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이 모발 케어 전문 브랜드 '닥터그루트'를 미국 주요 유통채널인 코스트코와 뷰티 전문 유통채널 세포라에 동시에 입점시키며 북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트코는 대용량과 가격 경쟁력, 세포라는 제품 전문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유통채널이다. 같은 브랜드를 두 채널에서 동시에 키우는 만큼 판매량과 브랜드 가치를 함께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LG생활건강 닥터그루트로 코스트코·세포라 동시 공략, 이선주 '가성비' '프리미엄' 공존 시험대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사진)가 올해 2분기 북미 매출을 크게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 LG생활건강 >


30일 LG생활건강의 상황을 종합하면 닥터그루트는 북미시장의 핵심 자체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북미 매출은 205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3% 증가했다. 중국 매출은 5.0% 감소한 1760억 원이었다. 북미 매출이 중국 매출을 넘어선 것은 2001년 LG화학에서 LG생활건강이 독립법인으로 분할된 뒤 처음이다.

닥터그루트는 올해 2분기 LG생활건강 뷰티사업의 브랜드별 매출에서 약 8%를 차지했다. 더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 북미사업에서 자체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0%대에서 6월 기준 약 40%까지 높아졌다”며 “자체 브랜드 매출의 절반가량이 닥터그루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LG생활건강은 그동안 더에이본컴퍼니와 더크렘샵 등 현지 브랜드를 인수하며 북미사업을 확대해왔다. 최근에는 닥터그루트 등 자체 브랜드 비중이 커지면서 북미 매출 구조도 인수 브랜드에서 자체 브랜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닥터그루트는 코스트코에 입점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북미의 또 다른 주요 유통채널인 세포라로 판매망을 넓혔다.

LG생활건강은 2025년 10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코스트코 매장 682곳에서 닥터그루트 판매를 시작했다. 2023년 11월 북미 온라인시장에 진출한 뒤 약 2년 만에 코스트코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매망을 넓힌 것이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세포라 온라인몰에 입점했다. 5월부터 미국 주요 상권의 세포라 매장 약 90곳에 전용 진열대인 ‘헤어타워’를 설치해 판매자료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8월부터는 미국 전역 약 400개 매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한다.

두 유통채널의 차이는 같은 주력 샴푸의 판매가격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미국 코스트코 당일배송 홈페이지에서는 닥터그루트 ‘스칼프 리바이탈라이징 샴푸’ 23.6온스 제품 2개 묶음을 53.33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전체 용량 47.2온스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코스트코 상품의 온스당 가격은 약 1.13달러다.

세포라에서는 같은 스칼프 리바이탈라이징 솔루션 라인의 헤어 티크닝 샴푸 13온스 제품을 33달러에 판매한다. 온스당 가격은 약 2.54달러로 코스트코 당일배송 상품보다 2배가량 높다.

두 상품은 용량과 포장 구성이 다르지만 LG생활건강의 공식 설명과 제품 용기 표기를 보면 같은 제품군의 헤어 티크닝 샴푸다. 두 채널에 공급되는 제품의 전체 성분과 처방이 완전히 같은지는 공개된 정보만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별개의 기능을 앞세운 제품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닥터그루트의 채널 전략은 가격 차이를 없애기보다 코스트코와 세포라가 담당하는 구매 목적을 다르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코스트코에서는 대용량 제품을 통해 판매량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세포라에서는 전문적인 상담과 제품 체험을 제공하고 세럼과 트리트먼트 등으로 구매 품목을 넓혀 객단가를 높일 수 있다.

실제 이선주 대표도 세포라에서 코스트코와 비교해 다양한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 세포라 홈페이지에는 닥터그루트 제품 12종이 등록돼 있다. 샴푸와 컨디셔너뿐 아니라 26달러짜리 롤온 두피세럼, 모발관리 트리트먼트, 여행용 기획세트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세포라 입점 발표 당시 스칼프 리바이탈라이징 솔루션 전 품목을 포함해 모두 18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코스트코에서 샴푸를 구매한 소비자가 세포라에서 세럼과 트리트먼트를 추가로 구매한다면 두 채널은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 반대로 닥터그루트 수요가 코스트코의 대용량 샴푸에 집중되면 세포라에서 같은 샴푸의 용량당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LG생활건강 닥터그루트로 코스트코·세포라 동시 공략, 이선주 '가성비' '프리미엄' 공존 시험대

▲ LG생활건강 '닥터그루트' 브랜드의 '스칼프 리바이탈라이징 솔루션'. < LG생활건강 >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가 코스트코와 전문 유통채널을 함께 운영하는 사례는 닥터그루트만이 아니다.

미국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스트라이벡틴은 코스트코에서 일부 제품만 전용 용량으로 일시 판매하고 전문 유통채널과 온라인에서는 전체 제품군을 운영했다. 코스트코에서 제품을 경험한 회원이 다른 유통채널에서 더 넓은 제품군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세포라와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색조 브랜드 서랫뷰티도 코스트코에 기존 단품이 아닌 한정판 전용세트를 내놨다. 페리콘MD와 보시아, 아나스타샤 베벌리힐스 등도 코스트코에서 전용 상품이나 묶음상품을 판매했다. 코스트코 입점 자체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떨어뜨린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스트라이벡틴 등은 전용 용량과 한정된 판매 품목을 활용했다. 전문 유통채널의 정규상품과 직접 가격이 비교되는 것을 피한 셈이다.

닥터그루트가 북미 자체 브랜드 성장을 이끌면서 이를 전담할 사업조직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선주 대표는 지난해 12월 기존 홈케어앤데일리뷰티사업부에 있던 닥터그루트와 유시몰을 중심으로 네오뷰티사업부문을 신설했다. 생활용품으로 관리하던 헤어케어 사업을 뷰티 브랜드로 재분류해 해외 유통망 확대와 제품 개발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부터 닥터그루트와 유시몰 매출도 생활용품이 아닌 뷰티사업 실적에 반영됐다. 닥터그루트를 단순한 샴푸 브랜드에서 더후를 이을 뷰티사업의 핵심 브랜드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닥터그루트는 아마존과 레딧에서 모발 볼륨 개선 효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북미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며 "코스트코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데 이어 세포라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제품 체험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