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CXMT가 D램 시장 호황으로 평균 판매가를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유사한 수준으로 높이면서 급성장 기회를 맞았다. 이를 바탕으로 HBM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에 투자를 늘릴 공산이 크다. 메모리반도체 전시장 홍보용 사진. < CXMT >
기술력은 아직 한국 경쟁사보다 부족하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 수요가 CXMT를 진정한 ‘다크호스’로 키워내고 있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23일 홈페이지에 CXMT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개발 및 투자 현황과 글로벌 경쟁 판도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는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및 마이크론과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운명을 앞두고 있다”며 “새 공장이 잇따라 가동을 시작하는 2028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8년 말 기준 CXMT의 글로벌 D램 생산 점유율은 1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2025년 11%와 비교해 크게 높아지는 수치다.
D램 시장이 수십 년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과점체제로 유지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CXMT의 점유율 추격은 상당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중국 정부의 인공지능(AI) 공급망 자급체제 전략을 고려하면 CXMT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진출도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CXMT에 HBM 생산 확대를 계속 압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2025년 기준 1%에 불과한 세계 공급 점유율이 2028년에는 12%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HBM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고사양 메모리반도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해당 분야에서도 과점체제를 갖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 해외 기술 의존을 낮추고 자급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CXMT를 비롯한 자국 기업의 HBM 자체 설계 및 생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는 중국 경제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정책적 목표 달성에도 중요한 기업”이라며 “화웨이와 캠브리콘 등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의 자국산 HBM 채택률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XMT는 HBM 기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크게 뒤처진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 시장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의 CXMT D램 및 HBM 점유율 추정치. <그래픽 챗GPT 제작>
HBM3E는 현재 엔비디아와 AMD가 출시한 최신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다.
CXMT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이 주도한 전례 없는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수혜를 보며 주력 사업인 D램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늘리고 있다.
2025년 CXMT 매출은 86억 달러(약 13조 원) 안팎으로 2024년보다 약 156% 증가했다. 2026년 매출은 500억 달러(약 77조 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의 기술 경쟁력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대비 부족한 상황에도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40년 만에 최고 전성기에 진입하며 충분한 수혜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CXMT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률이 70% 수준으로 삼성전자(81%), SK하이닉스(73%), 마이크론(84%)와 차이를 크게 좁혔다는 점이 근거로 꼽혔다.
1분기 CXMT의 D램 평균 판매가가 글로벌 경쟁사들과 비교해 5~10% 낮은 수준에 그쳤다는 추정치도 제시됐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그동안 저가 공세로 시장에 물량을 대거 풀어 수익성보다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써 왔는데 CXMT가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CXMT가 이러한 자금 여력을 HBM과 같은 고사양 메모리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에 활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 경쟁사를 추격하는 데 탄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다만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가 무리하게 D램 생산을 증설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점을 한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 및 마이크론에 우호적 요소로 꼽았다.
CXMT도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호황기가 장기화되는 방향을 선호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기 관점에서 CXMT의 HBM 시장 진출과 고객사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술 격차를 높이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 셈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CXMT는 아직 HBM3E 규격 반도체의 발열과 균열, 접합 등 측면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한동안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외 기업의 HBM 수급을 추진하려 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