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제시한 실적 전망치가 'AI 버블' 우려 잠재워,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은 아직 약점

▲ 엔비디아의 자체 회계연도 2분기 실적과 다음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가 인공지능 '버블' 붕괴에 관련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외신 및 투자기관의 평가가 나온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아직 변수로 남아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 전망치를 제시해 인공지능(AI) 산업 위축과 관련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효과적으로 잠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은 수익성 악화나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작용해 장기간 엔비디아의 실적에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수년간 이어진 가파른 성장세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해 온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엔비디아가 다음 회계연도(2027년 1월~2028년 1월) 매출 전망치로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자체 회계연도 2028년 매출이 6900억~7천억 달러(약 952조~966조 원)로 회계연도 2027년보다 약 70%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이는 시장 평균 전망치인 5700억 달러(약 787조 원)를 크게 웃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 연산 능력은 이제 실제로 생산성 향상과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가 불확실한 경제성을 안고 있어 성장세가 단기간에 크게 꺾일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분명히 선을 그은 셈이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거나 금융기관과 협력해 반도체 구매 및 데이터센터 확보 자금을 지원하는 사업 모델을 선보인 데도 부정적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인공지능 업황 악화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엔비디아와 금융회사들이 큰 손실을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엔비디아의 다음 회계연도 매출 전망치가 이러한 ‘AI 버블’ 붕괴 우려와 시장의 비관론을 한꺼번에 잠재우는 “블록버스터급 발표”라는 평가를 전했다.

엔비디아의 다음 회계연도 실적 전망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조사기관 S&P글로벌 비저블알파의 분석이 근거로 제시됐다.

S&P글로벌 비저블알파는 “엔비디아가 제시한 수치는 시장 전체를 완전히 놀라게 했다”며 이러한 실적 예상치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제시한 실적 전망치가 'AI 버블' 우려 잠재워,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은 아직 약점

▲ SK하이닉스의 HBM4 고대역폭 메모리 기술 홍보용 이미지. <연합뉴스>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의 여러 불확실성을 반영해 이번에 내놓은 실적 전망치에 현지 데이터센터 고객사가 사들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을 포함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일부 허용하고 중국 당국도 수입을 일부 승인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향후 정책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반영되기 시작하면 엔비디아의 다음 회계연도 실적은 자체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

다만 포춘은 엔비디아가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약점을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제조사가 HBM과 서버용 D램 등 메모리반도체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거나 가격을 더 높이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차질이나 판매가 인상,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인상폭이 예상치를 넘어 극단적 수준에 이르렀다”며 “내년에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메모리반도체 원가 상승분을 반영해 자체 회계연도 4분기(11월~1월) 매출총이익률 전망을 71~72% 수준으로 제시했다. 회계연도 3분기 예상치와 비교해 2~3%포인트 낮아지는 수치다.

크레스 CFO는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모두 장기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며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메모리반도체의 공급 부족 사태는 인공지능 시장의 수요 증가에 따른 결과인 만큼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젠슨 황 CEO도 “엔비디아가 오래 전부터 메모리반도체 공급사들과 협력해 온 것은 탁월한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낙관적 시각을 내비쳤다.

엔비디아의 자체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은 962억 달러(약 133조 원)로 지난 회계연도 2분기보다 106% 증가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평균 예상치인 922억 달러(약 127조 원)를 크게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도 2.22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2.06~2.09달러를 상회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5% 가까운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실적 전망치에 시장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