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하반기 펼쳐질 대규모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금고 수성전에서 강자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할 가능성이 나온다.

이미 지방금고 시장에서 강자로 여겨지는 NH농협은행은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1금고 38곳의 재선정을 앞두고 있다. KB국민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지만 주요 지역의 초반 경쟁 구도가 나쁘지 않게 흘러가면서 강 행장의 수성전에도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올해 하반기 지방자치단체 금고 시장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 NH농협은행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방금고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은행은 전국 243개 지자체 제1금고 가운데 166곳을 맡아 점유율이 약 68%에 이른다. 특히 각 지역에 단단한 영업 기반을 둔 6개 지방은행이 맡은 제1금고를 모두 합쳐도 35곳(약 14%)에 그쳐 농협은행과 격차가 크다.

광역지자체만 놓고 봐도 기존 행정구역 기준 전체 17곳 가운데 경기·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등 10곳의 제1금고를 맡으며 지방금고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는 농협은행이 이 같은 지방금고 시장의 기존 입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말 제1금고 계약이 만료되는 지자체 69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곳을 농협은행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선정 결과에 따라 기존 점유율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강 행장에게 기존 금고를 최대한 지켜내는 것이 하반기 주요 과제로 꼽히는 배경이다.

더군다나 강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임기 마지막 해 대규모 금고 재선정을 앞둔 만큼 수성전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도 강 행장의 주요 경영성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

대규모 수성전을 앞둔 가운데 초반 경쟁 구도는 농협은행에 나쁘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인천에서는 제1금고를 둘러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치열한 경쟁이 농협은행에 뜻밖의 호재로 작용했다. 두 은행이 제1금고에만 응찰하면서 제2금고에는 기존 금고지기인 농협은행만 홀로 참여한 것이다. 농협은행이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별도의 경쟁 없이 수의계약을 통해 제2금고를 다시 맡게 된다.

4년 전과 비교하면 제2금고를 지키기 위한 경쟁 부담이 한층 줄었다. 2022년 인천시 제2금고 선정에는 농협은행뿐 아니라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까지 참여해 3파전이 벌어졌다.

전남광주특별시에서는 농협은행의 강점인 지역 영업망에 힘이 실릴 수 있는 방향으로 금고 평가방식이 바뀌었다.

전남광주특별시의 내년 예산은 25조 원 안팎으로 서울과 경기에 이어 전국 3위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차기 제1금고를 둘러싼 은행권의 관심도 높다. 현재 한시적으로 제1금고를 맡고 있는 농협은행과 제2금고를 맡고 있는 광주은행이 경쟁을 준비하는 가운데 우리은행도 참여를 검토하면서 시중은행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남광주특별시의회는 금융기관별 영업점·무인점포·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전체 규모뿐 아니라 광주 5개 자치구와 전남 22개 시군별 분포까지 평가하도록 금고 지정 및 운영 조례를 개정했다. 단순히 점포가 얼마나 많은지를 넘어 지역별로 얼마나 고르게 영업망을 갖추고 있는지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은행 자체 점포는 광주·전남에 93곳으로 광주은행의 126곳보다 적지만 전남 22개 시군에 모두 분포해 있다. 반면 광주은행은 현재 진도·곡성·구례에는 점포가 없어 전체 점포 수뿐 아니라 지역별 분포까지 평가하는 새 방식에서는 농협은행의 넓은 영업망이 상대적으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별도 법인인 지역농협의 점포와 실적을 농협은행 평가에 포함할지는 변수로 남아 있다.

앞서 올해 7~12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제1금고 선정에서는 지역농협 실적이 농협은행 평가에 포함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광주은행을 비롯한 지방은행 6곳은 행정안전부에 관련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공동으로 건의하기도 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이번 주 차기 시금고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지방금고 공략이 확대되는 점도 강 행장에게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울진군과 의성군 제2금고를 맡은 데 이어 올해 문경시와 경주시 금고 경쟁에도 참여하는 등 경북지역 지자체 금고 공략을 확대해 왔다. 올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경북도 금고에도 처음 도전장을 내밀면서 기초지자체에서 광역지자체로 공략 범위를 넓혔다.

경북도에서는 2007년 공개경쟁 도입 이후 농협은행과 iM뱅크가 각각 제1·2금고를 계속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은행까지 가세하면서 오랜 양강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 NH농협은행은 올해 말 계약이 만료되는 지자체 금고 69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곳의 재선정을 앞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 행장으로서는 기존 지방은행뿐 아니라 대형 시중은행의 도전까지 막아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농협은행은 농협 특유의 지방 편의성을 앞세워 지방금고 수성전에 임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은 별도 법인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농협이라는 하나의 금융망을 통해 대부분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시중은행 점포가 드문 군이나 읍·면, 도서지역에서도 지역농협이 촘촘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지자체 행정과 지역민 편의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