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이션가 지속되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상방이 모두 열릴 수밖에 없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이란전쟁의 여파로 미국의 4월 도매물가 상승률이 기록적이었던 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심상치 않았다. 모든 금리의 토대라 할 주요국의 국채금리 상승세는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 오름세도 무섭다. 바야흐로 인플레이션과 금리의 역습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 미국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2022년 이후 최대폭 상승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4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대비 6.0% 상승했다고 13일(현지시각)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지난 2022년 12월(6.3%) 이후 최고치였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4%로 지난 2022년 3월(1.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5%)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지난 2월과 3월 상승률은 전월 대비 기준 각각 0.6%, 0.7%로 상향 조정됐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 거래 가격을 제외한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올라 역시 전문가 전망(0.3%)을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4%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과 서비스 가격이 생산자물가를 밀어 올린 주범(?)이었다.
최종 수요 재화 가격이 전월 대비 2.0% 오른 가운데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7.8% 오른 게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15.6% 급등한 게 최종 수요 재화 가격 상승분의 40%에 기여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함께 서비스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도 생산자물가를 예상 밖 수준으로 크게 밀어 올렸다. 노동부는 최종 수요 서비스 가격이 전월 대비 1.2% 상승한 것이 4월 소비자물가 상승의 약 60%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매업자와 소매업자가 받는 마진 변화를 측정하는 거래(trade) 서비스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2.7% 올랐다. 기계·장비 도매업 마진이 전월 대비 3.5% 상승해 서비스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인플레이션의 오름세가 지속되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상방이 모두 열릴 수밖에 없다.
이란전쟁 여파 등으로 인해 도매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은 일반적이었지만 실제로 발표된 상승률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특히 전문가들을 더 곤혹스럽게 만든 건 서비스물가의 폭등이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기에 소비자물가의 상승은 정해진 바다.
한편 앞서 전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8% 올라 약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바 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상승률이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있다.
◆ 인플레우려에 글로벌 국채금리 수직 상승 중
고개 드는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국채금리도 밀어올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폭등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이날 전장보다 13.8bp(1bp=0.01%포인트) 급등한 4.597%에 마감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4.08%로 전장보다 9bp 급등했고,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11bp 오른 5.12%로, 5.1% 선을 넘어섰다.
30년물 금리는 지난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 채권 금리도 급등했다.
영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거취를 둘러싸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게 국채 투매를 촉발했다.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한때 5.18%를, 30년물 금리는 5.86%를 각각 웃돌며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밖에 독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로존 주요국 국채 수익률도 이날 동반 급등세를 나타냈다.
4월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웃돌면서 이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2.7%대로 올라섰다. 이는 1997년 이후 2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란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이는 곧 인플레이션의 창궐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과도한 부채규모에 대한 염려가 주요국의 국채투매로 나타났다. 국채투매는 국채가격의 하락을, 국채가격의 하락은 국채금리의 상승으로 연결된다.
◆ 유가·일본 금리 급등에 국고채 일제히 상승, 10년물 4% 넘어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9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654%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4.085%로 4.1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3.4bp, 0.3bp 상승해 연 3.887%, 연 3.510%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4.080%로 3.0bp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3.4bp, 3.0bp 상승해 연 4.002%, 연 3.848%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 2.7~2.8%에 머무르던 10년 만기 국고채 평균 금리가 4%를 넘었다. 투자자들이 꾸준히 채권을 내다 팔다 보니 금리가 무섭게 오르는 것이다.
국채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이란전쟁 장기화 우려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심화 가능성 대두, 주요국들의 국채금리 상승,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꼽힌다.
◆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의 상승 이후 벌어질 일은?
우리는 코로나 펜데믹 이후 벌어진 일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를 강타했고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을 비롯해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무섭게 올렸다.
그러자 도무지 잡힐 것 같지 않던 서울 집값이 무섭게 곤두박질쳤다. 전임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인위적으로 떠받치기 위해 온갖 부양책들을 투사하지 않았더라면 서울 등 부동산 시장은 제법 긴 하락장세를 면치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동전쟁이 조기 종결될지, 조기 종결되면 유가가 빠르게 안정세를 찾을지 여부 등은 누구도 모른다. 유가 오름세가 진정되면 인플레이션이 급속히 잡힐지도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제법 분명하게 예측 가능한 건 인플레이션의 오름세가 지속되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상방이 모두 열릴 수 밖에 없고, 이는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의 기대수익률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