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180조 원 투자가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사업적 측면보다 한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외국언론이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을 향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런 노력에 물꼬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4일 "삼성의 투자 발표가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적 측면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 사회의 요구에 응답하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투자와 사업 전략을 공개하지 않는 삼성이 향후 3년 동안 사용할 투자 예상 금액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바이오의약품 등 핵심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한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3년 동안 약 180조 원을 들인다고 8일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간담회를 연 뒤 투자가 발표됐고 액수도 큰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이 삼성 총수로서 직접 투자 결정을 지휘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 부총리가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해 삼성과 같은 거대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하자 이 부회장이 이런 취지에 공감해 정부 정책에 맞춰 대규모 투자로 화답한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의 대규모 투자 결정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주주들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투자 발표 뒤에도 꾸준한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특정 분야에 투자계획을 발표하면 사업 확대와 실적 성장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쏠려 주가가 오르는 점과 대비된다.
삼성은 3년 동안의 투자로 약 4만 명을 직접 새로 채용하고 협력사 등을 포함하면 70만 명 정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투자금액 가운데 대부분은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공장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산업과 지역 경제 활성화, 협력사의 성장에 모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이 막대한 투자금액을 삼성전자 등 계열사의 주주 환원이나 인수합병에 활용하도록 하는 대신 투자 확대를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도록 정한 데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이 부회장은 박근혜 게이트 재판과 김 부총리와 간담회 등 공식석상에서 "삼성이 국민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고 지지받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경제 성장 둔화와 실업률 상승이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이 부회장이 삼성의 투자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런 의지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의 투자가 실제 고용 확대로 어떻게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면서도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을 꿈꾸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국내 최대이자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상위 기업집단으로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기업이다. 한국 사회의 기대에 발맞추기 위한 이 부회장의 노력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삼성이 정부의 요구에 발맞춰 진행 중인 변화에도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를 만나 "모든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가 되겠다"며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한편 삼성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