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7-09-25 11: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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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뱅크(케이뱅크)가 유상증자를 통해 한 고비를 넘겼지만 자본여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뱅크는 27일 광화문 K뱅크 사옥에서 설명회를 열어 중장기 경영전략 및 하반기 사업계획을 내놓는다.
▲ 심성훈 K뱅크 행장.
계획대로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서 사업확장에 더욱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마감된 K뱅크 유상증자 청약에 대부분의 주주가 계획에 따라 신주를 배정받고 주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납입일은 27일이다.
일부 주주가 청약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일부 실권주가 발생했지만 유상증자에 차질을 빚을 만큼 큰 규모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K뱅크는 출범을 주도한 KT를 중심으로 기존 주주사들이 실권주를 인수하거나 새 주주를 찾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더라도 K뱅크의 자본금은 3500억 원으로 여전히 자본여력이 부족해 추가증자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경우 자본규모는 8천억 원이다.
K뱅크는 주력상품이었던 ‘직장인K 신용대출’을 6월 말 판매중단한 뒤 3개월 동안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9월20일에 출시하기로 했던 모바일 방카슈랑스도 10월 이후로 미뤘다.
정기예금 금리인상 및 네이버페이 체크카드 등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원래 K뱅크가 주력사업으로 계획했던 중금리대출상품과 모바일 방카슈랑스 등이 연이어 미뤄지고 있다.
K뱅크가 신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으면서 각종 수수료와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내는 은행업에 변화를 가져오는 ‘메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장의 의구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25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K뱅크에게 받은 자료에 따르면 K뱅크의 7~8얼 예대금리차는 2.5%포인트로 은행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 1.96%포인트, 신한은행 1.81%포인트, KEB하나은행 1.84%포인트, 우리은행 1.75%포인트, 카카오뱅크 1.75%포인트 등이었다.
신용대출도 고신용자에게 집중되면서 사실상 기존 은행과 다를 바 없는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K뱅크의 전체 신용대출액 가운데 고신용자에게 빌려준 돈이 70%가량에 이른다.
대출고객은 고신용자(1~3등급)와 중신용자(4~6등급), 저신용자(7~10등급)로 분류되는데 KT 등 주주사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신용자를 주요 고객으로 삼겠다는 계획과 거리가 멀다.
K뱅크는 설명회에서 신사업 추진방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자본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말에 1500억 원 규모의 증자를 다시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1조 원대까지 자본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K뱅크 주주사들이 또 다시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사실상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기 힘들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거듭된 증자요청에 주요 주주들은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은행법 개정안은 안건에 상정되지도 않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여야 의원들끼리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자본시장법과 공인회계사법, 외부감사법 등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는 비쟁점법안들만 처리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굳건한 뒷받침 아래 사업영역을 잇달아 확장하고 있는데 K뱅크를 주도할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상황에서 K뱅크의 자본여력 및 사업모델을 향한 시장의 의구심은 쉽게 사라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