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이 '1천 단 낸드플래시' 개발에서 앞서나가며 적층 초격차로 낸드플래시 점유율 1위 수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챗GPT >
특히 1천 단 낸드는 반도체 신소재인 '강유전체'와 셀 두 개를 하나의 칩으로 결합하는 '셀 멀티 본딩(CMB)' 기술이 활용돼, 기존 낸드 적층의 한계를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는 낸드 시장 점유율 1위지만 최근 300단 낸드 개발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렸는데, 1천 단 낸드를 선점한다면 기술력에서도 1위 자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 '2026 VLSI 심포지엄'에서 900단 낸드플래시 시제품의 기술 시현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낸드 적층 경쟁에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는 전기가 끊어진 상태에서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저장 단위인 셀을 많이 쌓을수록 좁은 면적에 더 많은 저장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성능이 향상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은 오랫동안 적층 경쟁을 벌여왔다.
900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구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휘어짐 현상'이다.
반도체를 만들 때는 실리콘 원판(웨이퍼) 위에 회로를 구성하는 금속과 절연체 등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는데, 각 재료마다 열팽창 계수가 달라 적층이 높아질수록 웨이퍼가 휘어질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에 삼성전자는 450단 낸드 두 개를 따로 만든 뒤 결합하는 ‘셀 멀티 본딩(CMB)’ 방식을 적용해 900단 낸드를 구현했다. 각각의 웨이퍼가 받는 부담을 줄여 초기 제작 단계에서 휘어짐 현상을 억제한 것이다.
또 두 낸드를 결합하기 전에 어느 부분이 얼마나 어긋날지 미리 예측하고, 미세하게 위치를 조정하는 ‘오버레이 보정’ 기술을 통해 정렬 오차를 최소화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2030년 1천 단 낸드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장기 계획을 밝혔다.
1천 단 낸드에는 반도체 신소재인 '강유전체'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유전체는 외부 전기장을 가하지 않아도 전기 분극을 유지하는 소재다. 즉 자석이 자기장을 기억하듯 전기를 기억하는 특성이 있어, 전하를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존보다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강유전체는 나노미터 수준까지 매우 얇게 만들 수 있어 초고집적 반도체에 적합한 소재로 꼽힌다. 이를 통해 전체 칩의 물리적 높이를 낮추면 제조 공정의 수율(완성품 비율)도 높일 수 있다.
지식재산처가 올해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강유전체 특허 출원량에서도 삼성전자(27.8%, 255건)가 인텔(21%, 193건), SK하이닉스(13.4%, 123건)보다 앞서 있다.
▲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2025년부터 321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가 양산하는 낸드의 최고 층수는 약 290단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적층보다는 공정 단순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고집적 낸드 수요가 증가하면서, 삼성전자도 적층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1천 단 낸드는 단일 칩 내부의 집적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페타바이트(PB)급 초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구현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하드디스크(HDD)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300단대 낸드플래시를 건너뛰고 2027년 400단 양산에 직행한 뒤 2028년 500단, 2030년 1천 단 낸드를 양산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고집적 제품을 바탕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1위 수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부회장은 현재 메모리사업부장까지 겸임하며 낸드 사업도 직접 챙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낸드 점유율은 2026년 1분기 매출 기준 31.6%로, SK하이닉스(17.6%), 키옥시아·마이크론(13.9%) 등과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AI에 활용되는 낸드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기업용 SSD 점유율은 35.1%, 매출은 70억5천만 달러(약 10조8천억 원)로 전 분기 대비 92.8% 증가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기존 구형 제품 포트폴리오를 236단 낸드로 광범위하게 전환함으로써 생산량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며 "고객사는 AI 에이전트의 작업량 증가에 따라 고성능 SSD 도입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