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인공지능(AI)용 반도체 기판 수요 급증에 따라 2027년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으로만 매출 3조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로드로 생성한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부품에 이어 반도체 기판 수요까지 폭증하면서 삼성전기의 주력 상품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기판을 장기공급계약(LTA)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FC-BGA 등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 기판 공급이 부족해지는 가운데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2027년 FC-BGA로만 매출 3조 원 이상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ABF 기판 공급 부족 현상이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BF는 반도체 칩과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FC-BGA 등 고성능 패키지 기판에 쓰이는 절연 소재로, 현재 일본 아지노모토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 소재를 쓴 기판을 'ABF 기판'이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ABF 기판으로 FC-BGA가 꼽힌다.

ABF 기판은 최근 AI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공급이 빠듯해지자 고객사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2032년까지 이어지는 장기공급계약을 잇따라 체결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선수금까지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기 역시 북미 서버 제조사 거래선과 2027년까지 생산하는 FC-BGA 물량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장기공급계약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계약 체결 여부나 규모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통상 LTA 계약 시 단가가 개별 구매보다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회사 측은 "계약 총액만 알 수 있어 단가가 내려가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요 증가에 대응한 FC-BGA 생산능력은 이미 확대되고 있다.

권민규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전기의 FC-BGA 가동률은 올해 2분기 90% 초반까지 상승했으며, 하반기에는 가동률이 10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부족은 2028년에야 완화될 것으로 보여 올해 하반기부터 제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덕현 대표도 3월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고객이 요구하는 물량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생산 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생산성 개선과 수율 향상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 보완 투자와 공장 확대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장 대표는 베트남 생산법인에 12억 달러(약 1조6천억 원)를 투입해 AI용 FC-BGA 생산 시설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올해 4월28일 '2026년 상생협력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기>

이 같은 수요·공급 불균형은 삼성전기 실적 전망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삼성전기의 ABF 매출이 2030년까지 현재보다 4~5배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은 삼성전기의 FC-BGA 매출이 2025년 1조1660억 원에서 2026년 2조1890억 원, 2027년 3조3360억 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FC-BGA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공급 확대 한계로 가격 인상, 장기 공급 계약 비중이 확대하고 있다"며 "FC-BGA·MLCC에서 AI용과 데이터센터 비중, 고부가 매출 증가 효과가 2027년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기는 2026년 상반기에만 FC-BGA로 888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17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가격 인상 가능성도 높다.

글로벌 FC-BGA 경쟁사인 일본 이비덴과 신코전기 등이 ABF 기판 시장에서 올 2분기부터 15~20% 가격 인상을 단행한 만큼, 삼성전기도 하반기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ABF 기판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2분기부터 삼성전기의 주요 경쟁사들이 15~20% 수준의 가격 인상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며 "삼성전기도 우호적 수급 환경을 바탕으로 가격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