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업체 '탈한국 친중국' 행보에 행정부 엇갈린 시선, K배터리 반사이익 기회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월13일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 리버루지 공장에서 짐 팔리 포드 CEO(오른쪽)와 빌 포드 포드 이사회 의장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뉴시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 내에서 포드의 중국 배터리 기술 의존을 놓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면서 한국 제품을 대체하려던 완성차기업의 전략에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포드와 GM 등 미국 완성차업체는 SK온 및 삼성SDI 등과 합작법인을 철회하고 CATL을 비롯한 중국 배터리 기술 도입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미국 행정부 도마 위에 올라 K배터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포드를 상대로 중국 기업과의 배터리 협력을 재검토하라는 서한을 전달했다.

더피 장관은 중국 기업과 배터리 협업이 미국의 자체 공급망 구축을 어렵게 하고 경제 및 국가 안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더피 장관은 포드의 CATL 배터리 기술 라이선스 협력과 중국 지리자동차 및 BYD와의 전기차 협력에 우려를 표했다. 

포드는 CATL 배터리 기술 라이선스를 받아 미국 미시간주 마샬에 공장을 지어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중저가 리튬인산철(LFP) 각형 배터리를 제조해 3만 달러(약 4천만 원) 가격대의 신형 전기 픽업트럭 패덤에 탑재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포드는 지난 7월23일 지리자동차와 스페인 발렌시아에 합작법인을 설립해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를 제조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를 정부가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일단 포드는 포드가 미시간 배터리 공장을 소유 및 운영하고 CATL과의 협력도 기술 라이선스와 서비스에 한정된다고 해명했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백악관) 신속대응팀은 9일 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포드는 국내 투자를 늘리고 생산 설비를 미국으로 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위대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렇듯 미국 행정부 내에서 포드를 향해 다소 엇갈린 시선을 보낸 가운데 장관이 중국과 협업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장관급 인사가 미국 자동차 회사 운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건 이례적”이라며 “미국 정부가 중국 업체와의 협업을 민감하게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기업에 직접 서한을 보낼 정도로 압박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과의 배터리 기술 격차를 정부 지원만으로 단기간에 좁히기 어렵다는 우려가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가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군수 무기 등 전력망과 국가안보 인프라에 핵심 부품으로 부상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산업을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배터리 산업 육성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8월20일 핵심 광물을 비롯한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7개 프로젝트에 5억 달러(약 668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CNBC는 중국이 배터리 소재와 셀 생산에서 이미 압도적인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미국 정부의 보조금과 정책 지원만으로 빠르게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컨설팅 회사 시노아우토인사이츠의 설립자 투 레는 CNBC에 “미국이 중국에 필적할 배터리 공급망을 갖추려면 수십 년 동안 수천억 달러를 퍼부어야 한다”며 “미국에 허용되는 시간은 기껏해야 5~7년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완성차업체 '탈한국 친중국' 행보에 행정부 엇갈린 시선, K배터리 반사이익 기회

▲ 차들이 5월21일 미국 테네시주 스탠튼에 있는 SK온 배터리 공장에 주차돼 있다. 이 공장은 SK온이 포드와 함께 건설했으나 합작법인이 청산된 뒤 SK온이 단독 운영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정부가 단기간에 중국과의 배터리 산업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 힘든 상황인 만큼 향후 자국 완성차업체의 중국산 배터리 채택에 제동을 거는 추가 조치에 나설 여지가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완성차업체와 한국 배터리업체의 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및 삼성SDI 등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갖추고 전기차와 ESS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포드와 GM 모두 한국 배터리 3사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드는 지난해 12월11일 SK온과 설립했던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청산한다고 발표했다. 

GM은 지난 8월11일 삼성SDI와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시너지셀즈를 종료하고 합작법인에서 GM이 보유한 지분 49.99%를 전량 삼성SDI에 매도하기로 했다. 

또한 GM은 2024년 12월2일 LG에너지솔루션과 미시간주 랜싱에 공동 투자해 건설 중이던 합작 공장에서 철수하고 해당 공장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전량 매각했다. 
 
이후 GM은 주력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에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쉐보레 볼트 기존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쓰던 차량이다. 

포드와 GM이 한국 기업과 협업을 축소하고 중국 배터리 도입을 늘리던 차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비판 메시지를 낸 셈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좀 더 움직이면 이미 미국 현지 생산 기반과 완성차업체와의 협력망을 확보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및 삼성SDI 등 K배터리에 반사 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란틱카운슬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배터리 수출 강세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한국과 미국은 중국의 공급망 독점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 목적의 제품을 포함한 배터리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