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J노믹스’에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의 안정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다음 정부에서 공사로 독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디음 정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독립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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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면욱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
문 후보는 12일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발표하면서 “국민연금은 국민의 재산”이라며 “국민연금을 국민여러분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재벌이 뇌물로 국민연금을 사유화하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며 “주주권행사 모범규준인 ‘스튜어드십코드’를 즉각 도입하는 등 국민연금의 사회적 역할과 기금의 안정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의 지원방안을 놓고 정부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서 문 후보가 국민연금의 안정성을 대표 경제공약으로 내놓으며 기금운용본부의 독립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나왔다.
김순례,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 등은 3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기금운용본부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사회복지특별위원회도 2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거버넌스의 개혁방안을 논의하는 정책토론회를 열고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60조 원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017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으로 잡은 400조7천억 원보다 40%가량 많다.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만큼 독립성이 중요하다.
기금운용본부의 독립 논의가 확산되면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방안이 다음 정부에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운용하는 기금규모가 커지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로 독립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해 공사로 만드는 국민연금 지배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들이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놓고 당시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과 홍완표 기금운용본부장이 충돌해 함께 물러나면서 공사화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홍역을 치르면서 독립성이 부각된 만큼 정권이 안정될 경우 다시 한번 공사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3월29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독립해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며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로 외부 영향력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다음 정부가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고 관리감독체계를 강화해 독립성을 확대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추진할 당시 야당은 반대했다. 기금운용본부가 공사로 출범할 경우 수익성에 집중해 안정성이 오히려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따른 것이다.
독립된 기금운용공사를 보건복지부 밑에 둘지 기획재정부 밑에 둘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이 산하기관인 만큼 당연히 기금운용공사 역시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투자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획재정부 산하로 옮겨야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