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사 하이테크 수주를 통해 한동안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오 사장은 실적 확대에 부담이 덜어진 상황에서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새 먹거리는 물론 주택사업에서는 지방으로도 사업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삼성물산 역대급 반도체 훈풍에도 방심 없다, 오세철 주택사업 영토 확장 계속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주택사업 확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30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용호1구역 조합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조합에 재건축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합은 삼성물산을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후속 논의에 착수했다.

삼성물산은 용호1구역 현장설명회에 꾸준히 참석하며 관심을 보여 왔다.

용호1구역은 경상남도청·창원시청·용지공원 등이 있는 창원시 성산구 중심에 위치해 있다. 창원시 성산구는 창원국가산업단지란 탄탄한 기반 덕에 주거 수요가 꾸준히 몰리는 곳으로 상반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5.32%로 서울(5.1%)을 웃돌았다.

아직 시공사 선정 절차가 남아 있고 단지명 등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지역 내에서는 창원에서 최초로 래미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래미안은 2000년 출범해 25년이 넘는 역사를 지녔지만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마주치기 어려운 브랜드로 여겨진다.

삼성물산은 2020년 서울 신반포15차 재건축(래미안 원펜타스) 사업 수주로 도시정비 시장에 5년만에 복귀해 본격적으로 수주잔고를 쌓기 시작해서도 서초·강남구 등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시공권을 노려 왔다. 

지방 사업지 수주는 제한적이었고 이마저도 부산과 울산 등 일부 광역시에 국한됐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삼성물산이 수주한 곳들을 살펴보면 부산 2곳(광안3구역·사직2구역)과 울산(남구 B-04구역) 1곳 등에 그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사업성과 입지를 우선적으로 살펴 도시정비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역을 이유로 수주 검토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창원 지역의 도시정비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적극적으로 도시정비 사업을 확대하려는 오 사장의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오 사장은 2021년 취임한 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도시정비 시장 복귀를 안정적으로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은 2026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올해 도시정비 신규수주 전망을 놓고 연초 목표치인 7조7천억 원을 넘어 13조 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3조 원은 삼성물산의 역대 최대 도시정비 수주 기록인 2025년의 9조2388억 원을 크게 웃돈다.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수주 목표 13조 원 달성 의지를 내비쳤다. 삼성물산의 상반기 신규 수주액 규모가 4조7163억 원으로 연간 목표치의 절반에 못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수주 확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삼성물산 역대급 반도체 훈풍에도 방심 없다, 오세철 주택사업 영토 확장 계속

▲ 삼성물산 건설부문 2분기 영업이익은 202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71% 급증했다. 


오 사장이 주택사업에서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삼성전자 등 그룹사발 발주 물량에 따라 변동성이 큰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사업체질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202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71%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발주한 반도체 팹(Fab) 등 대형 프로젝트 공정의 본격화에 따른 영향이 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실적은 2025년 연간 기준으로 보면 계열사 하이테크 발주 감소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46% 줄기도 했다.

주택사업은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은 사업 영역이기도 하다.

플랜트 쪽에서 주로 이력을 쌓은 오 사장은 6년째 삼성물산을 이끌면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등의 분야로 먹거리를 넓히는 데도 공을 들였다.

다만 대형 원전 등은 사업은 발주처 사정에 따라 사업 진행에 변수가 많다. 삼성물산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당초 올해 하반기로 예상했던 베트남 닌투언 원전 2호기 시공사 선정을 내년 초로 전망을 바꾸기도 헀다.

SMR은 삼성물산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서구권에서 아직 착공에 이르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훈풍 속에서도 주택사업에 공을 들이는 오 사장의 행보는 과거 삼성물산의 선택과 다르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2017~2018년에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하이테크 발주 물량을 크게 늘렸다.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은 평택캠퍼스는 2017년 1라인이 준공되고 2018년 2라인이 착공되는 등 공사가 이어졌다.

삼성물산은 당시 하이테크 사업에 집중하면서 도시정비 사업에서 거의 수주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반도체 회사가 아파트까지 지어야 하느냐"는 발언도 알려지면서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철수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오 사장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확대로 쌓은 여력을 그룹사 의존도를 낮추고 실적 안정성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삼성물산 수주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하이테크 사업은 올해 수주 가이던스를 큰 폭으로 웃도는 역대 최고 수준 수주가 예상되며 수주 가이던스 상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