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투자자들 사이에 ‘국장(국내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이 격언처럼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지부진한 국내증시에서 벗어나 미국 등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증시 활황으로 이 같은 ‘격언(?)’의 사용 빈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주변에선 ‘장기투자는 미국주식’이라고 말하는 투자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스피’의 기억이 여전히 국내증시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관련 논란을 보며 5천피 시대 다소 잠잠해진 국내증시를 향한 불신이 다시 고개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RIA은 정부가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을 국내증시로 불러들이겠다며 23일 도입한 계좌다.
지난해 12월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주식이나 펀드, 원화 예탁금에 1년 이상 투자하면 최대 5천만 원까지 해외주식 양도세 세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취지는 좋았으나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형평성 논란이 유감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상품 출시 전 국내증시에 복귀한 투자자가 받는 ‘역차별’이다.
RIA가 관련 정책 발표일이었던 지난해 12월24일 이후 3달이나 지난 올해 3월23일에서야 출시되면서, 이에 앞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믿고 선제적으로 국내 증시에 복귀한 투자자들은 정작 RIA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투자금액 산정 방식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RIA는 투자자가 올해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새로 사면, 그 매수 금액만큼 세제 혜택 한도가 차감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RIA가 출시되지 않았던 올해 1~2월 이뤄진 해외주식 거래도 2026년 투자금액에 합산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금계좌에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해온 투자자라면, RIA를 구경 해보기도 전에 절세 한도가 잠식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형평성 오류의 원인은 결국 정부 정책의 ‘디테일’ 부족에 있다.
RIA 출시가 지연된 만큼 출시 일정에 맞춰 세부 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이러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정부를 믿고 움직인 투자자들이 오히려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게 된 셈이다.
정부가 RIA 도입 과정에서 출시지연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정부는 출시 지연에 따른 투자자들의 매도 일정을 고려해 세제 혜택 구간을 당초 계획보다 뒤로 늦췄다.
애초 1분기(1~3월) 내 매도분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전액 면제할 방침이었으나, 출시가 3월 말로 미뤄지면서 100% 감면 구간을 오는 5월 말까지로 두 달 연장했다.
이처럼 출시 지연을 고려한 세부 설계를 변경할 수 있었다면, 왜 투자자 간의 형평성을 가르는 세밀한 지점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을까.
주변의 한 해외주식 투자자는 “RIA를 최근에서야 알게 됐는데, 좋은 제도인 것 같음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좀 알아보니 이미 올해 초에 해외주식을 매매해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 뻔했다는 것이다.
정책의 사각지대가 서학개미 복귀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거창한 담론이나 파격적 혜택보다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세밀한 제도 설계일지 모른다.
국내증시 복귀라는 선의의 목적이 ‘허술한 디테일’에 가로막혀 제도 전반을 향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 박재용 기자
지지부진한 국내증시에서 벗어나 미국 등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는 뜻이다.
▲ 정부의 RIA 제도 도입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 AI생성 이미지 >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증시 활황으로 이 같은 ‘격언(?)’의 사용 빈도는 줄었지만, 여전히 주변에선 ‘장기투자는 미국주식’이라고 말하는 투자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스피’의 기억이 여전히 국내증시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관련 논란을 보며 5천피 시대 다소 잠잠해진 국내증시를 향한 불신이 다시 고개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RIA은 정부가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을 국내증시로 불러들이겠다며 23일 도입한 계좌다.
지난해 12월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주식이나 펀드, 원화 예탁금에 1년 이상 투자하면 최대 5천만 원까지 해외주식 양도세 세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취지는 좋았으나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형평성 논란이 유감스럽다.
가장 큰 문제는 상품 출시 전 국내증시에 복귀한 투자자가 받는 ‘역차별’이다.
RIA가 관련 정책 발표일이었던 지난해 12월24일 이후 3달이나 지난 올해 3월23일에서야 출시되면서, 이에 앞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믿고 선제적으로 국내 증시에 복귀한 투자자들은 정작 RIA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투자금액 산정 방식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RIA는 투자자가 올해 다른 계좌에서 해외주식을 새로 사면, 그 매수 금액만큼 세제 혜택 한도가 차감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RIA가 출시되지 않았던 올해 1~2월 이뤄진 해외주식 거래도 2026년 투자금액에 합산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금계좌에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적립식으로 매수해온 투자자라면, RIA를 구경 해보기도 전에 절세 한도가 잠식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 같은 형평성 오류의 원인은 결국 정부 정책의 ‘디테일’ 부족에 있다.
RIA 출시가 지연된 만큼 출시 일정에 맞춰 세부 기준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이러한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정부를 믿고 움직인 투자자들이 오히려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게 된 셈이다.
▲ 국내 증권사들은 RIA계좌를 출시하며 서학개미를 불러들이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정부가 RIA 도입 과정에서 출시지연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정부는 출시 지연에 따른 투자자들의 매도 일정을 고려해 세제 혜택 구간을 당초 계획보다 뒤로 늦췄다.
애초 1분기(1~3월) 내 매도분에 대해서만 양도세를 전액 면제할 방침이었으나, 출시가 3월 말로 미뤄지면서 100% 감면 구간을 오는 5월 말까지로 두 달 연장했다.
이처럼 출시 지연을 고려한 세부 설계를 변경할 수 있었다면, 왜 투자자 간의 형평성을 가르는 세밀한 지점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을까.
주변의 한 해외주식 투자자는 “RIA를 최근에서야 알게 됐는데, 좋은 제도인 것 같음에도 가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좀 알아보니 이미 올해 초에 해외주식을 매매해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 뻔했다는 것이다.
정책의 사각지대가 서학개미 복귀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거창한 담론이나 파격적 혜택보다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세밀한 제도 설계일지 모른다.
국내증시 복귀라는 선의의 목적이 ‘허술한 디테일’에 가로막혀 제도 전반을 향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기를 바란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