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하만과 삼성SDS 등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중심이 되는 음성인식서비스와 관련한 분야에서 기술발전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만은 음향기술에서, 삼성SDS는 인공지능 기술력에서 각각 장점을 갖춘 만큼 협업을 통해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기술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전문매체 BGR은 5일 “삼성전자와 하만이 개발중인 ‘빅스비 스피커’의 성공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며 “그동안 부정적인 평가를 받던 음성인식기술의 약점을 극복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는 최근 가전전시회 IFA2017에서 포천 등 외국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만들어낼 것이라는 포부를 내놓았다.
하만은 음향기기 전문기업으로 스피커와 마이크 등 음성과 관련한 기술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소프트웨어 관련한 개발도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왔다.
삼성전자는 9조 원이 넘는 거액에 인수한 하만과 주로 자동차 전장부품에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만이 차량용 음향기기와 인포테인먼트에서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가 하만과 협업으로 만들어낼 첫 제품은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계획을 공식화한 인공지능스피커 등 사물인터넷 기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팔리월 CEO는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삼성전자와 하만은 매우 긴밀하게 공동연구와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구글과 아마존 등 경쟁사를 뛰어넘을 강력한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IFA2017에서 자체 음성서비스 ‘빅스비’로 냉장고와 에어컨, TV와 로봇청소기 등을 동작하는 음성기반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시연했다. 이전에 이런 계획을 내놓은 적은 있었지만 실제 상용화된 모습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 경쟁사와 같이 음성서비스를 탑재한 스피커로 다양한 가전제품을 동작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연동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갤럭시S8에 처음 공개됐던 빅스비 음성인식기능이 초반에 혹평을 받고 출시도 늦어진 만큼 삼성전자가 적용영역을 확대하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출시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하만과 음성기술분야의 협력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런 단점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높은 스마트폰 점유율과 다양한 제품군을 갖춰 음성서비스 플랫폼의 영역확대에 가장 유리하다”며 “하지만 음성인식기술의 경쟁력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음성인식을 지원하는 대화형 인공지능서비스 ‘브리티’를 선보이며 인공지능솔루션 전문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힌 삼성SDS와 협업을 강화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SDS의 인공지능기술은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정보를 학습해 음성인식기능의 정확성을 빠르게 개선하는 데 특히 장점을 갖추고 있다.
▲ 홍원표 삼성SDS 솔루션부문 사장(왼쪽)와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 |
삼성전자 빅스비의 최대 약점은 시장진출이 비교적 늦어 음성정보를 학습할 시간이 짧았던 것으로 꼽히는데 삼성SDS와 기술협력이 이뤄질 경우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새 인공지능솔루션은 기업대상사업 관련기술에 특화되어있지만 빅스비와 기술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른 기업과 협력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이전에도 모바일사업에서 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하는 등 협업관계를 이어왔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비슷한 신사업분야에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갈수록 협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과 MS는 각각 개발한 음성서비스 플랫폼을 연동하는 등 연합군을 구축하며 시장선점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삼성전자도 계열사와 기술발전에 시너지를 추진하며 발빠르게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음성인식서비스시장의 선점을 노려 연구개발인력과 데이터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연말부터 인공지능 스피커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며 기술력 차이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