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공급, 전영현 AI 메모리 판 뒤집을까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이 HBM4를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공급함으로써 올해 HBM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미나이 나노 바나나 프로>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최근 엔비디아·AMD가 진행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최종 품질 검증(인증)을 가장 먼저 마치고 조만간 본격 공급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 세계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지 주목된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은 엔비디아와 AMD가 요구한 것 이상의 성능을 내는 HBM4를 개발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주요 수요처에서 공급 물량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HBM3와 HBM3E에서 경쟁사 대비 품질 인증과 공급이 늦어지면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서도 HBM 공급량을 크게 늘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HBM4 공급 선점에 따라 20% 수준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최대 40%까지 늘어나며, 1위인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칩인 HBM4를 이르면 2월부터 생산을 시작해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3월 엔비디아의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성능을 시연하는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도 삼성전자 HBM4가 탑재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본격적인 양산은 올해 6월부터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도 "삼성전자가 최신 AI 메모리 칩인 HBM4에 관한 엔비디아 인증 획득에 근접하며,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목요일(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4 진행 상황을 설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HBM4에선 성능 우위를 무기로 고객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HBM4는 핀당 전송 속도 11.7기가비트(Gbps)로, 엔비디아가 요구한 10Gbps보다 빠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엔비디아가 HBM4 요구 성능을 8Gbps에서 10Gbps로 상향 조정했음에도 전체 칩 재설계 없이 인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현 부회장은 HBM4에 1c(10나노 6세대) D램 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는데, 이 결정이 개발과 품질 인증 시간을 단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HBM4에 1b(10나노 5세대) 공정을 활용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고객사의 성능 개선 요청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말 일부 기능을 수정(리비전)함에 따라 최종 인증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 부회장은 지난 2일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HBM4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공급, 전영현 AI 메모리 판 뒤집을까

▲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루빈' 이미지. <엔비디아 > 

HBM4용 로직다이(베이스다이) 기술력 차이도 크다.

SK하이닉스의 HBM4가 TSMC의 12나노 로직다이를 탑재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자체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한 로직다이를 탑재한다.

HBM4에서 로직다이는 메모리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돕는 부품으로, 공정이 미세할수록 전력 효율과 데이터 처리 속도가 크게 향상된다.

게다가 로직다이를 자체 조달하는 삼성전자가 물량 확보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HBM4 양산을 위한 절차에 들어가면서, 올해 HBM 시장 점유율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HBM 시장에서 2025년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7%, 삼성전자는 22%, 마이크론이 21%로 집계됐다.

하지만 HBM4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올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삼성전자가 올해 엔비디아 내 HBM4 점유율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4나노 파운드리 경쟁력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HBM4 점유율이 40%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HBM 경쟁력은 파운드리가 결정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HBM4 공급 점유율은 최대 4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