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모델S’ 등 주력제품에 전기차배터리를 자체개발해 탑재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춰냈지만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며 실적에 타격을 입고 있다.
테슬라가 외부 배터리 협력업체를 확보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는데 이전부터 테슬라와 꾸준히 협업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삼성SDI가 최적의 협력사로 꼽히고 있다.
|
|
|
▲ 전영현 삼성SDI 사장. |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테슬라가 배터리 생산차질로 2분기에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며 “본격적으로 급성장을 추진하는 시기에 걸림돌을 맞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의 상반기 전기차 출하량은 4만7100대로 월스트리트저널이 종합한 증권가 전망치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였다.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배터리 생산라인에 신기술을 적용하며 전기차배터리 양산에 심각한 차질을 겪어 출하량이 예상을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생산물량이 목표량의 60% 정도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과 협력해 전기차배터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한다. 이를 통해 경쟁업체의 전기차와 차별화하고 생산원가도 대폭 절감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업구조에 차질이 빚어지며 테슬라의 성장가능성에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는 보급형전기차 ‘모델3’ 출시를 앞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배터리 양산의 차질로 불안한 상황에 놓였다”며 “초반 물량확보에 실패하면 계속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자동차의 애플’로 불리며 전기차의 본격적인 시장성장에 가장 수혜를 볼 기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저마다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시장선점 기회를 놓치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기차배터리가 양산차질을 겪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는 만큼 테슬라가 외부 배터리업체에서 제품을 받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에너튜이션은 “테슬라는 전기차와 배터리의 수직계열화 효과를 강조했지만 이런 전략으로는 다른 업체의 전기차와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며 “배터리 전문업체들에 비해 생산구조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에너튜이션에 따르면 테슬라 전기차배터리의 가격은 kWh(킬로와트시)당 190달러 정도로 LG화학이 공급하는 GM의 전기차배터리 가격보다 최대 40% 이상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배터리 성능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이런 원가구조가 유지되고 자체 배터리의 생산차질도 계속될 경우 테슬라가 전기차시장에서 적기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SDI가 테슬라의 전기차배터리 생산차질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협력사로 꼽히고 있다.
삼성SDI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업계에서 최고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유럽 주요 완성차업체 대부분에 전기차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모든 전기차에 삼성SDI가 전문으로 하는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고집하고 있다. GM과 BMW 등이 대부분 각형 또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는 것과 상반되는 전략이다.
경쟁사인 LG화학이 파우치형 배터리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반면 삼성SDI는 이전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꾸준히 키워온 성과로 에너지 밀도와 효율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테슬라가 공식 협력사인 파나소닉을 제외한 외부업체의 배터리 수급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자연히 삼성SDI의 배터리를 가장 먼저 검토할 공산이 크다.
|
|
|
▲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원형 배터리팩(왼쪽)과 삼성SDI의 원형배터리. |
삼성SDI는 이전부터 테슬라의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협력도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남성 전 삼성SDI 사장도 과거에 “테슬라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슬라와 삼성SDI는 2013년부터 전기차배터리 공급계약을 논의해왔지만 기술문제 등으로 무산된 적도 있다.
지금은 삼성SDI의 기술력이 이전보다 크게 발전한데다 테슬라의 전기차배터리 생산차질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다시 협력이 추진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미국 루시드모터스 등 테슬라의 성공전략을 따라하려는 전기차업체들이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공급을 추진하는 등 직접 공급이 어렵더라도 테슬라의 성장에 따른 낙수효과를 볼 가능성도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최대고객사인 BMW 등에는 대부분 각형 배터리가 공급되며 ‘테슬라 키즈’로 불리는 일부 고객사들이 원통형 배터리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테슬라의 전기차배터리는 파나소닉이 모두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