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 “정부가 계속 언질도 줬고, 들어가 살 계획이긴 했어요.” 70대 여성 A씨는 이번 정부의 2026년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를 계기로 서울 강남구 자가로 들어가기로 확정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요건을 채워야 하는 만큼 6년을 산 세입자의 전세기간이 끝나는 대로 직접 들어가 산다는 계획이다.
#2. “일단 주거부터 하고 그 다음에 더 작은 평수로 갈아타는 걸 고려하려구요.” A씨의 집에 사는 60대 남성 B씨도 자신의 전세기간 종료에 맞춰 역시 6년 동안 전세를 준 강동구 자가로 들어간다. 이후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을 채우고 더 작은 평수로 갈아타기로 마음 먹었다.
정부가 실거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예상했다는 반응이 많다. 다만 전세 등 임대차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으로 전세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세제개편으로 실거주 중심 시장을 유도하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을 요인이 줄었다는 점이 이런 시각의 이유로 꼽힌다.
집을 팔 때 부과하는 세금인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세대 1주택자 기준 보유와 거주 기간을 각각 최대 40%씩 반영했다. 다만 이번 개편안은 이를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명칭을 바꿨고 오직 거주 기간에 비례해서만 최대 80%를 공제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을 때 내는 세금인 종합부동산세 세액공제가 보유기간이 아닌 거주기간으로 바뀌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닌 ‘사는 곳(Living)’”이라고 언급해 온 점이 세제 정책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거주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세 등 임대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정부가 집에 ‘직접 살 게 아니면 팔라’는 메시지를 세제개편안을 통해 던진 만큼 임대 매물이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에 “전세 시장은 일부 위축되다가 장기적으로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임대주택 자체가 늘어나기는 어려운데 임대수요를 현재 공공 부문에서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대 공급이 줄어들면서 임대료가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전날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두 ‘거주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인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생활권을 버리고 이사를 가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임차료가 아주 크게 올라가며 ‘우주 대상승’할 것이다”며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장기보유특별공제다”고 짚었다.
이에 더해 집주인이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전세보다 현금흐름이 꾸준한 월세로 보유세 부담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 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에 “보유세 부담을 분산하려는 목적으로 계약 만기 이후 신규 계약분부터 월세를 받으려는 임대인도 증가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월세화’ 현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고 ‘전세매물 감소가 전세가격 재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며 실수요자 불안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7월 마지막주(7월27일 기준) 전세수급지수는 128.1까지 17주 연속 오르며 2020년 하반기 임대차 2법 시행 당시 최고 수준(133.3, 11월 셋째주)에 다가서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사가 몰리는 시기 등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면 같은 시기(2020년 7월 마지막주 113.7) 기준으로는 ‘올해 전세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같은 전세 시장 불안이 매매 시장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이미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을 돌아보면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몰리며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매매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많다.
상반기 서울에서 실거래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였다. 해당 단지는 매매가 급등기인 2020년에도 실거래량 1위에 올랐다.
지난 7월22일에는 해당 단지 전용면적 59.98㎡(공급면적 24평)이 8억5백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5월 7억9300만 원에 거래되며 2021년 전고점을 돌파한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시장에 적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고비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무리한 세제 개편으로 조세 원칙도 훼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지향해 온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연 단위 과세가 아닌 수 년 동안의 결집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조세제도 본연의 제도로 실거주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조세원리적 제도까지 폐지하는 것은 무리다”고 바라봤다.
부동산 매각 차익은 오랜 기간 형성되며 누적된 것인데 세금은 매각 연도에 한꺼번에 발생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커지는 부담을 공제를 통해 줄여줘야 하는데 이번 개편으로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세무사회는 또 “주택 외에 토지 등 다른 부동산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세제의 정합성도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부동산 항목별 논리적 일관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시장의 이목은 전세를 포함한 실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정부가 발표할 두 번째 부동산 공급대책으로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공급을 강조해왔고 지난해 9월 첫 공급대책을 내놨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KBS뉴스에 출연해 “그린벨트를 풀고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각종 군 시설 이런 부분까지 대해서 최대한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2. “일단 주거부터 하고 그 다음에 더 작은 평수로 갈아타는 걸 고려하려구요.” A씨의 집에 사는 60대 남성 B씨도 자신의 전세기간 종료에 맞춰 역시 6년 동안 전세를 준 강동구 자가로 들어간다. 이후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을 채우고 더 작은 평수로 갈아타기로 마음 먹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정부가 실거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예상했다는 반응이 많다. 다만 전세 등 임대차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으로 전세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세제개편으로 실거주 중심 시장을 유도하면서 집주인이 전세를 내놓을 요인이 줄었다는 점이 이런 시각의 이유로 꼽힌다.
