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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의 합병추진 근거가 '궁색'한 이유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5-06-10 16: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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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엘리엣매니지먼트의 공세에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건설경기 침체와 미래 불확실성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는 근거라며 구체적 자료를 제시했다.

  삼성물산의 합병추진 근거가  '궁색'한 이유  
▲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하지만 삼성물산은 합병 시너지 등 앞으로 회사가치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물산이 내놓은 논리대로라면 미래가 불확실한 삼성물산을 제일모직이 굳이 합병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합병을 추진하는 게 명확한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궁색한 논리를 내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10일 합병안에서 삼성물산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건설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근거로 제시했다.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지표로 주가순자산비율이 높으면 자산대비 주가가 고평가된 것이고 낮으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합병안에 반영된 삼성물산의 주가순자산비율은 0.7배로 제일모직의 4.56배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

삼성물산은 “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것은 지난 수년 동안 건설경기 침체와 업황 회복에 대한 부정적 시각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삼성물산만 특별히 저평가된 것이 아니라 건설업황 전체가 부진했다는 주장이다.

삼성물산은 다른 건설사들의 주가순자산비율을 비교대상으로 삼았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건설은 0.81배, GS건설은 0.61배, 대림산업은 0.50배로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주가순자산비율이 1 이하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자산 가운데 상당부분이 관계사 지분인데 관계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지주회사 역시 순자산가치를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관계사 지분은 매매가 자유롭지 못한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LG의 주가순자산비율은 0.85배, CJ는 0.56배였다.

삼성물산은 “이런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합병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내고 효율을 높여 회사가치를 키우는 것이 주주들을 위한 것”이라고 합병이유를 설명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경영진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삼성물산의 합병추진 근거가  '궁색'한 이유  
▲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삼성 사장단 중 처음으로 엘리엇 사태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윤 사장은 이날 서초 삼성사옥에서 열린 삼성 사장단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주주가치 제고를 말하지만 목표가 다른 것 같다”며 “장기투자자라면 어느 게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사장의 말은 장기적으로 볼 때 합병이 주주들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는 뜻이다. 합병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삼성의 입장을 담아내면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엘리엇매니지먼트 주장을 공박하고 있지만 여전히 합병 타당성에 대한 설득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물산의 주가가 낮은 이유를 일반적 수준에서 해명했을 뿐 구체적으로 왜 합병을 하는지, 합병으로 어떤 시너지가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 어떻게 기업가치를 끌어올릴지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삼성물산 주주는 “합병의 목적이 무엇인지 뻔한 상황에서 합병 뒤 어떻게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체적 밑그림도 없는 상태로는 합병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물산의 설명대로 건설업의 미래 불확실성이 크다면 삼성그룹 지주회사인 제일모직이 이를 끌어안는 것은 제일모직 주주 입장에서 볼 때 또 다른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물산의 논리대로라면 제일모직 주주의 입장에서 보면 전망이 불투명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것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오히려 떨어뜨리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지난해 11월 추진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도 삼성엔지니어링의 부실을 삼성중공업이 떠안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주식매수청구권이 쏟아지면서 합병이 무산되고 말았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해 9.41% 오른 7만4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제일모직 주가는 전일보다 1.37% 하락한 18만 원을 기록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4일 이후 두 회사 주가는 같이 오르내렸는데 주가가 엇갈린 것은 5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지만 제일모직은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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