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내부에서 회장을 배출할 준비가 돼 있는가?
황창규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면서 외풍을 막는 것 못지않게 후계자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시스템이 구비돼야 외부에서 회장이 들어와 하루아침에 경영기조가 바뀌는 구시대적 경영과 작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 KT, 후계자 육성 시스템 부재
4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이 일찍부터 가동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KT를 이끈 수장들이 잇달아 연임 뒤 중도퇴진하면서 4~5년마다 다양한 분야 출신의 새로운 인물이 KT의 수장을 맡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KT가 장기적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해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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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 |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는 설비 등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통신사업의 특성상 최고경영자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쪽이 유리하다”며 “그동안 매번 새로운 인사가 수장을 맡으면서 사업에서 일관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KT가 이석채 회장에서 황창규 회장으로 바뀌면서 이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석채 회장은 재임 기간에 ‘올레(Olleh)‘라는 브랜드를 KT의 간판으로 내세웠는데 황창규 회장은 다시 ‘KT’로 바꾸었다. 2016년 2월 광화문에 위치한 사옥의 이름도 ‘올레스퀘어’에서 ‘KT스퀘어’로 변경됐다. 황 회장은 이와 함께 ’기가‘를 전면에 내걸었다.
이석채 회장도 취임해 기존 ‘SHOW’라는 브랜드 대신 올레를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규모 비용이 수반됐다. 단순한 비용뿐 아니라 경영기조와 사업구조도 180도로 바뀌면서 대혼란을 겪었다.
이런 변화는 황 회장을 포함해 수장들이 출신배경이나 전문분야가 모두 달랐던 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황 회장과 이 전 회장은 외부출신 인사고 이 전 회장에 앞서 KT를 이끌었던 남중수 전 사장은 1982년부터 KT에서 근무한 내부출신 인사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사업을 이끈 제조업 기업인이고 이 전 회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행정관료다. 남 전 사장은 KT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방송통신사업에 밝은 인물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혀 다른 인물의 등장이 새 바람을 불어넣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경영의 단절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혼란과 비용도 안게 된다”고 말했다.
KT처럼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말 핵심인재 육성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도입해 차기 리더를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해 말 연임도전을 밝히면서 “지난 3년 동안 경영에 매진하면서 후계자 양성에 다소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리더 육성프로그램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후계자를 육성하는 시스템은 회사에 없다”며 “그러나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여러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임헌문 구현모, 후계자로 성장하고 있나
황창규 회장도 후계자 육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현재 임헌문 사장과 구현모 부사장 등 2명의 사내이사를 두고 있는데 모두 황 회장이 취임한 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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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헌문 KT Mass총괄 사장(왼쪽)과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
임 사장과 구 부사장은 황 회장이 추진해온 조직개편과 사업체질 개선을 보좌하며 KT의 실적개선을 이끌고 있다.
임 사장은 KT 안에서 2인자로 꼽히는데 내부 사정에 정통한 ‘KT맨’이다.
1987년 KT에 입사한 뒤 26년 동안 근무하다가 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겼는데 황 회장이 부임하면서 다시 KT에 들어와 영업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KT에서 줄곧 마케팅 혹은 영업 관련 분야에 몸담아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부사장도 1987년부터 KT에서만 일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12월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원을 맡는 경영지원총괄 부서를 만들고 구 부사장에게 이 업무를 맡겼다.
구 부사장은 KT에서 전략과 기획 등을 주로 맡아와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힌다. 2009년 이뤄진 KT와 KTF의 합병 등 그룹 내 주요 사건에서 전략과 기획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T는 내부에서 성장한 후계자가 회장에 오를 때 비로소 인사독립을 쟁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