집을 팔 때 부과하는 세금인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조건을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 장기보유특별공제는 1세대 1주택자 기준 보유와 거주 기간을 각각 최대 40%씩 반영했다. 다만 이번 개편안은 이를 ‘장기거주 소득공제’로 명칭을 바꿨고 오직 거주 기간에 비례해서만 최대 80%를 공제하도록 했다.
이밖에도 주택을 보유하고 있을 때 내는 세금인 종합부동산세 세액공제가 보유기간이 아닌 거주기간으로 바뀌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닌 ‘사는 곳(Living)’”이라고 언급해 온 점이 세제 정책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거주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세 등 임대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정부가 집에 ‘직접 살 게 아니면 팔라’는 메시지를 세제개편안을 통해 던진 만큼 임대 매물이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에 “전세 시장은 일부 위축되다가 장기적으로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임대주택 자체가 늘어나기는 어려운데 임대수요를 현재 공공 부문에서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대 공급이 줄어들면서 임대료가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전날 자신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두 ‘거주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인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생활권을 버리고 이사를 가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임차료가 아주 크게 올라가며 ‘우주 대상승’할 것이다”며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장기보유특별공제다”고 짚었다.
이에 더해 집주인이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전세보다 현금흐름이 꾸준한 월세로 보유세 부담을 충당한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 연구위원은 비즈니스포스트에 “보유세 부담을 분산하려는 목적으로 계약 만기 이후 신규 계약분부터 월세를 받으려는 임대인도 증가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월세화’ 현상에 속도가 붙을 수 있고 ‘전세매물 감소가 전세가격 재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서울 및 5개 권역 전세수급지수 흐름. <한국부동산원>
서울 7월 마지막주(7월27일 기준) 전세수급지수는 128.1까지 17주 연속 오르며 2020년 하반기 임대차 2법 시행 당시 최고 수준(133.3, 11월 셋째주)에 다가서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사가 몰리는 시기 등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면 같은 시기(2020년 7월 마지막주 113.7) 기준으로는 ‘올해 전세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이같은 전세 시장 불안이 매매 시장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여전하다.
이미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시장을 돌아보면 전세 매물을 찾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몰리며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매매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많다.
상반기 서울에서 실거래가 가장 많았던 단지는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였다. 해당 단지는 매매가 급등기인 2020년에도 실거래량 1위에 올랐다.
지난 7월22일에는 해당 단지 전용면적 59.98㎡(공급면적 24평)이 8억5백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5월 7억9300만 원에 거래되며 2021년 전고점을 돌파한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시장에 적용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고비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무리한 세제 개편으로 조세 원칙도 훼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지향해 온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연 단위 과세가 아닌 수 년 동안의 결집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조세제도 본연의 제도로 실거주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조세원리적 제도까지 폐지하는 것은 무리다”고 바라봤다.
부동산 매각 차익은 오랜 기간 형성되며 누적된 것인데 세금은 매각 연도에 한꺼번에 발생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에 따라 커지는 부담을 공제를 통해 줄여줘야 하는데 이번 개편으로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한국세무사회는 또 “주택 외에 토지 등 다른 부동산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유지되는 상황이라면 세제의 정합성도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부동산 항목별 논리적 일관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시장의 이목은 전세를 포함한 실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정부가 발표할 두 번째 부동산 공급대책으로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공급을 강조해왔고 지난해 9월 첫 공급대책을 내놨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KBS뉴스에 출연해 “그린벨트를 풀고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각종 군 시설 이런 부분까지 대해서 최대한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