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포스트 APEC' 구상, 역사·첨단산업 어우러진 세계적 관광도시 꿈꾼다

▲ 경주시는 APEC 정상회의 개최 성공을 발판으로 '포스트 APEC' 비전을 내세워 역사문화와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세계적 관광도시로 성장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 성공을 넘어 미래를 그리고 있다.

경주시는 성공적인 정상회의를 치른 성과를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들이 주목하는 도시로 부상하며 도시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였다. 경상북도는 이를 발판으로 '포스트 APEC' 비전을 내세워 경주시를 역사문화와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세계적 관광도시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2일 정치권과 경북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경북도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발판으로 삼아 경주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키워내기 위햔 준비에 돌입했다.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지난달 27일 최종 고위관리회의를 시작으로 개막했다. 이후 세계적 기업인들이 모이는 CEO 서밋,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세계 정상회의 등을 거쳐 전날인 1일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CEO 서밋에서는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을 비롯해 세계를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경제 전략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황 CEO뿐 아니라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사이먼 칸 구글 APAC 부사장, 사이먼 밀너 메타 부사장, 안토니 쿡·울리히 호만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등 글로벌 테크 리더들 연사로 나서 AI와 디지털 전환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 밖에 주요 기업의 총수, CEO 간의 수많은 회동이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딜로이트는 이번 경주 APEC 2025의 경제적 효과를 7조4천억 원 규모로 추산했다. 글로벌 경제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브랜드 가치 상승과 투자 유치, 수출 확대 등 중장기 간접효과만 4조1천억 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행사·운영·숙박·식음·교통·보안·인프라 등 직접 지출만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주와 인접한 지역까지도 APEC의 훈풍이 불었다. 웨스틴 조선 부산과 그랜드 조선 부산을 운영 중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따르면 APEC 기간 동안 부산 지역 두 호텔의 예약률은 90% 수준에 달했다.

APEC이라는 빅 이벤트의 성공적인 개최로 경주시를 세계인에게 긍정적으로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이번 행사 성공을 두고 일회성으로 보지 않고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APEC 2025를 넘어 그 이후를 바라보는 이른바 '포스트 APEC'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7회 국무회의에서 "APEC 정상회의 개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행사 성공의 여세를 몰아 대한민국과 경주에 무엇을 남길지, 포스트 APEC을 면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적 매력에 흠뻑 빠져있는 글로벌 흐름을 서울을 넘어 지역으로 견인해야 한다"며 "문체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는 수도권에 버금가는 인바운드 관광권 육성에 박차를 가해 달라"고 말했다.
 
경주의 '포스트 APEC' 구상, 역사·첨단산업 어우러진 세계적 관광도시 꿈꾼다

▲ 김학홍 경상북도 행정부지사 주재로 '포스트 APEC 기본구상 연구용역 최총보고회'가 15일 경주시청에서 열리고 있다. <경상북도>


앞서 경상북도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넘어 '포스트 APEC 전략'을 통해 경주를 세계적인 문화관광 도시로 도약시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경북도는 지난 15일 경주시청에서 김학홍 행정부지사 주재로 '포스트 APEC 사업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APEC 이후 경주의 지속 가능한 성장 비전과 핵심 전략사업을 발표했다.

경북도는 APEC 개최를 계기로 '세계경주포럼'을 정례화해 경주를 역사·문화 국제 교류의 거점 도시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계획은 '세계경주포럼'을 세계 유산 도시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글로벌 문화유산 정책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 세계 문화도시 간 협력의 장이자 '역사문화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키워 마이스(MICE) 산업과 문화관광의 핵심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보문단지를 전면 리노베이션하는 대형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1975년 대한민국 1호 관광단지로 지정된 경주 보문단지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했으며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규모 리노베이션 추진 계획도 제시됐다. 엑스포공원도 APEC의 역사적인 현장으로 기념되고 활성화될 수 있게 다양한 정비와 기념 사업을 검토한다.

이번 계획에는 △노후 관광시설 리모델링 △특급호텔 유치 △모노레일·자율주행차·노면전차 등 교통 인프라 확충 △경주와 APEC을 상징하는 대형 랜드마크 조형물 설치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경상북도는 신라역사문화대공원 조성 계획을 통해 경주의 정체성을 '통일과 평화의 도시'로 확장할 방침도 정했다. 

이 사업은 △통일전과 화랑교육원 △경북천년숲정원 △신라통일역사문화 AI 콘텐츠 △신라왕경 복원 △공예촌·숙박촌 등을 연계해 역사·생태·체험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아울러 이와 같은 핵심 사업들을 구체화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 반영을 위해 전방위적 협의에 들어간다.

일부 사업은 이미 국비 예산안에 반영됐으며 대통령 국정과제 및 공약 사업으로 채택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관련 부처 및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추가 국비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민간투자 유치와 공공-민간 협력사업을 병행 추진할 계획도 세웠다.

이철우 경북도 지사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반으로 경주가 세계 10대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데 포스트 APEC 사업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경북이 준비한 이 전략이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이끄는 토대가 되고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