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가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공급 부족과 엔비디아 수주 증가로 더 이상 애플에 유리한 조건으로 반도체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및 파운드리 사업에 모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웨이퍼 전시용 시제품. <연합뉴스>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에 애플의 우선순위가 밀리며 자체 반도체 설계 및 생산 능력을 모두 갖춘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IT전문지 WCCF테크는 20일 유명 팁스터(정보유출자)가 공유한 내용을 인용해 “애플이 TSMC에서 첨단 반도체 물량을 선점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그동안 TSMC에서 부동의 파운드리 1위 고객으로 최신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라인 확보나 가격 책정에 유리한 대우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엔비디아가 TSMC의 가장 큰 고객사에 등극한 것으로 파악되며 애플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
TSMC 경영진은 최근 애플 본사를 방문해 최근 수 년 사이에 가장 큰 폭의 파운드리 단가 인상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플의 대규모 위탁생산 발주에 의존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TSMC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이 장기화된 상황도 이들의 관계가 약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대형 고객사들이 프리미엄을 지불하며 반도체 물량 확보를 서두르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은 아이폰과 같은 주요 제품의 원가를 민감하게 고려해야 하는 애플보다 파운드리 단가 인상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강세가 이어지면서 관련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도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WCCF테크는 결국 올해부터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변화의 물결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가 자체 설계하고 생산하는 엑시노스 프로세서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가 이러한 상황에 이중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현재 삼성전자는 애플의 최대 스마트폰 경쟁사이자 반도체 협력사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TSMC에서 아이폰 프로세서와 같은 미세공정 반도체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자체 공급망을 수직계열화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시리즈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직접 설계한 뒤 자체 미세공정 파운드리로 생산한다. 따라서 공급 부족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애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반도체 생산 원가 측면에서도 TSMC에 계속 의존해야 하는 애플보다 유리해질 공산이 크다.
만약 애플이 TSMC의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예 삼성전자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
과거 애플은 아이폰용 프로세서를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기며 협력 관계를 맺었고 지금도 이미지센서와 같은 일부 제품 생산에 협업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가 TSMC의 역할을 일부 대체하며 애플의 첨단 공정 반도체 위탁생산을 수주할 가능성도 자연히 높아지고 있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애플과 퀄컴, AMD 등 기업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 포함된다고 지목했다.
TSMC의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설계업체들이 2차 협력사를 확보해 대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 및 스마트폰 사업에서 모두 경쟁력을 확보한 성과가 점차 큰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WCCF테크는 “인공지능 열풍이 끝난다면 TSMC는 다시 애플에 유리한 대우를 할 공산이 크다”며 “하지만 이른 시일에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