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오리온과 합작법인 ‘오리온수협’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노 회장은 오리온수협을 통한 수산물 판로 확대와 수급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사업 수익성 개선의 기반을 마련할 지 주목된다. 
 
수협·오리온 수산물 가공 합작사업 본궤도, 노동진 해외판로 넓혀 실적 반전 꾀한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경제사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수협중앙회>


27일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전남 목포에서 오리온수협의 김 가공공장 건설이 시작되면서 수협과 오리온의 수산물 가공 합작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수협과 오리온은 지난해 7월 업무협약을 맺고 합작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후 법인 설립 방식과 출자 구조 등을 구체화해 9월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으며 12월 각각 50%씩 모두 600억 원을 출자해 어업회사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했다.

합작법인 설립에 이어 생산시설 구축까지 시작되면서 사업이 실제 제품 생산을 위한 단계로 접어든 셈이다.

오리온수협은 수협과 오리온의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협이 마른김 등 원물을 공급하면 오리온수협이 이를 가공해 조미김과 김스낵 등 완제품을 만든다. 이후 오리온이 제품 기획과 마케팅, 국내외 판매를 담당한다.

오리온수협은 수협이 원물 공급과 유통을 넘어 가공·브랜드화까지 수산물 가치사슬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리온의 식품 제조와 브랜드 역량을 활용해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 소비처를 확보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오리온이 농협과 유사한 합작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다는 점은 오리온수협의 사업 안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리온은 2016년 농협과 합작법인 ‘오리온농협’을 설립하고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간편대용식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를 선보였다. 농협이 국산 농산물을 공급하고 합작법인이 이를 가공한 뒤 오리온이 제품 판매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오리온수협과 사업구조가 비슷하다. 

오리온의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오리온은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에 생산·영업망을 갖추고 있어 오리온수협이 생산한 제품의 해외 판로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판로 확보는 적자의 늪에 빠진 수협 경제사업의 활로가 될 수 있다.

수협 경제사업은 2023년 1455억 원, 2024년 1209억 원, 2025년 952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최근 2년 연속 적자 폭을 줄이긴 했으나 여전히 연간 1천억 원 안팎의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사업을 둘러싼 여건도 녹록지 않다.

어업종사 가구와 수산물 소비가 줄어드는 데다 높은 수온 등 기후변화로 생산 불확실성까지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국내외에서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고 가공을 통해 수산물의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 경제사업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노 회장이 취임 이후 해외 거점을 활용한 수출 지원과 현지 유통망 확대 등 수산물 판로 개척에 공을 들여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오리온수협은 공장 건설을 마친 뒤 내년 중순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동진 회장은 2023년 3월 4년 임기로 수협중앙회장에 올라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수협중앙회장은 규정상 연임을 할 수 없다. 노 회장이 오리온수협을 통해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수익성 개선의 기반을 놓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오리온수협을 통한 김 가공사업 확대는 새로운 판로 확보뿐 아니라 물김 수급 안정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월에는 물김 5989톤이 폐기됐다. 물김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서다. 당시 물김 가격은 1㎏당 763원까지 떨어진 반면 마른김 가격은 10장(A4용지 크기)당 1470원으로 올랐다.

보통 물김 가격은 1㎏당 1500~2200원, 마른김 10장은 1천 원대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김 1㎏으로 통상 마른김 30~40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김 가격 하락이 마른김 가격에는 그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물김은 저장기간이 짧고 생산어업인이 단기간에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생산량이 한꺼번에 늘어나면 시장에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가격 급락과 폐기로 이어지기 쉽다. 반면 물김을 마른김으로 가공하면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 과잉 물량을 흡수하고 수급 상황에 맞춰 공급할 수 있다.

수협이 마른김 가공·비축 능력을 확대해 물김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협중앙회는 7월 목포수협과 함께 ‘수협 마른김 가공유통시설’ 착공에 들어갔다. 이 시설은 물김을 마른김으로 가공·비축해 수급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오리온수협에 필요한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수협의 김 가공사업 진출을 둘러싼 기존 마른김 가공·수출업계의 반발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국마른김생산자연합회와 한국김수출협회, 한국해태가공업협동조합은 20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수협의 김 가공·수출시장 진출에 반대했다.

수협이 위판실적을 집계하고 수출 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기존 업체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아울러 수협의 원료 구매가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 중소 가공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반발은 오리온수협 공장 착공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협은 이날 목포에서 착공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마른김 가공·수출업계가 집회를 예고하면서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행사를 취소했다. 공장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
 
수협·오리온 수산물 가공 합작사업 본궤도, 노동진 해외판로 넓혀 실적 반전 꾀한다

▲ 수협중앙회가 7월6일 전남 목포에서 ‘수협 마른김 가공유통시설’ 착공식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수협은 오리온수협 출범이 기존 가공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시장을 나눠 갖기보다 새로운 해외 수요를 창출해 수산물 판로를 넓히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오리온수협은 김 수출이 활발한 미국·유럽보다 오리온이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러시아 등 신규 시장 공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취급하는 수산물의 범위도 점차 확대해 수산물 가공사업의 외연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은 오리온수협에서 김을 시작으로 다양한 수산물을 활용한 가공제품을 선보인다는 목표를 세워 뒀다.

노 회장은 지난해 합작투자 계약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원물 위주의 유통을 넘어 가공·브랜드화·수출까지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수산물 산업 선진화의 시발점이 되도록 오리온과 전략적 협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