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체 스마트폰 브랜드 ‘픽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직접 기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다시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LG전자는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구글과 협력을 통해 시장확대에 성과를 냈는데 구글을 강력한 새 경쟁자로 맞이하는 불안한 입장에 놓일 수도 있게 됐다.
◆ 구글, 스마트폰사업 재도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8일 “구글이 대만 HTC의 스마트폰사업을 인수하기로 확정하고 최종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애플 아이폰에 맞서 공세를 더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 구글이 설계하고 대만 HTC가 생산한 '픽셀' 스마트폰. |
HTC는 스마트폰시장 초기인 2011년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10%에 이르는 주요기업으로 꼽혔지만 최근 점유율은 2% 미만에 그치며 입지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구글이 HTC를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은 이전부터 계속 나왔다. HTC가 수년전부터 구글이 설계하는 ‘넥서스’와 픽셀 스마트폰의 위탁생산을 맡으며 협력관계를 강화해왔기 때문이다.
구글은 궁극적으로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와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모두 직접 개발하고 생산해 애플 아이폰과 같은 사업구조를 갖춰내는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증권사 UBS를 인용해 “구글이 HTC의 하드웨어 개발역량을 확보한다면 그동안 애플보다 뒤처지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에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로 뼈아픈 실패를 겪은 지 3년만에 다시 스마트폰업체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의외라는 관측도 나온다.
구글은 모토로라를 약 13조 원에 인수했지만 스마트폰시장 흐름에 뒤처져 계속 부진한 성과를 내다 결국 2014년 중국 레노버에 3조 원 정도를 받고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드웨어 사업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한 뒤 지난해부터 출시하고 있는 ‘픽셀’ 시리즈가 초반에 좋은 평가를 받자 다시 자신감을 찾고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HTC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상현실기기 등 구글이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사업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UBS는 “구글이 보유한 100조 원 이상의 현금에 비춰볼 때 HTC 인수가격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구글의 하드웨어사업 확대에 기여하는 효과는 매우 강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LG전자 미국사업 영향에 촉각
구글이 HTC를 인수해 스마트폰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브랜드 경쟁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국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픽셀 스마트폰도 대부분 미국에서 판매된데다 HTC가 2011년 미국에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모두 꺾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강력한 경쟁력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스마트폰사업 확대가 LG전자에 가장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와 구글의 스마트폰 협력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직접적인 경쟁관계에도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사업조직을 정비한 뒤 주력시장인 미국에 역량을 더 집중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3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들어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이 스마트폰사업 재도전을 노린다면 LG전자가 가장 우선적인 공략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구도를 깨기 쉽지 않고 중국업체와는 수요층이 다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미국에서 구글과 소프트웨어 등의 협력성과를 무기로 앞세워 시장확대에 주력해왔다. 구글의 인공지능 음성서비스를 최초로 탑재했고 웨어러블과 가상현실 기술에도 협력하고 있다.
LG전자가 구글의 ‘넥서스5X’에 이어 올해 ‘픽셀2XL’의 위탁생산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져 스마트폰 판매확대에 실질적인 효과가 예상됐는데 이런 다양한 협력이 계속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LG전자는 구글을 든든한 스마트폰 협력사에서 앞으로 강력한 새 경쟁자로 맞이할 수도 있게 돼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 인수를 검토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당시 LG전자 주가가 급등하는 등 해프닝이 벌어졌을 만큼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확대 의지는 강력하게 평가받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매셔블은 “구글은 HTC 인수가 ‘제2의 모토로라’로 끝나지 않도록 할 확실한 목표를 두고 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사업확대에 유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