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이사가 18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아리바이오는 AR1001과 관련한 누적 기술수출 규모를 10조 원대로 키웠는데 이를 실제 수익으로 온전히 연결하려면 임상 3상 마무리와 허가 절차를 모두 잘 넘겨야 한다.
정재준 대표는 18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페어몬트앰배서더서울에서 AR1001의 기술수출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AR1001 개발을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임상 3상과 허가를 직접 이끌어가는 도전으로 규정했다.
정 대표는 “국내에서는 초기 임상이나 많이 가봐야 임상 2상 중에 다국적 제약사에게 기술이전을 하는 것이 신약 개발의 정석이라는 통념이 있다”며 “그러나 이 통념을 깨지 못한다면 G7의 위상을 가진 대한민국은 결코 신약 주권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 3상을 직접 수행하고 세계 시장 상업화를 주도할 수 있어야 비로소 대한민국이 신약 시장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R1001은 알츠하이머병을 겨냥한 경구용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치매는 인지기능 저하 등 증상군을 뜻하며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 질환으로 꼽힌다.
아리바이오는 14일 중국 제약사 복성제약(푸싱제약)과 AR1001의 글로벌 제조 및 독점 판매권 등에 대해 최대 7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아리바이오가 푸싱제약을 파트너로 선택한 배경에는 푸싱제약의 자금력과 글로벌 상업화 역량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푸싱제약은 중국 대기업 푸싱그룹의 핵심 헬스케어 계열사다. 푸싱그룹은 제약, 진단, 병원, 보험, 소비, 관광 등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푸싱제약은 중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제조, 인허가, 병원 네트워크, 유통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정 대표는 “푸싱은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기업)로 도약하려는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AR1001은 그 전략의 핵심 자산”이라며 “환율 변동과 95%를 넘는 연장시험 참여율로 임상시험 비용이 가중되던 시점에서 푸싱의 제안은 단순한 자본 투입을 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AR1001의 글로벌 판권을 이전한 것을 놓고 아쉬움도 보였다. 애초 임상과 허가, 상업화까지 직접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의 오랜 목표는 임상을 끝까지 완료해서 대한민국 신약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상업화하는 것이었다”며 “임상 3상 종료 전에 글로벌 판권을 이전하게 된 것은 깊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 임상 3상 완주 이후 허가 절차까지 책임지며 기술수출 가치를 현실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은 임상 실패 위험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푸싱제약이 AR1001 임상 3상의 주요지표(톱라인) 발표 전 계약에 나섰다는 점은 AR1001의 상업화 잠재력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지만 임상 3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10조 원대 계약 규모 상당 부분은 잠재가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아리바이오가 푸싱제약과 7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AR1001로 확보한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10조 원을 넘었다.
아리바이오는 앞서 삼진제약과 국내 판권 계약을 1천억 원 규모로 맺었고 아르세라와 중동·남미 지역 판권 계약을 1조2400억 원 규모로 체결했다. 또 푸싱제약 및 뉴코파마와 중국 판권 계약 1조200억 원, 아세안 10개국 판권 계약 6300억 원을 맺기도 했다.
다만 10조 원을 웃도는 기술수출 규모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AR1001이 임상 3상과 허가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번 계약 규모 상당 부분은 허가와 상업화 등 단계별 조건 달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아리바이오는 현재 13개국 230여 개 임상센터에서 글로벌 임상 3상 ‘POLARIS-AD’를 진행하고 있다.
환자 1535명 등록은 완료됐으며 6월 마지막 환자 투약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5월17일 기준 메인 임상에 남은 환자는 약 80명이며 마지막 환자는 중국에서 임상을 종료할 예정이다.
마지막 환자가 6월 말 투약을 마치면 7월 말 마지막 환자 방문, 데이터 정리와 데이터베이스 잠금 절차를 거쳐 톱라인 발표가 이뤄진다. 아리바이오는 9월 톱라인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글로벌 판권을 넘기더라도 개발 주도권은 아리바이오가 쥐는 구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의 임상 3상 완주와 신약허가신청(NDA) 준비, FDA 허가 신청 전략을 주도한다. 푸싱제약은 생산, 공급망, 각국 인허가 이후 상업화, 가격·보험, 병원 채널, 주요 의견지도자 네트워크 구축을 맡는다.
두 회사는 공동운영위원회(JSC)를 운영하며 AR1001 허가와 상업화 전략을 조율할 계획이다.
▲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이사(왼쪽 3번째)가 기자간담회에서 기자 질문을 듣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 대표는 “올해 6월 POLARIS-AD 마지막 환자 투약 완료 후 9월 톱라인 발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임상 3상 완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의 후속 개발 전략도 병행한다.
AR1001의 추가 적응증으로는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 등이 검토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영국 MRC 과제를 통해 혈관성 치매 임상 2a상을 올해 영국에서 시작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AR1001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며 “뇌질환 전반을 정복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신약 기업이 저희들이 가야 할 길”이라고 덧붙였다.
아리바이오가 푸싱제약과 합의한 글로벌 제조 및 독점 판매권 계약의 규모는 모두 약 7조 원가량이다.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전액 달성을 기준으로 산정됐다. 로열티는 별도다.
아리바이오는 옵션 비용으로 6천만 달러(900억 원)를 먼저 수령하고 임상 3상 주요지표(톱라인) 발표 뒤 푸싱제약이 옵션을 행사하면 8천만 달러(1200억 원)을 추가로 받는다. 이를 합친 선급금 성격의 금액은 모두 1억4천만 달러, 약 2100억 원 규모다.
이외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마일스톤은(단계별 기술료) 약 1억 달러(1500억 원)으로 제시됐다. 상업화 이후에는 순매출에 연동한 두 자릿수 로열티를 받을 수 있으며 로열티율은 최대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