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서정진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지시각으로 10일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제약사 및 투자사 관계자들에게 셀트리온의 대표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램시마’의 미국 가격을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의 5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정진 회장이 ‘미국에서 램시마 판매를 전담하는 화이자와 가격 인하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50%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이 램시마 가격인하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유는 미국시장에서 램시마의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2016년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램시마 판매승인을 받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갔다. 램시마의 미국 제품명은 ‘인플렉트라’로 레미케이드 가격의 65~70%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램시마의 미국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700만 달러, 2분기 2300만 달러, 3분기 3400만 달러 등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전체 미국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여전히 2%대에 그치고 있다. 서 회장은 앞서 미국에서 램시마의 시장점유율 목표로 30%를 내걸었다.
램시마의 고전은 존슨앤존슨의 강력한 로비 때문이다. 존슨앤존슨은 레미케이드를 만든 얀센의 모회사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의료보험시장이 사보험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존슨앤존슨의 강력한 영향력 때문에 램시마는 사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고 있고 병의원들을 상대로 한 영업에서도 집중적으로 견제를 받고 있다.
존슨앤존슨의 강력한 방어전에 램시마의 미국시장 점유율 확대는 더뎌지고 있다. 레미케이드의 미국지역 3분기 매출은 12억6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어드는 데 그쳤다.
서 회장은 램시마의 미국 판매가격을 낮추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 시장점유율을 80%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이렇게 높은 영업이익율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바이오시밀러 생산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공장 수율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의 경쟁력은 제조원가가 결정한다”며 “셀트리온은 암젠과 제넨텍 등 세계적 바이오기업들보다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대규모 신공장 건설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급물량도 대폭 확대한다.
셀트리온은 현재 인천 송도에 5만 리터 규모의 1공장과 9만 리터 규모의 2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못따라가 공장가동률은 100%에 육박하고 외부에 위탁생산도 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해 9월29일 셀트리온 임시주주총회에서 12만 리터 규모의 3공장을 해외에 건설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3공장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서 회장이 밝힌 3공장 규모는 기존 계획인 12만 리터보다 최소 2배 이상이다. 공장부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 회장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외에 3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며 상반기 논의를 거쳐 하반기부터 건설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상대로라면 셀트리온은 3공장 건설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6만 리터, 베링거인겔하임이 30만 리터, 스위스 론자가 28만 리터의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현재 15만ℓ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론자도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물량 공세에 나선다면 후발주자들의 시장진입이나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서 회장이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시장 성장기가 본격 시작됐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성장의 과실을 최대한 차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