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총회 화석연료 퇴출 청사진 그린다, '석유 로비스트' 수천명과 맞대결

▲ 브라질 보안요원들이 12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 위치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회의장 입구를 경계하고 있다. 앞서 원주민 단체들의 무단 침입 소동이 있은 뒤 경계가 강화됐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국이 유엔 기후총회에서 화석연료를 본격적으로 퇴출시키기 위한 계획(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기후총회에서 화석연료 업계가 갖는 영향력이 여전히 큰 만큼 계획이 강제력을 갖는 형태로 나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영국, 덴마크, 케냐 등 비산유국 국가들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위한 로드맵 수립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협상 관계자들은 이번 로드맵이 2023년 12월에 나온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합의문의 후속 조치라고 설명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당시 COP28 최종합의문에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2020년대 안으로 시작한다(begin transitioning away from fossi fuel in this deacde)'는 내용이 들어갔다.

올레 톤케 덴마크 기후 대사는 "모든 국가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정의로운 전환을 이행할 수 있도록 일종의 로드맵이나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탈탄소 전환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가 이번 COP30에 맞춰 발간한 세계 에너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화석연료 기반 전력 공급량은 지난해와 비교해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증가한 세계 전력 수요는 증가한 재생에너지를 통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을 이행하려고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화석연료 기업들의 방해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파리협정 탈퇴 명령서에 서명한 뒤 미국 내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을 대폭 늘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에 내놓은 알래스카 야생동물 보호구역 해제 조치에 더해 23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연방정부 토지를 추가로 화석연료 채굴이 가능한 임대지로 개방한다고 13일 발표했다.

글로벌 화석연료 대기업 엑손모빌도 COP30에 맞춰 화석연료 퇴출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엔 기후총회 화석연료 퇴출 청사진 그린다, '석유 로비스트' 수천명과 맞대결

▲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참석한 시민단체, 원주민단체 구성원들이 13일(현지시각) 회의장 한쪽에서 화석연료 퇴출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는 최근 팟캐스트를 통해 "화석연료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함으로써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하는 정부 주도의 협약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다"며 "배출량 감축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제품 단위에서 온실가스 배출 강도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탄소 회계 시스템 수립"이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감축을 강제하기 전에 화석연료가 어느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정확히 보고 이를 이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해당 팟캐스트를 접한 미국 지속가능성투자센터 등 기후 단체들은 엑손모빌이 기후대응을 늦추기 위해 또 다른 '수작질'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엑손모빌을 비롯한 화석연료 기업들은 기후총회에서 내려지는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열린 기후총회에는 화석연료 로비스트 5350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는 가장 많은 1773명이 참석했다.

기후취약국 10개국이 파견한 대표단이 1천 명 남짓한 것을 고려하면 화석연료 기업들이 보낸 인력이 거의 두 배 많았던 셈이다.

앞서 열린 COP28과 COP29과 마찬가지로 이번 COP30도 산유국 브라질에서 열리는 만큼 화석연료 기업들이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브라질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는 공식적으로 참가를 선언했다.

페트로브라스 대변인은 가디언을 통해 "페트로브라스는 이전 회담들과 마찬가지로 COP30에 참석할 것"이라며 "페트로브라스는 참여를 통해 기후와 에너지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따르고 이에 기여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기후총회에서 합의가 최대한 투명하고 올바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사무국은 올해 참가국들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단 한 번의 총회만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듯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드맵 구성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은 화석연료를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탈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요헨 플라스바르트 독일 기무장관은 블룸버그를 통해 "벨렝에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만드는 모든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며 "이것은 기후대응에 훌륭한 신호가 될 것이며 우리는 그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프랑스 언론 프랑스24는 로드맵 구성에 참여한 국가들이 COP30 최종협상문에 이번 로드맵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최종협상문에 포함된 조치는 총회 참가국들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제력을 가지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취재한 로드맵 협상 관계자는 “이번 이니셔티브는 자발적 참여가 가능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