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ENM이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실낙원' 등 투자·배급작의 개봉 시기를 하반기로 예정하고 있다. 사진은 ‘타짜: 벨제붑의 노래’(왼쪽)와 '실낙원' 포스터. < CJENM >
지난해 영화시장 침체와 흥행 불확실성을 고려해 짠 개봉 전략으로 여겨지는데 예상보다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상반기 흥행 흐름의 수혜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박스오피스 1위는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왕과 사는 남자’로 관객 1692만 명을 동원했다. 이어 쇼박스의 ‘군체’가 595만 명,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호프’가 417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7월29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도 3일까지 관객수 379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하고 있다. 5위는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의 ‘살목지’로 324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극장가 분위기와 사뭇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최고 흥행작이었던 ‘미션 임파서블:파이널 레코닝’은 관객 수 339만 명에 그쳤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관객 수는 3737만 명으로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한국영화 매출은 370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7% 증가했다.
여기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도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디세이'는 맷 데이먼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젠데이아 등 할리우드 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여름 흥행작에 이어 대형 기대작까지 개봉을 앞두면서 극장가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CJENM의 올해 영화사업 행보는 경쟁 투자·배급사들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CJENM은 올해 ‘신비아파트 10주년 극장판: 한 번 더, 소환’을 비롯해 ‘루팡3세 더 무비: 불사신의 혈족’, ‘명탐정 코난’ 시리즈,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 등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극장 라인업을 꾸렸다. 실사영화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작품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를 2월 선보였다.
다만 CJENM이 2월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올해 주요 라인업으로 제시했던 대형 상업영화들은 아직 관객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추석 시즌 '타짜: 벨제붑의 노래'를 시작으로 10월 연상호 감독의 '실낙원', 겨울 '국제시장2'가 차례대로 개봉할 예정이다.
상반기 CJENM의 핵심 작품 개봉이 부재한 것은 지난해 침체된 영화시장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장 흥행한 ‘주토피아2’가 700만 관객대에 머무는 등 극장가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았던 만큼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CJENM 역시 기대작을 상반기에 개봉하지 않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후반 작업 진행 상황과 시장 환경, 경쟁작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봉 시기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개봉 일정이 막판까지 조정되는 사례도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올해 한국영화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CJENM의 배급 전략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쟁 투자·배급사들이 상반기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존재감을 키운 것과 비교하면 CJENM은 시장 회복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를 놓친 셈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반기가 더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지운 감독의 첩보 액션 영화 ‘암살자(들)’, 김남길씨와 박보검씨 주연의 사극 ‘몽유도원도’, 할리우드 작품을 리메이크한 ‘인턴’ 등 기대작들이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CJENM이 선보이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실낙원’ 역시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CJENM은 상반기 한국 상업영화 개봉작이 사실상 부재하면서 영화사업의 수익성도 악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제작과 투자 비용이 개봉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반면 수익은 개봉 이후 회수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투자와 제작은 이어졌지만 이를 뒷받침할 대형 개봉작이 없었던 만큼 수익성이 부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CJENM 영화·드라마 부문의 2분기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영업손실 36억 원, 한화투자증권은 영업손실 65억 원을 각각 추정했다.
▲ CJENM이 상반기 영화 개봉작 부재로 인해 극장가 회복세의 수혜를 입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CJENM 본사. <연합뉴스>
CJENM은 국내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투자·배급사로 ‘명량’과 ‘베테랑’, ‘광해, 왕이 된 남자’, ‘극한직업’, ‘기생충’ 등 한국영화 대표 흥행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국내 극장가를 이끌었다. 특히 천만 영화와 작품성을 모두 갖춘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며 한국영화 투자·배급 시장을 주도해 왔다.
이런 점에서 올해 상반기 한국 상업 실사영화의 사실상 공백은 과거 위상과 비교하면 더욱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장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한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영화사업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결국 올해 하반기 선보이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와 ‘실낙원’, 이후 개봉이 예상되는 ‘국제시장2’의 성적은 단순한 개별 작품의 흥행을 넘어 CJENM 영화사업의 반등 여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허영만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기존 화투판을 넘어 온라인 카지노와 글로벌 포커 시장을 무대로 세계관을 확장한 범죄영화로 변요한씨과 노재원씨, 조우진씨, 윤경호씨 등이 출연한다.
‘실낙원’은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김현주씨가 주연을 맡은 스릴러다. 실종된 아들이 9년 만에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국제시장2’는 2014년 1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천만 영화 '국제시장'의 후속편이다. CJENM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형 상업영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하반기 라인업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CJENM 관계자는 “영화시장 상황과 작품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봉 시기를 하반기 위주로 결정했다”며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추석 연휴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 추석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