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위 임기 만료 코앞까지 탄소중립법 개정 왜 안 되나, '기본권' vs '산업계 부담' 팽팽

▲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19일 국회 본관 앞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의 활동 기한이 오는 5월29일에 종료된다.

문제는 임기 만료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도 기후특위가 맡은 핵심 과제인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이 좀처럼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한도와 감축 속도에서 정당 사이에 시각 차이를 좁히지 못한 점에 영향을 받았다. 이에 기후특위 소속 의원부터 시민단체 관계자들까지 기한 내에 탄소중립법 개정이 완료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답답한 마음에 여야에 합의 촉구

기후특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19일 시민단체 기후위기비상행동과 함께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 의원은 "국회에서 과학적 근거와 국제 기준에 따라 2031년 이후 감축 경로를 법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는 목표를 반드시 확정해야 한다"며 "조국혁신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법 개정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있게 탄소중립법 개정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여야 모두에게 탄소중립법 개정 쟁점에 합의를 촉구하면서 좀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답답한 심경을 나타냈다. 현재 기후특위 내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탄소예산'의 반영 여부다. 탄소예산(기사 하단 용어 설명 참조)은 향후 배출할 온실가스 한도를 정해두는 것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서 의원은 탄소예산을 탄소중립법 내 감축 계획에 반영해 과학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국이 맡아야 하는 탄소예산을 둔 국제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는 만큼 이를 법으로 못박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맞서고 있다.

담당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도 국민의힘과 의견을 함께 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탄소예산을 법적으로 못박기보다는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기반 데이터로 활용하는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결국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특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탄소중립법 개정안은 이 문제를 두고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본회의 투표로 넘어가지 못했다.

◆ 온실가스 '감축 속도'도 핵심 쟁점

두 번째 쟁점은 감축경로의 설정 수준 문제다. 

탄소중립법 개정안의 핵심은 2031~2049년까지 5년 단위의 구체적 감축 계획을 명시하는 일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기반해 2050년 탄소중립까지 5년 주기로 일정한 양의 감축을 시행하는 '선형감축경로'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형감축경로만으로도 탄소중립법 개정 취지인 국민과 미래세대 보호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이보다 빠른 감축 속도는 산업계에 지나친 부담을 전가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형감축경로를 따르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에 2018년 대비 53%, 2040년에 69% 감축한 뒤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게 된다. 

문제는 해당 경로를 택하게 되면 2040년부터 2050년까지 가는 시기에 감축 부담이 심각하게 몰리게 된다는 점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후반부로 갈수록 감축을 위한 부담이 더 커지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대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인 유럽연합(EU) 조차도 추가로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민주당과 서 의원은 한국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실제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단기적으로 감축 속도를 더 높이는 '조기감축경로'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당사자이자 이번 국회 탄소중립법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사회 관계자들도 같은 의견을 갖고 있었다.

서 의원은 "이번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사회 관계자들 10명 가운데 8명은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더 많이 줄여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감축경로를 따르게 되면 2035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65% 줄여야 하며 2040년에는 85% 감축해야 한다. 지난해 수립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53~61%로 설정됐는데 이보다 더 많이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조기감축경로 채택 주장은 유엔 산하 전문가 집단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마다 정부는 미래 배출량 전망을 부풀리고 산업계의 부담을 명목으로 목표를 낮춰잡는 관행을 반복해왔다"며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감축목표가 설정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탈탄소 체질 개선은 실패하고 미래세대와 취약계층은 기후피해를 그대로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회 특위 임기 만료 코앞까지 탄소중립법 개정 왜 안 되나, '기본권' vs '산업계 부담' 팽팽

▲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가 탄소중립법 개정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탄소중립법 개정 왜 해야 하고, 왜 늦어졌나

탄소중립법 개정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앞서 2024년 8월 헌재는 청소년, 아동, 시민 등이 포함된 소송단이 제기한 탄소중립법 헌법소원에서 소송단의 손을 들어줬다.

기후위기라는 실존적 위기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정부가 탄소중립법에 2031~2049년까지 감축 계획을 명시하지 않아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헌재는 국회가 2026년 2월까지 장기감축경로를 포함한 개선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국민의 삶과 미래세대에 근본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이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이를 입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회가 탄소중립법 개정 기한이 임박한 2026년 1월까지도 개선입법을 위한 적극적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4년 12월에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와 2025년 5월 대통령 선거로 정치적 혼란기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늦게나마 공론화 절차를 지난 4월 완료하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국민의힘쪽에서 시민사회 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안을 채택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법안 개정을 두고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보아 민주노총 공공운송노조 정책국장은 "기후위기 대응이 늦을수록 죽어나가는 것은 미래세대뿐만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들"이라며 "국회는 지금 기후위기에 직접적 책임을 갖고 있는 산업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국회는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논의, 책임있는 탄소중립법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플랜1.5 등 단체들은 국회 기후특위가 이번달 내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기후특위의 임기를 연장해서라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여야가 합의를 이루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국회는 지금 헌재의 명령도 있고 국민의 의견도 나왔는데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국회의 입법 부작위(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는 것)"라고 비판했다.

이어 "얼마나 우리가 더 절박한 위기에 처해야,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재난으로 죽어야 국회가 이 위기를 제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묻고 싶다"며 "탄소중립법 개정은 청년, 미래세대, 시민사회 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모든 국민과 생명의 생존권과 환경권이 달린 문제이기에 국회는 이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 용어 설명

-탄소 예산: 지구의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또는 2도 안으로 억제하는 선 안에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허용량을 말한다. 국가별로 이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쟁점이 있어 합의된 국제적 기준이 아직까지 없다. 개발도상국들은 과거 배출 책임이 큰 국가들이 더 적은 탄소 예산을 할당받아야 한다고 보는 반면 선진국들은 탄소 예산이 인구에 비례해 분산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