금(GSE; 주로 미국연방주택은행)이 들어왔다. 전형적으로 매달 하순(약 23~24일 내외)에 연방정부 공기업들의 현금이 시장에 투입된다(그달 말까지). 따라서 시장에 자금 사정이 넉넉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달 말에는 대규모 미 국채 공개입찰이 예정되어 있어서 시장에 담보 부족 사태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격적인 시장 상황 개선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핑계를 대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시장은 아직 ‘위기’가 아니다. 금융위기의 가장 약한 고리인 정크본드(투자등급외 채권)의 스프레드가 이를 말해준다.
투자적격등급 채권(investment grade bond)과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high yield grade bond) 사이의 금리 차이가 7.5%를 넘어가면 시장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거나, 혹은 격심한 경기 침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런 조짐은 없다.
단, 이번에는 유가 및 천연가스 급등으로 인해서 정크본드의 주종을 이루는 에너지 기업들의 사정이 호전되었기 때문에 지표 왜곡이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 이공순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