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약계층에서 문화 경험을 늘리고 문화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문화누리카드 사업이 ‘뜻밖의 사태’를 맞고 있다. 일반인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신청자가 폭주하는 바람에 사이트 마비 사태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대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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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문화누리카드는 24일부터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와 공식 홈페이지(
www.munhwanuricard.kr)를 통해 발급 신청을 선착순으로 받고 있는데, 신청자의 폭주로 3일째 신청이 마비된 상태다. 또 동사무소 등도 전산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아 신청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26일 오후에도 접속을 시도한 결과 접속대기자만 3328명이라는 문구가 뜰 뿐 접속이 안된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서 1위에 오를 정도다.유 장관과 권영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8일 ‘2014년도 문화누리카드(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예산 730억원이 책정됐는데, 문화예술을 누리기 힘든 취약계층의 문화 체험을 지원한다.
카드를 발급받을 경우 이용 분야는 문화 여행 스포츠관람 등 크게 3가지다. 공연, 영화, 전시를 관람할 수 있고 캠핑장도 갈 수 있으며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스포츠 경기도 관람이 가능하다. 30명 단체로 관람할 시에는 차량까지 지원해준다. 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도 지원한다.
신청 대상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소외계층(총 324만명, 184만 가구)으로 제한된다. 그런데도 “한 세대당 최대 35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잘못 알려지면서 일반인들까지 신청을 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홈페이지 마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오프라인 창구도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부모 및 기초수급자 가정만 1천여가구에 달하는 동두천시 불현동주민자치센터의 경우, 센터가 문을 열기 전부터 100여명의 주민들이 몇시간씩 줄을 서 기다렸다. 송내동 주민자치센터에서는 신청시작과 함께 300여명이 몰렸다.
선착순으로 발급하는 것도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발급 대상자의 대부분은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다. 통합문화 이용권을 도입하기 전에는 날짜 제한없이 발급해줬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선착순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화누리카드 선착순 접수 발급?, 장애인들에겐 또 다른 차별입니다. 거동불편 장애인이 누가 새벽같이 나가서 줄 서있을 수 있을까요?” “정부예산을 선착순으로 지원한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화누리카드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4대 국정기조 가운데 하나인 ‘문화융성’의 일환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올해 들어 실시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의 두 번째 행사일을 맞아 창작뮤지컬을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대학 신입생 등 200여명과 함께 창작뮤지컬 '김종욱찾기'를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문화는 우리 삶 속에서 같이 호흡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옛날에, 오래 전에 굉장히 힘든 시절이 있었는데 문화와 함께 하면서 그런 시절들을 극복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화가 있는 날'은 국민들에게 문화 체험 기회를 늘리자는 차원에서 계획된 것으로 지난달부터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행사일로 정해 국·공립 전시 관람 시설과 미술관·공연장 등 일반 문화시설의 무료관람 및 관람료 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