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퀄컴 2나노 AP 수주할 듯, 한진만 내년 파운드리 부활 신호탄 쏘나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이 퀄컴으로부터 2나노 모바일 AP 위탁생산을 수주하며 오랜 파운드리 수주 가뭄을 해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장 사장이 퀄컴으로부터 2나노 모바일 프로세서(AP) 위탁생산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3나노 공정에서 고객사 유치에 실패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첨단 2나노 공정에서 첫 대형 고객사를 유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수율(정품 비율) 정상화 실패에 따른 파운드리 수주 가뭄이 점차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하반기 2나노 공정 수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다른 대형 고객사 유치에 나서는 한편, 내년 하반기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 2나노 공장도 가동에 돌입하며 본격적 파운드리 사업 부활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퀄컴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공정으로 차세대 모바일 AP ‘스냅드래곤8 엘리트2’를 포함해 몇가지 제품의 양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퀄컴은 ‘카나팔리(Kaanapali)’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스냅드래곤8 엘리트2'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나팔리 프로젝트는 기본 버전과 ‘카나팔리S’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될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이 오는 9월 공개할 스냅드래곤8 엘리트2 기본 버전은 TSMC의 3나노 공정을 활용해 생산될 예정이다. 하지만 카나팔리S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공정으로 제작하기 위해 현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제작하는 스냅드래곤8 엘리트2는 내년 초 삼성전자가 출시할 스마트폰 ‘갤럭시S26 시리즈’에 탑재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하반기 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 1분기부터 대량 양산에 들어가는 일정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퀄컴은 ‘트레일블레이저(Trailblazer)’라는 이름의 반도체 프로젝트도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을 통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모바일 AP가 아니라, 슈퍼컴퓨터용 CPU 또는 차량용 반도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3나노 공정 수율 확보에 실패하며 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대부분의 주요 고객사를 TSMC에 빼앗겼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와 TSMC의 세계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은 각각 7.7%와 67.6%로, 격차는 59.9%포인트로 벌어졌다.

최근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안정화를 위해 차세대 1.4나노 공정 개발까지 뒤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027년으로 계획됐던 1.4나노 공정 개발 완료 시기는 2028년 이후로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2나노 고객사 확보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도 2026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퀄컴 2나노 AP 수주할 듯, 한진만 내년 파운드리 부활 신호탄 쏘나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삼성전자는 내년 초부터 텍사스 공장에 제조장비를 반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이 완전 가동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부터 텍사스 테일러시에 건설 중이던 파운드리 공장은 고객사 확보와 미국 정치 상황 등 여러 문제가 겹치며 가동 시기가 여러 차례 연기됐다. 삼성전자는 사실상 완공을 마친 상태에서도 생산설비 반입을 미루며 완공을 연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장은 안정적 2나노 공정 제작을 위해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시험생산에서 2나노 공정 수율은 약 30%를 기록했으며, 최근 40% 대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수율은 40%대에서도 생산이 가능하지만, 통상 수율 60%를 넘을 때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 하반기까지 수율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사장은 퀄컴뿐 아니라 다른 대형 고객사들과도 2나노 위탁생산 수주를 위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대형 고객사들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TSMC의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TSMC가 맡아왔던 닌텐도 ‘스위치2’의 핵심 반도체 수주에 성공했다. 8나노 공정으로 제작하지만, 엔비디아가 설계한 반도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생산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TSMC의 4~5나노 파운드리 생산라인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가격도 꾸준히 인상되고 있어, 물량 확보나 경제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스위치2 반도체 생산으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다시 확대하는 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이민 정책 등 여전히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들이 남아있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는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 대한 세제 혜택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강화된 비자 정책으로 국내 인력의 미국 근무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다양한 고객사 확보를 위해 나서고 있으며,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수주 확대를 노리고 있다”며 “다만 미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문제, 인력 문제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