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쟁력포럼] K-GX는 한국 제조업이 가야할 길, 법적·제도적 기반 갖춰 산업 변화 이끌어야 할 때

▲ 2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2026 기후경쟁력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제적으로 녹색전환과 관련 규제 장벽이 세워지는 가운데 한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전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5일 비즈니스포스트, 허프포스트코리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가 함께 국회ESG포럼, 기후에너지환경부 후원을 받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2026 기후경쟁력포럼'에서는 'K-GX(한국형 녹색 대전환)'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번 포럼은 전 세계적으로 녹색전환이 가속화되고 친환경 제품에 관한 무역 장벽이 세워지는 가운데 열렸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중동 전쟁발 에너지 안보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성장과 녹색산업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렇게 개편되는 국제정세 속에서는 녹색전환을 위한 정책은 단순히 환경이 아닌 산업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후부는 다음달 국내 녹색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인 'K-GX' 세부 시행안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포럼 현장에서 K-GX 이행을 위한 필수적인 세 가지 조치인 ESG공시, 전환 금융, 탄소중립산업법을 주제로 발제가 진행됐다.

ESG공시 발제를 맡은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수출 비중이 60~70%를 차지하는 한국의 특성상 해외 규제 대응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모두 이미 자국 내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를 시행하고 있거나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국도 연방정부는 아니나 웬만한 주요국가 경제규모를 넘어서는 캘리포니아주가 기후공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규제가 아닌 기관투자자나 고객사의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국내 기업들은 공시 대응을 위한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엔비디아는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스코프 3)이 98%이기 때문에 주요 납품 기업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에 신뢰성 높은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송 위원은 "결국 우리나라 규제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기업들을 규제한다는 것을 넘어 수출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해당 지역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들이 공시를 위한 데이터 수집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갖추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전환을 위한 재정 기반이 될 전환 금융의 중요성도 논의됐다.

전환 금융 발제에 나선 박재훈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 과장은 "한국의 높은 고탄소 배출 제조업 비중을 고려하면 산업별 감축 로드맵을 결합한 한국형 전환 금융 모델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기후대응 관련해서는 순수하게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전환 투자에 나서는 것을 바라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기후부나 공공기관 단에서 많이 신경 써주는 재정적 노력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경쟁력포럼] K-GX는 한국 제조업이 가야할 길, 법적·제도적 기반 갖춰 산업 변화 이끌어야 할 때

▲ 2026 기후경쟁력포럼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2월 금융위는 녹색·전환금융 790조 원을 마련해 철강, 화학, 시멘트 등 고탄소 배출 업종들의 실질적 감축 투자를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인 지원 방법, 범위에 관한 논의는 아직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과장은 "우리보다 앞서 전환 금융을 도입한 국가들이 어떤 기준을 만들고 나아가는지를 지켜보고 이에 상응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모델들을 구축하면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산업 전반에 대한 포괄적 지원책을 담은 탄소중립산업법에 관한 발제가 진행됐다.

탄소중립산업법은 올해 3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도해 발의된 법안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의 탄소중립산업법(NZIA), 일본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전략 등을 참고해 구성됐다.

구체적으로는 각국의 주요 정책에서 따온 탄소차액계약제도(CCfD), 공공조달 의무화, 인허가 제도 간소화 등을 포함하고 있다.

탄소차액계약제도란 정부와 기업이 탄소 배출권 가격을 미리 정해 시장 가격 변동에 따른 투자 리스크를 줄여주는 제도를 말한다. 시장 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약정된 가격보다 낮아지면 정부가 차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높아지면 정부가 기업의 이익을 환수한다.

박 의원은 "기업들은 탄소 감축 기술 개발이 완료됐을 때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장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비용이 충분히 높아야 녹색 전환에 나설 이유가 생긴다"며 "이에 정부가 큰 적자 위험 부담을 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나중에 탄소 배출권 가격이 충분히 높아진다면 정부가 오히려 비용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차액계약제도를 실질적으로 도입하려면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 구체적인 설계를 위한 용역이 진행되고 있고 2027년 이후에 탄소중립산업법이 통과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산업법에 포함된 공공조달 제도는 민간 수요까지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박 의원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용역을 조달할 때 탄소중립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며 "또 민간 기업이나 개인이 관련 제품을 구입했을 때 보조금이나 세제 감면 혜택을 받아 민간 수요도 견인해내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인허가 제도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사업이 기존처럼 몇 년씩 묶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저한 지장이 발생했을 때는 기후부 장관 재량으로 신속 처리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허가권자는 신속 처리 신청을 받았을 때 15일 이내에 회신해야 하며 신청 이후 60일이 경과되면 허가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받는다.

박 의원은 "탄소중립산업법은 6월 지방선거 때문에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으나 하반기에 원 구성이 끝나면 하반기 국회에서 최우선적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기후부와 협의를 하고 야당과도 얘기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부는 이날 포럼 현장에서 나온 분석들이 실제로 한국 제조업 생존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것에 공감했다.

발제 이후 토론에 참여한 염정섭 기후부 녹색산업정책과 과장은 "스코프 3 공시 관련해서는 난제이기는 하지만 구 환경부 시절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있고 기존 15개 업종에 조선 등을 더해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전환 금융 같은 경우에도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 전환 채권에 대한 지원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염 과장은 이어 "예상컨데 재정 사업으로 전환금융 사업이 런칭될 것 같은데 내년 상반기에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탄소중립산업법 같은 경우에는 기후부 입장에서도 숙원 사업이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구성이 끝나면 연내에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