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2-06-10 16: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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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6개월 사이에 해운사에 운임 담합에 따른 과징금으로 모두 1763억3100만 원을 부과하자 해운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해운업계는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 정서를 보이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만큼 이번 정부에서 운임 담합에 따른 제재를 완화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해상운임 담합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해운업계는 공정위가 부과한 한국~일본 항로 해운운임 담합 관련 제재와 관련해 행정소송까지 벌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9일 한국~일본 항로에서 16년3개월 동안 모두 76차례 운임을 합의한 15개 선사에 과징금 부과했다. 과징금은 모두 800억 원 규모다.
15개 선사 가운데 국적선사는 14곳으로 이 가운데 가장 부담이 큰 곳은 국내 대표 연근해선사인 고려해운이다.
이번에 한국~일본 항로 운임 담합 혐의로 부과받은 과징금 800억 원 가운데서 고려해운에 부과된 과징금은 146억1200만 원으로 가장 많다.
공정위는 앞서 1월 한국~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담합 혐의로 국내외선사 23곳에 과징금 962억31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때도 고려해운에 부과된 과징금이 296억45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공정위의 연이은 과징금 부과에 해운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해운협회는 9일 공정위의 결정에 성명서를 내고 “2004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선사간의 공동행위에 대해 해운법에 의한 정당한 행위이고 협약절차상의 문제는 해운법 소관업무로 적법하다고 인정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이번에 제재를 가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기부정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해양수산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그동안 해운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운임 담합을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전재우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올해 1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정위의 운임 담합 심사 결과를 비판하기도 했다.
전 국장은 “공정위가 해운업의 생리를 모르고 무리한 제재를 한다”며 “컨테이너선 시장은 물류 수요보다 선박 공급이 많은 공급 과잉 시장이라 화주인 고객이 갑(甲)”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피해를 본 화주가 없다고 하고 화주들은 오히려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금지되면 글로벌 대형 선사의 독과점 구조가 커져 운임이 오를 것이라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 국장이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하기도 한 만큼 해양수산부의 이런 기조는 윤석열 정부에서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초대 해수부 장관인 조승환 장관은 후보자시절부터 취임 이후까지 해운 담합과 관련해 해운업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조 장관은 후보자시절인 4월1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내각 인선 발표 기자회견에서 "해운은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이뤄져 온 국제적 관행이 있다"며 "이런 차원에서 해운업체의 속칭 담합 부분에 대한 적절한 해소·해결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이후 지난달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공정위에 해운산업의 특수성 및 과징금이 부과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관해 설명했고 전원회의 참석해 선사의 입장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며 “공정위도 나름의 입장이 있고 우리는 우리 나름의 입장이 있어서 조정하면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 것을 보면 적어도 지금까지는 조 장관의 중재가 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처 사이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공정위가 이같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 것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아직까지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운업계는 본다.
조 위원장은 2019년 9월 취임해 임기가 올해 9월까지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퇴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아직 다음 위원장이 결정되지 않아 전원회의, 해외 심포지엄 연설 등에서 위원장 역할을 맡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친기업’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다음 공정위원장이 이끄는 전원회의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해운 물류산업 육성에 의지를 보이며 규제 완화를 공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5월31일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 기념식에서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신해양강국 건설이라는 목표 아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는 스마트 해운물류 산업에 민간 투자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서 투자가 촉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공정위가 문제삼은 해운업계의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해운법 일부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운법 일부개정안은 지난해 9월2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수정의결됐으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의 체계자구심사를 앞두고 있다.
다만 여야가 후반기 원 구성과 관련한 의견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면서 국회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법안 심사가 언제 다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해운업계는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만큼 향후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해운협회는 성명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거듭되는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 해운공동행위의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추진 할 것이다”며 “해운공동행위와 관련한 법의 취지를 명확히 하여 향후에는 이번과 같은 혼선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정부기관 사이의 소통을 원활히 하여 줄 것을 윤석열 정부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