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과 조선업 협력' 다급해져, 중국 공세 커지고 일본은 협력 난색

▲ 중국 장쑤성 타이창 항구에서 2월19일 선박이 건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산업 재건 사업에서 한국 기업이 맡을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이 조선사 합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가운데 일본 조선 업계는 미국과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과 HD현대, 삼성중공업 등이 대미 파트너로 존재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주에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S)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이는 합병 절차의 일환이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바라봤다. CSSC가 CSIC를 흡수하는 방식의 합병을 2019년부터 추진했는데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두 국영 기업이 합병하면 거대 조선사가 탄생한다. 합병 뒤 자산 규모가 1200억 달러(약 168조 원)에 이른다.

이는 한국 HD현대중공업의 약 네 배 규모라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설명했다.

중국 당국이 합병 조선사를 산업정책 측면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베이징은 군함과 상업용 선박 건조를 일원화해 전체 산업의 통제력을 높이려 하는데 CSSC와 CSIC 통합으로 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거대 조선 기업 탄생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중국 조선업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조선사가 중복 수주와 경쟁은 줄이면서 세계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씽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매튜 푸나이올레 중국 전문가는 “CSSC는 세계 최대의 상장 조선사가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글로벌 조선업 지형 변화는 자연히 미국이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더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선업 전체 인력이 10만 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중국과 격차가 한층 더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CSSC 한 기업이 고용한 인원만 20만 명을 웃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4월9일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조선업에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해당 행정명령은 “동맹국에 본사를 둔 선박 제조업체가 미국에 자본 투자를 수행해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을 강화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미국의 조선업 재건 노력과 관련해 일본 조선 업계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일 사이에 체결한 관세 협정에 따른 미국 정부의 투자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본 조선사가 높은 인건비와 현지 공급망 부족을 이유로 미국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하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20일자 보도를 통해 “이마바리조선을 비롯한 일본 업체는 인건비가 비싸고 공급망이 열악한 미국 시장에 투자를 꺼린다“며 “한국과 다른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한국과 조선업 협력' 다급해져, 중국 공세 커지고 일본은 협력 난색

▲ 미국 상원의원과 한국 조선 3사 임원이 1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사장(왼쪽 세 번째부터),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 앤디 킴 상원의원, 김진모 삼성중공업 부사장, 정인섭 한화오션 대외협력실장 사장. <외교부>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 시장 진출을 전략적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HD현대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는 대미 투자나 수주경쟁 등 물밑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는 이런 기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한국 정부도 관세 협정에 따라 1500억 달러(약 210조 원)의 조선업 펀드를 운용하려 한다. 조선 3사가 한·미 양국 지원을 바탕으로 대미 진출에 속도를 낼 상황이 갖춰진 셈이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태미 덕워스(일리노이)와 앤디 킴(뉴저지) 미국 상원의원은 19일 한화오션과 HD현대,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와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미국 정치권이 한미 조선업 협력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입법 활동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존스법’과 ‘번스-폴레프슨 수정법’으로 해외 조선 업체에 진입 장벽을 쌓아두고 있다.

덕워스 의원은 19일 간담회에서 ”한국과의 협력 강화는 전력 확충은 물론 미국과 한국 양국 조선 산업과 인력을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조선업계와 달리 한국 기업들이 한미 조선업 협력을 성장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미국의 조선업 재건 정책이 결과적으로 한국 조선 업계에 큰 기회가 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중국의 거대 조선사 탄생 또한 미국 정부가 자국 조선산업 육성을 더욱 서둘러야 할 동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HD현대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3사 또한 이러한 흐름을 빠르게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조선업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한국의 주요 조선사는 현대와 삼성, 한화 등 대기업 그룹에 속해 있다”며 “이는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