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센터에 제공하던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미국 버지니아주 주거지역 인근에 건설된 아마존 데이터센터 사진. <연합뉴스>
미국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정책적 대응에 나서면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투자가 위축돼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산업 전반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미국 내 10개 이상의 주에서 데이터센터에 세금 감면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조치가 실행됐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하이오주는 약 10년 전부터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서버를 비롯한 관련 장비에 일부 세금을 면제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설에 전력과 수자원 부족, 환경오염 및 소음공해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여론이 악화하자 2026년 5월부터 신규 면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기존에 체결한 계약도 재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뉴저지주도 데이터센터에 제공하던 총합 5억 달러(약 6690억 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지난 8월에 취소했다. 기존 세액공제 가운데 절반 정도는 이미 집행됐으나 나머지를 철회한 것이다.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용 장비 면세 혜택을 유지했지만 전력 소비량에 따른 세금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지원 효과를 일부 상쇄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35개 이상의 주에서 서버와 반도체 등 데이터센터 장비에 판매세를 면제하거나 유사한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율이 6~7% 수준이기 때문에 지원 정책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세금 관련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 지역에는 투자를 할 만한 동기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에 세제 혜택을 줄이려는 추세가 미국에서 더 많은 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데이터센터 투자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텍사스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도 세제 혜택을 줄이려는 법안이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텍사스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공화당 지지층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미국 텍사스주의 오라클 '스타게이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연합뉴스>
텍사스는 버지니아에 이어 미국에서 데이터센터가 두 번째로 많은 주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의 절반이 텍사스에 들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주요 산업 정책에 포함된다. 공화당의 그레그 애봇 텍사스 주지사도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텍사스주에서 8월부터 수백 개의 대형 데이터센터에 전력망 연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전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막대한 에너지와 수자원이 지역 주민들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데 따른 조치다.
텍사스 힐카운티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1년 동안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는 조치도 시행됐다. 다만 이는 관련 소송이 제기되면서 현재 철회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민주당 후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데이터센터 지원 정책을 중단하거나 규제를 강화하는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미국 CNBC의 투자 전문가 짐 크레이머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정책 변화가 투자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며 관련 산업에도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짐 크레이머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뤄지는 주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사회적 및 정치적 반발이 커져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각 지역의 세제혜택 축소 또는 규제 강화로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가 위축된다면 반도체와 전력장비를 비롯한 핵심 공급망 기업에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가 데이터센터 시장의 수요 증가로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던 만큼 업황 악화가 한국 증시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도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줄이는 주가 늘어나면 우호적 지원 정책을 유지하는 지역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부지 및 전력망 등 인프라의 한계, 건설 지역을 새로 선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데이터센터 시장이 위축되는 일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데이터센터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며 장기적 영향을 예측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