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배당을 실시해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초로 분기배당을 정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이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의지를 보였던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는 3분기 배당이 2분기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3분기 배당 기대 높아져, 조용병 주주환원 의지 보여주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6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배당은 금융회사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3분기 분기배당을 계획대로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3분기 배당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규제기관도 지난해와 달리 배당에 부정적이지 않아 분기배당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 도입을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코로나19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금융회사들에 배당 자제를 권고해 분기배당을 정례화가 쉽지 않았는데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이 모두 교체되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9월10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리, 수수료, 배당 등 경영 판단사항 등은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적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3분기 분기배당을 위한 여력이 충분하다.

신한금융지주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021년 2분기 말 기준 6조7901억 원으로 2020년 2분기보다 4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이란 기업의 영업활동과 고정자산의 처분, 그 밖의 자산의 처분 및 기타 임시적 손익거래에서 생긴 순이익으로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되거나 자본으로 대체되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을 뜻한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배당이 꼽힌다.

신한금융지주의 배당여력이 높아진 것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낸 덕분이다. 신한금융지주는 2021년 상반기 2조443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지주 3분기 배당을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10월 말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11월 중순 정도에 이사회에서 분기배당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며 “금융위원회가 2019년 수준(26~27%)의 배당성향을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에 맞춰 배당금 수준을 책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1주당 300원의 분기배당을 실시했지만 KB금융 등 경쟁 금융사들이 반기배당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배당금을 주며 분기배당의 의미가 퇴색된 측면이 있었다.

신한금융지주의 2분기 시가배당률은 0.70%였는데 이는 같은 시기, 반기배당을 실시한 KB금융지주과 우리금융지주의 시가배당률 1.30%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나금융지주는 1.50%의 시가배당률로 가장 높았다.

조 회장이 분기배당을 결정한 것은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경쟁 금융사보다 적은 배당을 실시하자 아쉬움을 표시하는 주주들이 많았다.

신한금융지주가 3분기 배당금 확대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배당주로서 매력을 부각할 필요성이 있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노용훈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올해 초 “기존에 연간 배당했던 금액을 분기마다 균등하게 나눠 배당한 뒤 신한금융지주 이익 증가에 따른 배당도 추가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주가부양을 위해서라도 배당 확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2020년 1조 원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와 라임펀드사태 등으로 투자 매력이 감소하며 주가가 흐름이 오랫동안 지지부진하다. 현재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KB금융지주의 현재 주가는 코로나19 이전(2020년 1월)인 4만8천 원대를 이미 넘어섰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는 2021년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생했음에도 절대적 저평가 영역에 있다”며 “분기배당 등 주주가치 경영을 강화함으로써 할인요소를 점차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신한금융지주가 3분기 배당금을 확대하는 대신 자사주 매입 뒤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자사주를 사들인 뒤 소각하게 되면 발행주식 수가 감소함으로써 주식 1주의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들이 배당소득세(15.4%)를 낼 필요가 없어 세금 측면에서 배당을 받는 것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의 3분기 배당은 300원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주주환원정책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