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석 호텔롯데 호텔사업부 대표이사가 외형과 이익에서 앞선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실적 우위를 브랜드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해 브리브와 더그랜드롯데를 앞세워 호텔 간판 재편에 나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신라호텔과 비교해 실적에서는 앞서지만 브랜드 파워에서는 밀린다는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더그랜드롯데'나 '브리브'와 같은 브랜드를 연달아 꺼내든 것은 세분화된 고객의 취향과 예산을 충족하고 시장 점유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25일 호텔롯데 움직임을 종합하면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올해만 2개의 신규 호텔 브랜드를 낸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8월14일 롯데호텔 서울 본관을 리브랜딩한 '더그랜드롯데서울'을 개관한다. 더그랜드롯데는 롯데호텔앤리조트가 2017년 시그니엘 이후 약 9년 만에 선보이는 신규 하이엔드 브랜드다. 3월에는 기존 라마다프라자 광주호텔을 리브랜딩한 신규 브랜드 '브리브'를 공개했다.
더그랜드롯데나 브리브의 출범은 단순히 호텔 하나의 간판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기존 시그니엘, 롯데호텔, L7, 롯데시티호텔 등으로 나눠온 브랜드 체계를 한 단계 더 세분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세분화는 롯데호텔앤리조트가 가진 규모의 장점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읽힌다. 호텔 수요가 고급 호텔, 전통 특급호텔, 라이프스타일 호텔, 비즈니스호텔 등으로 나뉘는 상황에서 여러 간판을 갖추면 고객층과 가격대별로 더 세밀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브랜드를 세분화한 것은 고객의 다양한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에 보다 적합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각 브랜드의 역할과 정체성을 명확히 해 고객이 목적과 취향에 맞는 경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의 행보는 신라호텔의 움직임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신라호텔은 더신라, 신라모노그램, 신라스테이라는 3개 브랜드를 통해 럭셔리, 어퍼업스케일 라이프스타일, 업스케일 호텔의 계단을 비교적 단순하게 만들었다. 브랜드 수는 롯데호텔앤리조트보다 적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 브랜드의 위치를 파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신라호텔 브랜드 전략의 특징은 모든 호텔 브랜드에 고급 이미지의 '신라' 이름을 직접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더신라는 고급 호텔의 상징성을, 신라스테이는 대중적 비즈니스호텔 이미지를, 신라모노그램은 두 브랜드 사이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이미지를 맡는 구조다.
정 대표가 신라호텔의 전략과 달리 롯데호텔의 브랜드 세분화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실적 우위만으로는 신라호텔의 브랜드 파워를 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호텔사업부는 호텔사업 외형과 이익 규모에서 신라호텔보다 앞서 있다.
호텔롯데 호텔사업부는 2025년 매출 1조5083억 원, 영업이익 1177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119.7% 늘었다.
호텔신라 호텔·레저부문은 2025년 매출 7299억 원, 영업이익 609억 원을 거뒀다. 외형과 영업이익 규모만 놓고 보면 호텔롯데 호텔사업부가 호텔신라 호텔·레저부문을 크게 앞선다.
올해 1분기에도 흐름은 비슷했다. 호텔롯데 호텔사업부는 매출 3484억1900만 원, 영업이익 256억7600만 원을 냈고 호텔신라 호텔&레저부문은 매출 1689억 원, 영업이익 82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호텔업에서 실적 규모가 곧바로 브랜드 우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라호텔의 브랜드 파워는 외부 평가 지표에서 확인된다. 신라호텔은 올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호텔부문에서 9년 연속 1위에 올랐고 신라스테이도 비즈니스호텔부문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럭셔리 호텔 평가에서도 신라호텔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서울신라호텔은 올해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국내 호텔 최초이자 유일하게 8년 연속 5성 호텔로 선정됐고 5성 호텔 가운데서도 전 세계 51개 호텔만 포함되는 최상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월드타워 건물에 롯데호텔의 럭셔리 브랜드 시그니엘서울이 위치한다. <롯데호텔앤리조트>
반면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시그니엘서울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포브스 4성 호텔로 선정됐고 2025년에는 단지 추천 호텔로 강등됐다가 올해 다시 4성 호텔로 선정됐다.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전세계 특급 호텔들을 '5성', '4성', '추천' 3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정호석 대표가 단기간에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여러 브랜드 평가를 올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우선 브랜드를 잘개 쪼개는 다변화 전략에 힘을 실어 고객과 접점을 넓히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브랜드를 세분화할수록 일부 브랜드 사이의 시장 내 포지션이 겹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브랜드가 많아질수록 소비자 선택지는 넓어지지만 브랜드별 차이를 분명히 보여줘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는 것이다.
매리어트인터내셔널, 아코르, IHG호텔앤리조트 등 글로벌 호텔 기업들도 고객층과 가격대에 따라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장기간 축적한 브랜드 체계와 인수합병, 자체 브랜드 개발을 함께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최근 리브랜딩과 기존 호텔을 새 상위 브랜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브랜드 세분화에 속도를 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글로벌 호텔 기업들도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고객 세분화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며 "롯데호텔앤리조트는 고객의 다양한 여행 니즈를 아우르며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고객 경험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차별화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